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포드, 벤츠·현대도 '자율주행' 브레이크

박찬규 기자 2024. 4. 1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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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속도 조절하는 자율주행차]① 자율주행 개발 늦추는 글로벌 기업들
[편집자주] 그동안 '자율주행자동차'를 향한 기대가 지나치게 컸기 때문일까. 업체들은 완전한 자율주행이 당장 실현될 것처럼 포장하기보다는 속도 조절에 나서며 눈앞의 문제 해결에 급급한 모양새다. 자율주행전기차를 만들겠다던 애플이 관련 사업을 포기했고 폭스바겐과 포드, GM은 자율주행업체 투자를 중단, 사업 방향성을 재검토 중이다. 현대차·기아도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기술 적용을 연기했다. 자율주행 후발주자들은 이런 상황을 파고들며 앞으로 치고 나갈 기회로 삼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벽을 넘어서려면 아예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거품이 걷이면서 실력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글 쓰는 순서
① 멈춰 선 포드, 벤츠·현대도 '자율주행' 브레이크
② 고개드는 중국차… 자율차 투자 늘리는 BYD·지리
③ 운전대 접히고 의자 돌아가고…車 개념 바뀐다


아르고AI의 자율주행차의 주행장면 /사진=로이터
지난 2월 말 미국 애플의 자율주행전기차 개발 포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혁신을 이어온 애플조차 포기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장이라는 인식마저 생겼다. 앞서 일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자율주행 관련 투자를 줄여왔고 고도화된 기술이 적용될 신차 출시를 늦추기도 했다.

하지만 자율주행업계는 일부 업체의 상술과 막연한 환상이 만들어 낸 거품이 걷히는 과정일 뿐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기술개발은 꾸준히 하고 있고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빅데이터 구축이 관건이어서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게다가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자율주행 우선 차로를 설치하는 등 인프라 도입 준비 계획을 세우며 앞으로 열릴 시장을 대비하는 상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조심스러운 업계 분위기…완전 포기는 아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테스트 중인 웨이모 무인 로보택시. /사진=로이터
자율주행차 사업에 위기감이 감도는 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낸 인명사고 탓이다.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사고마저 발생했다.

기술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구글 웨이모는 물론 제너럴모터스(GM) 자회사 크루즈도 예외는 아니었다. GM은 지난해 말 크루즈의 직원 24%를 해고한 데 이어 올해 초엔 투자를 10억달러(약 1조3545억원) 이상 줄인다고도 발표했다. 현재 크루즈는 사람이 자율주행차를 운전하면서 도로와 운행 관련 정보를 모으고 있다.

앞서 포드와 폭스바겐이 2017년부터 공동 투자하며 관심을 끈 자율주행업체 '아르고AI'의 2022년 폐업 소식도 있었다. 기술 상용화 시점이 불확실하고 그에 따른 비용 증가를 이유로 투자를 중단했다.
2021년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아이오닉5 기반 모셔널 로보택시 /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과 미국 앱티브가 함께 설립한 미국의 자율주행업체 '모셔널'도 위기를 맞았다. 두 회사가 2020년부터 투자해온 금액이 무려 5조원에 달함에도 매년 수천억원의 손실을 기록하자 앱티브는 발을 뺐다. 최근 현대차는 모셔널의 아이오닉5 로보택시가 미국 운전면허시험에 도전, 면허 획득 과정을 담은 홍보 영상을 공개하며 기술 안정성을 알렸다.

현재 자율주행기술 수준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기준을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레벨0'부터 '레벨5'까지 총 6단계로 구분되며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 자동차는 '레벨2'와 '레벨3' 사이다.

레벨2는 자동차가 도로 상황에 맞춰서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고 조향까지 보조하는 수준이다. 필요에 따라 차로를 변경할 수 있고 원격 주차 등이 가능하다. 운전자가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해야 한다. 주행보조시스템으로 표현하는 이유다.
크루즈 로보택시는 최근 운전자가 직접 차를 몰며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사진=로이터
레벨3는 조건부 자동화를 뜻한다. 제한된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 스스로 위험을 회피하며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교통혼잡 시 저속주행을 하거나 스스로 고속도로에서 차로를 바꾸며 추월도 가능하다.

레벨3부터는 운전자가 자동차 시스템에 주도권을 넘겨주게 되는데 자율주행 중 사고가 나면 제조사 책임이 된다. 제조사들은 이에 따른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점과 혹시 모를 기술적 결함을 우려하며 도입을 미뤄왔다.

레벨4는 운전자가 주행 상황에 개입할 필요 없이 자동차 시스템이 정해진 조건에 맞춰 스스로 운행할 수 있다. 레벨5는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무인차를 의미한다.

혼다와 메르세데스-벤츠는 각각 일본과 독일에서 레벨3 자율주행차를 내놨지만 해당 국가의 특정 조건의 도로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다른 국가의 법규와 도로 사정이 제각각이어서다.
레벨3 자율주행을 시연 중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사진=로이터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고도화된 레벨2 수준인데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처럼 광고한 탓에 소비자로부터 집단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오토파일럿'이라는 용어 자체를 쓰지 말라는 법원 판결도 있었다. 테슬라는 '로보택시'를 올해 8월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기술 'HDA3'(고속도로운전자지원시스템) 출시 시기를 계속 늦추다가 최근엔 2026년쯤 적용할 예정이라고 수정된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잠시 숨 고르기를 시작한 완성차업체들의 움직임과는 달리 그동안 자율주행기술 연구에 집중, 사업화를 추진해온 스타트업 기업들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보다 운행 시 변수가 비교적 적은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개발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자율주행차는 이미 국내에서 유상 운송을 실증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시 상암동과 종로구, 세종시와 제주도에서도 도로 위를 돌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영화에서처럼 원하는 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수준이라기보다 특정 구간을 오가는 셔틀 개념이다.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관리자가 반드시 탑승해야 하는 조건도 붙는다.


車 개념부터 바꾸자…관련 기술은 영역 확장


독일 기술업체 콘티넨탈 자율주행 테스트 장면 /사진=로이터
숨 고르기를 해온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올해 말 이후부터 한층 업그레이드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웨어중심의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해 온 만큼 향후 제도 변화에 맞춰 자율주행기술을 업데이트할 수 있게 된다. 테슬라가 활용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기술은 자동차 외에도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며 쓰임새를 늘려가고 있다. 공장에서 활용하는 자율주행로봇(AMR)이 대표적이다. 정해진 표식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주변 환경에 반응하며 생산 공간에서 필요한 물품을 싣고 스스로 이동한다.

농업계에서도 자율주행기술은 관심이 크다. 대규모 경작지를 사람이 관리하는 게 아니라 자율주행농기계가 대신하게 된다. 농기계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의 '존디어'가 대표적이며 국내는 대동과 LS엠트론 등이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자율주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의 움직임은 자율주행차 개발을 완전히 포기했다기보다 도약을 위해 잠시 움츠린 것으로 봐야 한다"며 "내년부터는 보다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한 신차 출시가 예정된 만큼 관련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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