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된 S존 위해" 공정성 내세우더니…'ABS 판정 조작' 이민호-문승훈-추평호 심판, KBO 최고 수위 징계 꺼내나?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ABS 판정 조작'이라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공정성을 내세웠지만 '불신'만 키운 가운데 KBO가 어떠한 징계를 내릴까.
KBO는 15일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진행하고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NC-삼성 경기의 심판 팀장 이민호 심판위원, 주심 문승훈 심판위원,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에 대해 금일 부로 직무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14일 KBO리그에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의 맞대결.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2사 1루에서 1루 주자였던 김지찬이 2루 베이스를 향해 뛰었다. 이때 NC 선발 이재학이 이재현(삼성)을 상대로 던진 2구째가 문제가 됐다. 분명 이재학이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는데, 문승훈 주심이 '볼'을 선언했던 것이다.
지난해 KBO리그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 판정 정확도는 91.3%였는데, KBO는 스트라이크가 볼로 판정되는 것을 경기당 약 7개,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공을 7.4개로 파악했다. 메이저리그 심판들의 판정 정확도가 92.5%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판정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양 팀이 100% 일관성 있는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전세계 최초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를 도입했다.
ABS를 도입하면서 KBO는 각 구단의 더그아웃에 '태블릿 PC'를 배치해 어떤 코스로 들어왔을 때 볼-스트라이크 판정이 갈리는지 투명하게 확인하는 것은 물론 타자들의 신체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스트라이크존 또한 체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강인권 감독이 더그아웃의 '태블릿 PC'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재학이 던진 2구째 '스트라이크'였던 것. 그런데 심판진은 이를 '볼'로 판정을 해버린 것이었다.
이 판정이 낳은 초래한 변수는 매우 컸다. 이재학은 2구째가 '볼'로 판정된 이후 이재현과 승부를 이어갔는데, 5구째에 다시 한번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는 공을 던졌다. 이때 이재학의 5구째가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는 것을 확인하게된 강인권 감독은 주심의 콜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강인권 감독은 문승훈 주심에게 항의했다. 그런데 여기서 매우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이민호 1루심이자 심판 조장과 문승훈 주심의 대화 내용이 중계 방송에 잡혔는데, 이민호 심판이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갈 궁리는 그거 밖에 없는 거야. 음성은 볼이야"라고 말했다. 이에 무승훈 주심이 "치지직 거리고 볼 같았다"라고 말하자, 이민호 심판은 "같았다가 아니라, 음성은 볼이라고 나왔다고. 그렇게 하셔라.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시라고"라고 나눈 대화가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던 것이다.
결국 이재학은 이재현을 상대로 3개의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었음에도 불구하고, 2구째가 볼 판정을 받으면서 결과적으로 볼넷을 내주게 됐고, NC는 해당 이닝에만 3점을 헌납하게 되면서 경기 분위기는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경기는 5-12로 NC가 무릎을 꿇었다. 주심들이 판정을 조작하고 잘못된 사실을 은폐하려는 정황이 중계에 고스란히 잡혔고, 이로 인해 NC가 피해를 본 뒤 경기까지 내주게 되면서 논란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KBO는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민호 심판위원, 주심 문승훈 심판위원,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을 상벌위원회가 아닌 인사위원회에 회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KBO 관계자는 "리그 규정 벌칙 예규로 다룰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성'을 바탕으로 도입된 ABS였던 만큼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물론 ABS와 관련해서 징계 규정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까닭이다.
일단 KBO는 징계가 아닌 '직무 배제' 조치를 한 뒤 이민호 심판위원, 주심 문승훈 심판위원,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할 예정. 그렇다면 ABS 판정을 조작하고 잘못된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 이들의 징계는 어떻게 될까. 팬들은 이민호-문승원-추평호 심판의 해고를 원하는 분위기다. 일단 KBO는 인사위원회를 열겠다는 입장. 즉 말을 아끼고 있다. 만약 KBO가 인사위원회를 통해 최고 수위에 해당되는 '해고'의 카드를 꺼내들 경우, 이민호-문승원-추평호 심판이 '부당해고' 등을 앞세워 KBO에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징계위원회가 아닌 인사위원회에 이들을 회부한 만큼 매우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무기한'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징계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달이 지난 후 1군으로 복귀시키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KBO의 징계 수위가 그전과 다를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리스크가 있는 해고가 아니라고 한다면, 2군으로 영구 강등되는 등의 조치도 가능하다. 인사위원회의 경우 규약에 정해진대로 징계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기 때 문이다.
일단 KBO는 후속조치에 나섰다. 태블릿 PC를 배치했지만, 볼-스트라이크가 표기될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보다 양 팀의 벤치가 빠르게 판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수신기를 배치하겠는 입장이다. KBO는 "이날 허구연 총재 주재로 ABS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으며,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양 팀 덕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성'을 목표로 전세계 최초로 도입한 ABS. 근데 이조차도 불신하게 만드는 판정이 나온 만큼 징계 수위가 약할 경우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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