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힘’ 믿는 아이들…“우리가 세월호 리본을 단 이유는요”

이준희 기자 2024. 4. 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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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리본은 세월호의 상징이다.

리본을 단 아이들 중에는 참사 당시 기억이 전혀 없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단원고 앞에서 만난 고잔초 6학년 김사랑(12)양은 "작년 2학기 때 친구들끼리 언니, 오빠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서 4·16 기억교실에 갔는데 그곳에서 리본을 주셔서 달았다. 사람들이 (세월호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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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안고 2학년 유수현양이 9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경안고등학교 앞에서 ‘4월의 너희를 잊지 않을게 지금의 너희가 행복하도록’이라는 문구가 담긴 세월호 추모 펼침막을 바라보고 있다. 이준희 기자

노란색 리본은 세월호의 상징이다. 참사 초기엔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더해졌다. 참사로부터 10년. 거리에는 여전히 리본을 달고 다니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 노란색 리본은 어떤 의미일까. 한겨레는 단원고가 있는 안산지역 곳곳에서 노란색 리본을 달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을 만났다.

“다시는 그런 참사가 없기를”

청소년들에게 노란색 리본의 의미는 투명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바람이었다. 단원중 3학년 유지민(15)양은 지난해 5월 반 친구가 갖고 있던 노란 리본을 받아 가방에 달았다. “초등학생 때 유튜브에서 언니, 오빠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를 봤어요.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수학여행 가기 전에 싸웠는데 미안하다고. 태어나서 본 가장 슬픈 이야기였어요.” 중학교 3년 내내 노란색 리본을 달았다는 중앙중 3학년 김예준(15)군은 “이런 일이 다시는 없길 바라며 리본을 달았다”고 했다.

이들은 기억의 힘을 믿었다. 경안고 2학년 유수현(17)양의 가방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노란색 리본이 달려 있다.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나이가 된 유양은 “리본을 달고 다니면 사람들이 계속 기억할 것이고, 많은 사람이 함께 기억한다면 그런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리본을 달았다”고 했다.

단원중 3학년 유지민양의 가방에 노란색 리본 배지가 달려 있다. 이준희 기자
고잔초 6학년 김사랑양의 가방에 노란색 리본 배지가 달려 있다. 이준희 기자

추모, 치유, 그리고 다짐

리본을 단 아이들 중에는 참사 당시 기억이 전혀 없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단원고 앞에서 만난 고잔초 6학년 김사랑(12)양은 “작년 2학기 때 친구들끼리 언니, 오빠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서 4·16 기억교실에 갔는데 그곳에서 리본을 주셔서 달았다. 사람들이 (세월호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리본을 다는 행위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이도 있었다. 안산에서 나고 자란 안산디자인문화고 2학년 장연학(17)양은 “뉴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한동안 배를 볼 때마다 진저리를 쳤는데, 리본을 달고 추모하면서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했다. 장양은 이제 리본을 통해 새로운 다짐을 한다. “진로를 음악 선생님으로 정했는데, 리본을 볼 때마다 나중에 교사가 돼 수학여행을 인솔하면 안전을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단원고 2학년 이윤지양(왼쪽)과 친구 이태희양. 이준희 기자
단원고 2학년 이윤지양의 가방에 노란색 세월호 리본 배지가 달려 있다. 이준희 기자

“우리는 계속 기억할 거예요”

끔찍했던 참사를 잊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단원고 하면 세월호를 떠올리는 게 싫진 않으냐’는 물음에 단원고 2학년 이윤지(17)양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세월호를 이야기해요. 계속 기억하고 싶고, 사람들도 잊지 않기를 바라니까요.”

노란색 리본을 단 청소년들은 ‘10년이면 잊을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어른들 말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떠난 이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건 이들에겐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이양이 힘줘 말했다. “어떤 어른들은 이제 잊으라고 해요. 하지만 그럴수록 더 악착같이 세월호를 떠올릴 거예요. 언니, 오빠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만은 아니에요. 그래야 더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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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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