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자 설수빈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마지막]

신선영 기자 2024. 4. 1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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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생존자 설수빈씨(27)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세월호 생존자 모임인 '메모리아' 활동으로 엽서를 만들고, 다른 생존자 친구들이 만든 '운디드 힐러(Wounded healer)'의 그림책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생일을 맞은 반 친구에게 편지를 써주자고 제안했던 담임선생님의 흔적은 교실 곳곳에 남아 있다.

설수빈씨는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친구들에게 받은 생일 편지와 친한 친구들의 명찰을 여전히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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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시사IN〉이 그날까지 ‘세월호 사람들’ 100명을 만납니다.
세월호 생존자 설수빈씨가 안산 단원고 4.16기억교실에서 자신이 공부하던 2학년 1반을 둘러보고 있다. 기억교실 벽에 걸린 시계는 모두 4시16분에 맞춰져 있다. ⓒ시사IN 신선영

세월호 생존자 설수빈씨(27)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세월호 생존자 모임인 ‘메모리아’ 활동으로 엽서를 만들고, 다른 생존자 친구들이 만든 ‘운디드 힐러(Wounded healer)’의 그림책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대학에서는 일본어를 전공했다. 담임선생님(2학년 1반 고 유니나 교사)도 일본어 선생님이었다. 생일을 맞은 반 친구에게 편지를 써주자고 제안했던 담임선생님의 흔적은 교실 곳곳에 남아 있다. 설수빈씨는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친구들에게 받은 생일 편지와 친한 친구들의 명찰을 여전히 보관하고 있다.

“대학교와 직장이 둘 다 안산에 있었어요. 대학생 때는 등하교 버스가 늘 단원고 앞을 지나갔어요. 단원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타는 걸 보면서 등굣길에 몇 번 울기도 하고, 버스에서 옛날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참사 초반에는 택시 기사님이나 음식점 사장님이 학생이다 싶으면 단원고냐고 물어봤어요. 일부러 다른 학교 학생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그게 불편했던 것 같아요.

초반에 친구 부모님들께서 저희(생존 학생)를 볼 때마다 우시던 시기가 있어요. ‘저 때문에 더 슬퍼지실까 봐, 되도록 눈에 띄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면 평범한 일상 이야기를 해요. 저는 기회가 되면 메모리아 활동을 다시 하고 싶어요. 엽서를 만들어 세월호 추모 행사 때 부스에서 나눠주던 게 기억에 남아요.

안산에서 문화 축제를 기획하는 회사에 다녔어요. 세월호 관련 행사를 맡기도 했죠. 회사 동료들과 함께 세월호 추모공간을 방문하는 미션 투어 게임 ‘옐로우 레터’를 만들었어요. 그 게임은 4.16기억교실에서 시작해요. 퀴즈를 만들기 위해 단원고와 기억교실을 방문하기도 했어요. 힘들 줄 알았는데… 다행히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힘들진 않았어요. 2학년 1반 교실에 가면 친구 자리에 한번 앉아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2년 정도 일하고 올해 그만두었어요. 취미로 하던 디자인과 영상을 좀 더 제대로 배워보려고 해요.

위협이 많은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전쟁 중인 나라가 있고, 옆 나라에서는 오염수를 방출하는 등 환경이 점점 더 나빠지죠. 청소년이 만든 환경이 아닌데, 그 영향은 어린 세대가 받잖아요. ‘이 사회가 안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참사 이후 정말 많은 분에게 응원 선물을 받았어요. 직접 만든 필통과 같은 문구류부터 토끼 인형, 편지 등 다양해요. 제가 아직 보관하는 편지가 있어요. 당시 중학생 두 명이 직접 손으로 써준 편지예요. 힘과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에서 100명이라는 숫자가 많아 보이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분들을 생각하면 적은 듯해요. ‘지겹다, 그만해라’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은 1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활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많은 분이 열심히 도와주셨어요. 다음 청소년 세대에게는 더 안전한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요. 더 이상 이런 비극으로 누군가가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교실에서 만난 2학년 4반 임경빈 학생의 엄마 전인숙씨(오른쪽)가 설수빈씨를 안아주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신선영 기자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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