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충남도지사 인터뷰] “농민도 ‘정년’ 필요…‘돈 되는 농업’ 전환해 청년 유입”

서륜 기자 2024. 4. 16. 09: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농업·농촌이 발전하려면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하기보다는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는 데 힘써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남은 임기에 지방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해 대한민국 농업·농촌의 발전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최근 '농민신문'과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공익직불금이나 농어민수당 같은 현금 지원정책은 농가의 소득을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농정을 복지정책도 산업정책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만들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농업·농촌의 발전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익적 기능 수행 보상 차원
연금제 도입해 노후보장하면
은퇴 통한 세대교체 효과 기대
농지이양 직불제로 연착륙을
젊은층 농촌에 불러올 수 있게
스마트팜 단지조성·창농 지원
축산시설 규모화로 산업 선도
‘무늬만 농가’ 양산규정 개정을

“농업·농촌이 발전하려면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하기보다는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는 데 힘써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남은 임기에 지방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해 대한민국 농업·농촌의 발전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최근 ‘농민신문’과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공익직불금이나 농어민수당 같은 현금 지원정책은 농가의 소득을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농정을 복지정책도 산업정책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만들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농업·농촌의 발전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2022년 7월 민선8기 충남도지사로 취임해 4년 임기의 반환점을 앞뒀다. 역대 충남도지사 가운데 어느 누구보다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은 것으로 평가받는 그에게 고령화와 소멸 위기에 처한 농업·농촌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최근 ‘농민신문’과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홍성=김병진 기자

- 농업·농촌의 구조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왜 갖게 됐나.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이승만 대통령이 농지개혁을 단행했고,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통해 농업·농촌이 한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 이후 중장기적인 계획 없이 우루과이라운드(UR)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때마다 농민에게 사탕발림식으로 곶감 하나 주듯 임시처방만 해왔다. 그 결과 농업은 산업으로서 위상이 크게 약화됐고, 농민은 복지정책 대상자 취급을 받게 됐다. 이런 식으로는 농촌 소멸과 농민 고령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복안은.

▶우선 농업인 정년제와 연금제 도입이다. 다른 직업군은 60세 남짓이면 은퇴해서 여행도 다니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노후를 즐기는데 왜 농민은 죽을 때까지 일만 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에 묻고 싶다. 농민도 70대 정도가 되면 은퇴할 수 있는 정년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청년농에게 농지를 이양하고, 농촌에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정년제가 정착되려면 연금제 도입이 선결과제다. 연금보험료의 30% 정도를 농민이 부담하고 나머지 70%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농민에게 연금보험료를 지원해야 하는 명분은 충분하다. 농민은 농업활동을 통해 홍수 예방, 탄소 흡수, 국토관리 등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농민을 ‘준공무원’이라고 생각하며, 연금보험료 지원은 당연하다.

- 농민이 늙어서까지 농사를 계속 짓는 모습이 안쓰러운가.

▶그렇다. 나는 충남 보령의 한 시골 마을, 지지리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리어카로 벼도 나르고 지게질하면서 여름에는 꼴을 베고 겨울에는 나무를 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두번 낙선한 8년 동안 고향 지역구에서 활동했는데, 그 기간에 부모님을 통해 늙어서까지 농사일로 고생하는 농부의 삶을 목도했다. 특히 부친은 93세가 될 때까지 농사짓느라 고생만 하다 돌아가셨다. 해진 메리야스 셔츠를 입고 땀과 흙이 범벅이 된 채 고추밭에서 일하시던 부친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마음에 한으로 남아 있다. 국회의원 시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와 위원장을 하면서 농민이 노후를 편하게 보낼 수 있게 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게 됐다.

- 은퇴하고 싶어도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해 은퇴하지 못하는 고령농도 많지 않나.

▶물론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여러 정책을 동원해 은퇴해도 큰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연금제가 정년제 도입을 위한 선결과제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연금제는 정착되기까지 10년 이상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올해 시행에 들어간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를 활용하면 된다. 그런데 이 직불제는 지급액이 1㏊(3000평)당 연간 480만∼600만원으로 충분치 않은 게 문제다. 이 정도 액수로 고령농이 맘 편히 은퇴를 선택할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충남도는 연간 830만∼11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 고령농이 은퇴한다고 해서 청년농이 그 자리를 원활하게 메울 수 있을까.

▶농업·농촌에 청년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이 낮기 때문이다. 청년농이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돈 되는 농업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한 최적의 방안은 ‘스마트팜’이다. 나는 임기 안에 임대·자립·분양형 등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팜 826㏊(250만평)를 조성해 청년농 3000명을 유입하고, 9000명의 청년농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는 청년농이 돈이 없어도 열정만 있으면 창농할 수 있도록 농지 확보와 교육·금융·시공·유통 등에 이르는 원스톱 지원체계를 이미 구축했다. 최근 이곳에서 배출한 청년농 1호가 운영하는 ‘온프레시팜’은 4297㎡(1300평) 농지에서 연간 1억5000만원의 소득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충남도는 네덜란드 정부와 함께 글로벌 스마트팜 교육센터를 조성해 청년 농업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2026년까지 서산 B지구 간척지 76㏊(23만평)에 3300억원을 투자해 조성하는 ‘충남글로벌홀티콤플렉스(CGHC)’가 그것이다.

- 청년농의 유입을 촉진하려면 열악한 농촌 주거환경 개선도 필요한데.

▶충남도가 추진하는 농촌 주거환경 개선의 큰 방향은 한마디로 ‘단지화’다. 우리나라 농촌마을의 공간적 특징은 논밭 한가운데 집들이 서너채씩 산재한 것이다. 인력에 의존해 농사짓던 시대에는 이런 배치가 유리했지만, 지금은 트랙터·콤바인 등으로 농사를 짓고 자동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집들이 흩어져 있을 이유가 없다. 전기·가스·수도·통신 등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만 더 들고 행정력도 낭비된다. 40∼50가구씩 양지바른 산자락 밑 등에 단지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면 마을이 한폭의 그림처럼 우리가 부러워하는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의 농촌마을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충남형 농촌리브투게더’와 어르신 공동생활을 위한 ‘충남형 실버홈’ 조성은 이를 위한 정책으로 앞으로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 축산부문에서는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스마트 축산단지 조성이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축산냄새로 발생한 민원과 갈등이 계속되면서 축산농가의 생존권과 국민들의 환경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실정이다. 충남도는 산업단지처럼 집단·규모화한 스마트 축산단지를 조성하려 한다. 사육부터 도축·가공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고, 가축분뇨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로 전기를 생산해 축산분야의 탄소중립도 선도할 계획이다. 현재 당진 석문 간척지와 보령·서천의 부사 간척지에 각각 165㏊(50만평)씩, 돼지 30만마리의 사육이 가능한 축산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마무리단계에 있다. 우선 석문 간척지에 스마트 축산단지를 시범적으로 조성하고, 부사 간척지는 이와 연계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간척지 임대문제 등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하고 있으며, 관련 행정절차를 거친 후 이르면 2025년 착공에 들어갈 방침이다.

- 농업·농촌의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당장 개선해야 할 사안은.

▶‘무늬만 농민’을 양산하는 관련 규정이다. 정년제와 연금제 도입, 스마트팜 확산, 스마트 축산단지 조성, 농촌 주거환경 개선 등이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는 중장기적 과제라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시행령’ 제3조의 ‘농업인 기준’은 법령 개정을 통해 시급히 바꿔야 한다. 현재 규정은 1000㎡(302평) 이상의 농지만 경영하면 농민으로 인정하는데, 이는 텃밭 수준밖에 안된다. 이 정도 농사를 짓는 농민은 생업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무늬만 농민’인 사람들에게 국가에서 지원하는 각종 보조금과 수당, 건강보험료 등으로 주어지는 혜택이 연간 2조원가량이다. 이 막대한 돈을 진짜 농민에게, 농업·농촌의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도록 농민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 이 기준을 3305㎡(1000평)로 상향하면 ‘무늬만 농민’의 상당수가 걸러질 것이다. 

김태흠 지사는… ▲공주고등학교 졸업, 건국대학교 무역학과 학사,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 ▲전 충남도 정무부지사 ▲전 제19·20·21대 국회의원(충남 보령·서천) ▲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현 제39대 충남도지사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