하이브노믹스의 함의 : 공연장 그 이상의 공간, 지역이 무대다

조서영 기자 2024. 4. 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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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하이브 공연 모델 ‘더 시티’
세븐틴 콘서트로 국내 첫 개최
도시 곳곳 ‘가수 IP’ 즐길 수 있어
방문객 늘어 지역 경제 활성화
단기간 사람 몰려 불편 있기도
동반성장 위해 필요한 노력들

아이돌 콘서트는 더 이상 풍선만 흔들다 끝나는 무대가 아니다. 좁은 무대 그 이상의 공간에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가 국내외에서 추진하고 있는 '더 시티 프로젝트'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더 시티는 콘서트가 열리는 '도시'를 무대로 삼아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K-팝의 또다른 길을 제시한 하이브노믹스(HYBEnomics)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세븐틴이 콘서트 'FOLLOW AGAIN TO 인천'을 열었다.[사진=하이브 제공]

아티스트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글로벌 팝스타인 그는 하나의 '경제 현상'으로도 일컬어진다. 지난해 3~8월 그는 미국 20여개 도시에서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란 공연을 진행했는데, 가는 도시마다 교통·항공·숙박·식음료 등의 판매가 급증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시장분석업체 퀘스천프로에 따르면, 스위프트 팬들은 디 에라스 투어에서 평균 1300달러(약 170만원)를 사용했고, 그로 인해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 규모의 경제 부양 효과가 발생했다.

사람들은 이런 팬덤 효과에 '스위프트노믹스(Swiftonomics)'란 명칭을 붙였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스위프트(Swift)와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신조어였다. 지난해 12월 타임지는 그를 '올해의 인물'로 뽑으면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스위프트의 인기는 10년 넘게 높아져 왔지만, 올해엔 예술과 상업적 측면에서 핵융합과 같은 에너지를 분출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예에서 보듯, 팬덤 효과는 이제 대중예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동력動力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도 '스위프트노믹스'의 사례가 있다. 이른바 하이브노믹스(HYBEnomics)다.

지난 3월 31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세븐틴의 단독 콘서트 'FOLLOW AGAIN TO 인천' 현장. 세븐틴은 지난해 앨범 누적 판매량 1600만장, K-팝 역사상 단일 앨범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아티스트답게 화려한 무대를 연출했다. 뻥 뚫린 하늘 아래 울리는 신나는 곡은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간간이 서정적인 노래가 흘러나올 땐 아름다운 드론쇼가 하늘을 수놓았다.

다만, 세븐틴의 콘서트는 다른 공연과는 다른 게 있었다. 하이브의 프로젝트 '더 시티(THE CITY)'와 연계해 진행했다는 점이다. '더 시티'는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도시형 즐길거리'를 망라하는 말이다. 하이브는 '더 시티'를 통해 도시 곳곳에서 아티스트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티스트 IP를 통해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게 하이브의 목표다.

더 시티 프로젝트로 팬들은 공연장 바깥에서도 아티스트 IP를 소비한다.[사진=하이브 제공]

이번 세븐틴의 콘서트 땐 서울과 인천에 세븐틴 IP를 활용한 팝업스토어, 전시, 교통수단 등을 배치해 공연을 보러온 팬들에게 색다른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여기엔 공항철도㈜, 카카오모빌리티, 하나투어ITC, 올리브영 등 1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강남 신세계 백화점,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팩토리얼' '더서울라이티움'에서도 세븐틴 IP를 활용한 팝업스토어와 전시를 진행했다. 흥미롭게도 서울 시내에선 세븐틴 테마 택시도 운행했다. 팬들이 팝업과 전시장을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세븐틴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하이브는 "2022년 첫번째 더 시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2년간 8개 도시에서 진행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팬들에게 다양한 즐길거리를 개발했다"며 "팬들이 도시에 체류하는 기간엔 지역경제에도 활력이 감돌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아이돌 콘서트와 연계한 프로그램이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을 주겠는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아이돌 콘서트든 연계 프로그램이든 그저 '팬덤'을 자극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회의론이다.

과연 그럴까. 전례前例를 보자. 하이브의 더 시티 프로젝트는 2022년 4월 그룹 방탄소년단의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 콘서트 때 시작했는데, 라스베이거스에 BTS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효과가 컸다.

방탄소년단의 라스베이거스 더 시티 당시 팝업스토어에선 3만건 이상의 결제가 이뤄졌다. 콘서트와 라이브 플레이 현장에 마련한 공식 상품 판매 스토어에서의 결제는 9만3000여건에 달했다.

2022년 일본에서 더 시티를 시작한 세븐틴의 실적은 좀 더 눈에 띤다. 세븐틴은 지난해 도쿄·오사카·나고야·사이타마·후쿠오카 총 5개 도시에서 '더 시티'를 진행했는데, 도시마다 엄청난 경제 효과를 누렸다.

무엇보다 총 30개 이상의 현지 기업이 더 시티에 참여했고, 총 70개의 부대시설에서 이벤트를 진행했다. 오사카 랜드마크를 방문하는 '디지털 스탬프 랠리' 이벤트엔 일평균 2500명, 총 7만8000여명이 참여했다. 나고야에서 연 세븐틴 월드 투어 비하인드 전시는 개관 9일 만에 방문객 1만명을 넘었다.

더 시티의 높은 경제효과를 누리기 위해 기업들이 먼저 협업을 제안한 사례도 있다. 나고야 철도를 보유한 기업 '메이테쓰 그룹'은 컬래버 프로젝트를 제안해 나고야 중심부를 지나는 노선을 세븐틴 초상으로 꾸몄다.

지난 3월 세븐틴의 'FOLLOW AGAIN TO 인천'과 연계한 더 시티의 경제 효과도 벌써 집계되고 있다. 이번 공연을 찾은 5만6000여명 중 36%가량인 2만여명은 외국인이었다. 공연 전후로 진행한 팝업스토어의 방문객 83%도 해외 팬이었다. 해외 팬들이 공연 전후 며칠간 인천과 서울에 머물렀단 뜻이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6.2%만이 인천에 방문한다. 이런 상황에서 2만여명의 외국인이 인천을 방문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례로, 인천 서구청역의 골목상권은 세븐틴 팬으로 들썩였다. 공연장 인근의 식당·카페·마트는 이틀 동안 세븐틴의 음악을 선곡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더 시티는 행사를 주최하는 엔터기업만 수익을 올리는 사업모델이 아니라 지역 생태계 전반에 활기를 주는 동반성장모델"이라면서 "도시·기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팬은 물론 대중까지 함께 보고 즐기는 특색 있는 이벤트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물론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단기간에 몰리는 수많은 팬들로 일부 지역 주민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번 세븐틴 콘서트에 몰린 인파로 일대 통신 네트워크가 장애를 빚기도 했다. 공연장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리허설과 공연시간에 소음을 피할 수 없었다.

컨설팅 업체 김앤커머스의 김영호 대표는 "팬덤과 관람객·방문객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편익을 제공하는 모델을 갖춰야 더 시티 프로젝트는 진정한 동반성장모델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 시티는 과연 팬을 넘어 지역에서 인정받는 프로젝트로 거듭날 수 있을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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