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00번 매매하는 AI의 단타, 인간 트레이더 따라잡았다... 비트코인도 예측 가능”

정민하 기자 2024. 4.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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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
2019년부터 뉴욕 증권거래소에 ETF 상장
“AI, 사람 트레이더 수익률 따라잡았다”
“미래 자산운용은 AI로 대체될 것… 사람만 할 수 있는 통찰력 갖춰야”
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가 9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민하 기자
투자자들에게 인공지능(AI)이 시장을 평균 2%포인트 차이로 이겼다는 이야기를 하면 크게 실감을 못하더라. 오히려 ‘하루 300번을 사고파는 단타 AI 모델은 시장이 2% 하락했는데도 번다’고 말하면 굉장히 놀란다. 단타에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투자자들도 그제야 AI의 힘을 느낀다고 말한다.

김형식 크래프트태크놀로지스 대표

주식 투자, 특히 단기간 주식을 사고파는 ‘단타’는 인간이 인공지능(AI)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장기투자와 달리 단타는 가격과 흐름 등의 정보가 중요한데, 가격 등은 AI의 학습대상으로 부적합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I는 단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기업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이 영역을 개척 중이다.

크래프트가 최근 개발한 단기 가격 예측 모델 ‘크레센도’는 한국 주식 시장에서 30일 중 28일 동안 플러스(+) 수익을 달성하는 등 일일 거래에서 0.10%의 예상 수익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가 -1.91% 하락한 지난 3월 15일에도 크레센도는 0.1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형식(44) 크래프트 대표는 “바둑은 워낙 복잡하고 통찰력이 필요해 AI가 사람을 이길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했던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러나 이젠 바둑도 결국은 일종의 계산이었다는 것을 안다”면서 “트레이딩도 지금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만, 데이터가 있으면 매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단기 가격 예측 모델 '크레센도'. 코스피 지수가 -1.91% 하락한 지난 3월 15일에도 크레센도는 0.1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제공

크래프트는 AI를 활용해 방대한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고, 투자 기회 및 패턴을 포착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2019년부터 뉴욕증권거래소에 AI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 상품인 QRFT(Qraft AI-Enhanced U.S. Large Cap ETF)는 지난 12일 종가 기준 상장(2019년 5월 21일) 후 누적 수익률 106.2%를 달성했다. 이는 유사한 미국 대형주를 담고 있는 ETF인 SPY 대비 10.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크래프트는 지난해 11월 LG AI연구원과 협업한 ETF인 LQAI(LG Qraft AI-Powered US Large-cap Core ETF)를 미국 증시에 상장시켰다. 이 상품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포함되는 대형주 중 AI 모델이 별도로 투자 모멘텀(상승 여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 100개를 선정해 투자한다.

크래프트는 이외에도 25곳이 넘는 국내외 글로벌 금융기관에 AI 투자 설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BNP파리바와 금융 분야에서 상호 협력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최근엔 대만 자산운용사 FSITC 투자신탁과 AI 기반 투자 협력을 발표했다.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크래프트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2016년 크래프트를 설립한 김 대표는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공돌이’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 석사 과정 중 주식 투자인 퀀트 모델 알고리즘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AI가 어떻게 단타를 치나.

“증권사 트레이더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시장에서 매매해야 하는 종목의 주가 변동을 AI가 그때그때 파악해 최적의 가격이라고 판단하면 주문을 넣는 방식이다. 크래프트는 1000개가 넘는 AI 모델을 가지고 있다. 몇 초, 몇 분 뒤처럼 단기적인 예측을 하는 모델은 하루에 200, 300번씩 매매를 한다. 이런 단타 모델은 예측력은 좋지만 운용할 수 있는 캐파(CAPA)가 작다. 그래서 크래프트에서 직접 운용한다. 개인 투자자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월간, 연간으로 예측하는 모델은 캐파가 크다 보니 공개를 하거나 금융사에 공급을 해서 ETF 등 금융 상품을 만들어 판다.”

─AI가 정말 인간을 이길 수 있나.

“사람은 한번 결정하면 기존의 생각을 잘 바꾸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AI는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주저하지 않고 매수·매도를 한다. 투자 성향에 맞는 무궁무진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고, 기관과 개인 투자자의 정보 격차를 줄여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단점은 깊이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 종목을 깊게 파는 건 사람보다 훨씬 불리하다. 초기 AI는 로보 어드바이저처럼 한정된 분야에만 적용됐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뉴스도 그냥 세는 정도에 그쳤다. 근데 최근 AI는 사람처럼 해석 능력이 발달하고 있다. 기존의 금융시장 데이터뿐만 아니라, 언어를 이해하는 기술(NLP)로 얻은 정보도 포함해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S&P 다우존스 인덱스에서 발표하는 리서치 자료 중에 펀드 매니저들이 벤치마크 대비 실제로 초과 수익을 내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SPIVA 성적표’를 보면, 5년의 기간 동안 실제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을 내고 있는 펀드매니저들은 전체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크래프트 AI 모델은 이 수준을 따라잡았다고 본다.”

(왼쪽부터)폴 유 FSITC투자신탁 회장, 시노자키 유이치로 소프트뱅크 전무, 김형식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 대표이사가 AI 기반 금융투자기술 개발 협력을 발표하고 있다. /FSITC 투자신탁 제공

─FSITC·BNP파리바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이 많다. 비결이 있나.

“최근 대만 국영 금융그룹인 제일은행 계열 운용사 FSITC투자신탁과 AI 기반 금융투자기술 개발 협력식을 했을 때 일이다. 당시 대만에서 협약식 후 일종의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는데, 무려 2~3시간 동안 질문이 그치질 않았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 같다.

지역적 이점도 있다. 미국의 경우 이미 대형 금융사가 많고 업계가 성숙해서 스타트업이 생겨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스타트업이 움틀 자리가 있다. 개발자 역량도 평균적으로 뛰어난데, 미국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영입할 수 있다. 또 주식으로 분야를 세분화해서 공략하니 경쟁업체도 별로 없어서 많이 찾는 것 같다.”

─LG와도 ETF를 개발했는데.

“LG AI연구원에서 개발한 자본시장 예측 및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 모델을 크래프트의 AI ETF 운용 프로세스에 통합했다. 해외에서 정말 신기하게 생각한다. LG는 가전제품으로 유명해서 AI 기업이라고 생각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마치 세탁기로 유명한 독일 기업 밀레에서 ETF를 출시한 느낌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관심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LG는 AI에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는 곳이다. 배터리 사업을 하다 보니 원자재 가격이 중요해서 이미 AI로 리튬 가격 예측 등을 해오고 있었다. LG AI 연구원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 AI 모델은 세계 최대 시계열 예측 경연인 ‘M6′ 대회에서 수익률 부문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부분이 주가를 예측하는 것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협업하게 됐다. 성과도 나쁘지 않다. ETF를 상장한 지 5개월 정도 됐는데, 수익률이 20% 정도 왔다 갔다 한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제공

─미국 시장에 ETF를 상장했는데, 상승장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지.

“개인적으론 우상향한다고 본다. 물론 조정은 있겠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구조상 주식 기반의 경제 시스템을 잘 설계해 놨고, 주체별 인센티브도 주가가 올라가는 쪽으로 돼 있는 등 우리나라랑 차이가 커서다. 그렇게 본다면 효율적 시장 가설을 전제로 시장수익률만큼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베타 투자 전략을 일부 가져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 시그널도 AI가 예측할 수 있나.

“단기적인 예측은 결국에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완전 효율적인 시장이면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비트코인 시장 참여자를 보면 기본적으로 주식 시장보다 투기 목적의 투자가 많다.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은 셈이다. 시장 규모도 크지 않고 급등, 급락이 많다. 변동성이 큰 시장이라 (주식시장보다 어렵기는 하지만) 데이터적으로 잘 분석해서 접근하면 예측 가능하다고 본다.”

─비트코인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오면 가격이 더 오른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반감기는 너무 큰 시그널인데, 아직 네 번밖에 없어서 통계적으로 큰 가치가 없다. 물론 반감기 네 번 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다 올랐다고 하면 다섯 번째도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반감기는 공급이 적어져서 가격이 오른다는 논리임을 고려할 때, 이미 비트코인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는 의문이다.”

김형식(앞줄 가운데)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가 2019년 5월 뉴욕증권거래소 ETF상장 기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제공

─미래 자산운용의 모습은.

“트레이딩의 영역은 AI가 거의 다 잠식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고, 이미 그렇게 된 것 같다. 사람들은 숫자에 대한 분석 등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 오히려 인문학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그동안 AI는 데이터 계산에 치중하고 이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건 여전히 사람이 필요했지만, 이젠 그것도 자동화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나.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좋은 회사를 찾는 게 중요하다. 어차피 잦은 트레이딩이나 단타는 점점 더 어려워질 확률이 높다. 기존에도 단타로 돈 버는 사람들은 적었지만 이제는 AI가 그 자리를 대체하면서 진짜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사람이 잘할 수 있는 걸 찾아야 한다. 긴 안목에서 봤을 때 산업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그러면 어떤 기업이 성장할지 등의 통찰력이다. 이건 AI가 절대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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