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신문 "국가 책임 회피·공감 부재… 세월호는 현재진행형"

윤유경 기자 2024. 4. 16.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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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 다수 신문 1면 기획기사 연재
한겨레 '10년이면 잊을 때' 어른들 말에 거부감 보이는 청소년들 인터뷰
동아일보 "참사 진상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고 사회적 재난 되풀이" 우려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학생의 부모가 2015년 12월14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를 방청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오늘은 2014년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 10주기다. 다수 신문은 1면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사진과 기사를 담았다.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을 회피하며 반복되는 참사를 방치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재난 조사의 제도화를 위해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해야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신문들은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1면에서 '세월호 10주기 잊지 않았습니다' 연재 보도를 이어갔다. 16일 기사 <그날 왜 '가만히 있으라' 했는지 엄마는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에선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안주현 학생의 어머니 김정혜씨 목소리를 담았다. 한겨레는 경기도 안산에서부터 전남 목포신항, 진도 팽목항, 동거 차도까지 엿새 동안 김씨와 동행하며 대화를 나눴다. 김씨는 “10주기가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 사회 건설을 이루는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4면과 5면에서도 김씨의 목소리를 전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또 다른 기사에선 단원고가 있는 안산 지역 곳곳에서 노란색 리본을 달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을 만났다. 한겨레는 “노란색 리본을 단 청소년들은 '10년이면 잊을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어른들 말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며 “떠난 이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건 이들에겐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고 했다. 단원고 이윤지 학생은 한겨레에 “어떤 어른들은 이제 잊으라고 해요. 하지만 그럴수록 더 악착같이 세월호를 떠올릴 거예요. 그래야 더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테니까요”라고 말했다.

▲ 한겨레 사진 갈무리.

경향신문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단원고 한쪽 언덕에 설치된 노란우체통에 넣을 편지를 쓰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참사를 겪고도 단원고에 10년 동안 남았던 전 단원고 특수교사 김덕영씨 인터뷰도 실었다. 김씨는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이 학교에 한 명은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세월호 유가족과 학교 간 관계의 물꼬를 트려 노력했다.

한국일보도 '산 자들의 10년'이란 제목의 기획연재 보도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준형 학생의 아버지 장훈씨를 인터뷰했다. 기사엔 사고의 원인을 알아내려 10년간 분투한 장훈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 한국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1면에 '안전 불감증'에 대한 기획을 내놨다. 전국의 여객선·유람선 안전을 점검한 결과 여러 안전 문제가 발견됐고, 참사 이전의 안전 불감증이 재현되고 있단 내용이다. '안전 불감증'에 집중한 보도는 참사에 대한 책임을 구조가 아닌 개인에게 돌린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온 바 있다. 조선일보는 “'책임자 처벌'에만 몰두하는 사이 정작 안전 사회를 향한 실질적인 변화·진전은 없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또 다른 기사에선 재난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책임자 처벌 강화가 정작 현장 전문 인력으로 이어진단 지적도 있었다”며 “전문가들은 '재난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고 보도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에 “선출직 행정가인 지자체장들이 정치인의 역할만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재난의 정치화”라며 “여당은 자세한 내용을 숨기려 하고, 야당은 이를 정국을 반전시킬 계기로 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12면에 세월호 참사 관련 사람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다. '운디드 힐러' 단체를 만든 생존자 유가영씨, 기간제 교사란 이유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던 딸에 대한 '차별 철폐'를 촉구한 김성욱씨, '세월호 유족 봉사단'을 만든 단원고 조은정 학생의 어머니 박정화씨 등이다.

동아일보도 14면에서 세월호 10주기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서울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이들은 사고 조사에서 드러난 부실한 안전점검과 구조 과정을 지켜본 후로 정부의 대응을 믿을 수 없게됐다고 비판했다. 기사엔 재난 대응 지휘체계의 부재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유족들은 '안전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관행도 그대로'라고도 지적했다.

▲ 동아일보 사진 갈무리.

생명안전기본법 촉구한 경향신문 “세월호는 현재진행형”

신문 사설에선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 회피 관련 비판이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재난 조사의 제도화를 위해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국가의 책임 회피와 공감 부재라는 측면에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라며 “정부의 책임 회피, '세월호 교통사고론'과 같은 험담으로 정부를 엄호한 집권당의 대응은 그 자체가 참사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실 규명은 국가의 안전시스템 결함 등 구조적 문제를 두루 짚지 못한 채 형사책임 대상을 가리는 절차로 쪼그라들었다”고 짚었다.

아울러 “정부·여당의 국정쇄신 다짐이 진심이라면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수용하고, 재난 조사의 제도화를 위한 생명안전기본법도 제정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살아남은 어른들의 책무이자 10년 전 꽃다운 목숨을 잃은 단원고 아이들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돌아보면 우리 사회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초대형 재난이 이어졌는데도 그때만 시끄러울 뿐 크게 바뀐 게 없었다”며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제대로 밝히고 묻지 못한 대가는 또 다른 참사로 귀결됐다”고 했다. 이어 “탐욕과 잇속만 밝히는 사이 정작 지켜져야 할 원칙과 기본은 망각됐고, 안전불감증은 고질병이 됐다”며 “그래서 세월호는 지금도 계속 소환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 추모와 기억, 연대와 치유, 참사의 교훈엔 유효 기간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을 회피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다짐에도 참사의 진상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고 사회적 재난도 되풀이되고 있다”며 “무능한 정부와 기회주의적 야당이 정치적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90일간의 국회 국정조사와 9차례의 국가기관 조사가 있었지만 왜 침몰했는지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세월호에서 교훈을 못 얻는 바람에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지난해까지 170여 건의 사회적 재난이 발생해 약 700명이 숨졌다. 세월호 이후 크고 작은 해상 조난 사고도 2배로 급증했다”며 “재난의 예방과 사후 구조, 제도 개선에서 우리는 왜 실패만 거듭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이어 “세월호를 계기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컨트롤타워로 하는 국가 재난 시스템이 재정비됐지만 대책본부는 이태원 참사 발생 다음 날 새벽에야 늑장 가동됐다”며 “정부는 야당의 이태원 특별법을 거부하면서 자체 진상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세월호 10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놨다. 한겨레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됐지만, 한국 사회의 안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한해 동안 일터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무려 598명에 달했다. 자살 인구는 1만명이 훌쩍 넘었다.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서 159명이 압사한 사건은 세월호 참사의 판박이였다”며 “정부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책 마련 대신 진상 축소와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이런 정부에서 시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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