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먼의 오판? 다저스가 버린 특급 기대주, ML 폭격하고 신인왕으로?[슬로우볼]

안형준 2024. 4.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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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다저스의 판단이 틀렸던 것일까. 부시가 컵스에서 심상치 않은 모습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는 지난 1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다저스는 컵스에서 마이너리거 2명을 영입했고 빅리그 경력이 있는 두 선수를 내줬다.

다저스가 영입한 선수는 2004년생 좌완투수 잭슨 페리스와 2005년생 외야수 자이어 호프. 페리스는 202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더였고 호프는 지난해 드래프트 11라운드에서 컵스가 지명한 선수였다. 두 선수 모두 굉장히 어리지만 특급 평가를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컵스에 내준 선수는 1994년생 우완 불펜투수 옌시 알몬테, 그리고 1997년생 내야수 마이클 부시였다. 컵스는 즉시전력 선수 두 명을 얻었고 다저스는 유망주를 품었다.

다저스는 로스터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겨울 FA, 트레이드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인 만큼 40인 로스터에 빈 자리를 만들어야 했고 중복 자원을 추려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필승조가 아닌 불펜투수 알몬테와 내부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내린 기대주 부시를 포기했다.

부시는 다저스가 2019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1순위로 지명한 선수였다. 대학 신인이었던 부시는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만큼 큰 기대를 모았다. 2021년부터 꾸준히 TOP 100 유망주에 선정됐고 마이너리그 성적도 빼어났다.

대학리그 3년 동안 184경기 .282/.429/.492 32홈런 142타점 14도루를 기록한 부시는 마이너리그에서 4시즌 동안 357경기 .283/.390/.529 79홈런 267타점 10도루를 기록했다. 프로 무대에서도 아마추어 시절 만큼이나 뛰어난 타격을 이어갔다. 가장 높은 레벨인 트리플A에서도 209경기 .293/.385/.544 48홈런 169타점 7도루를 기록한 부시는 타격 능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기대주로 보였다.

하지만 빅리그의 벽은 높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부시는 27경기에 출전했지만 .167/.247/.292 2홈런 7타점 1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정교함은 부족했고 장타력도 돋보이지 않았다. 강한 타구를 날릴 힘은 있었지만 공을 제대로 띄우지 못했고 결국 아쉬운 수치와 함께 데뷔 시즌을 마쳐야 했다.

부시는 1,2,3루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지만 다저스는 이미 1루에 프레디 프리먼, 3루에 맥스 먼시가 있었다. 중앙 내야수로는 가빈 럭스가 있었고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하며 지명타자 자리는 향후 10년 동안 다른 어떤 선수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이미 26세가 됐다는 것은 걸림돌이었다. 프리먼이 2027년, 먼시도 최대 2026년까지 다저스에 머물 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과의 계약이 끝날 때까지 부시를 마이너리그 혹은 벤치에 둘 수는 없었다. 다저스는 라인업의 유일한 약점이었던 2루수로 부시를 기용하기 위해 마이너리그부터 여러 시도를 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저스는 부시를 기다리지 않았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어느 포지션에서든 '마이너스' 수비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부시에게 보장해 줄 자리가 없다는 판단을 빠르게 내렸다. 다저스에는 부시와 역할이 겹칠 수 있는 또 한 명의 유망주 미겔 바르가스도 있었다. 결국 다저스는 여전히 TOP 100 유망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부시에게 '수비력 미달' 성적표를 매겨 다소 헐값에 처분했다. 그리고 골드글러브 외야수인 무키 베츠를 내야로 이동시켰다.

컵스는 1루가 고민이었다. 기대주 맷 머비스가 지난해 데뷔해 아쉬운 모습을 보인 컵스는 1루수가 필요했고 좌타자도 부족했다. 다저스가 1루수를 소화할 수 있는 좌타 기대주 부시를 준다는 것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부시는 마이너리그 옵션도 두 개나 남아있어 부담도 덜했다.

부시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기대감을 키웠다. 시범경기 18경기에서 .261/.340/.543 3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준수한 봄을 보냈다. 그리고 주전 1루수로 정규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시즌 첫 5경기에서 안타 2개에 그치며 지난해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듯했지만 지난 4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3안타를 몰아친 것을 시작으로 달라졌다. 4일부터 15일까지 10경기에서 .389/.425/.889 5홈런 11타점을 몰아치며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11일부터 15일까지 4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컵스 구단 최장 연속경기 홈런 타이 기록에 1개를 남겨뒀다.

부시가 시즌 첫 15경기에서 기록한 성적은 .327/.393/.694 5홈런 11타점. 이는 먼시(.246/.342/.492 4HR 12RBI), 프리먼(.299/.400/.403 1HR 8RBI)은 물론 오타니(.338/.386/.662 4HR 10RBI)와 비교해도 오히려 더 좋은 수치다. 부시가 '부적격' 판정을 받은 다저스 2루는 현재 '유격수 부적격' 판정을 받은 럭스가 지키고 있다. 당초 2루수를 맡을 예정이었던 베츠가 유격수로 이동한 상태. 럭스는 올시즌 첫 15경기에서 .163/.226/.184 2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물론 수비 측면에서는 럭스가 더 안정적이지만 공격력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타구 질은 물론 기대지표도 훌륭하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부시는 현재 거의 모든 타격 기대지표에서 리그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평균 시속 92.7마일의 강력한 타구를 높은 발사각도로 쏘아올리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헛스윙과 삼진이 리그 평균보다 조금 많다는 것을 제외하면 타석에서 만큼은 흠잡을 곳이 없는 선수다.

다저스를 이끌고 있는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웬만해선 특급 유망주를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다. 물론 필요에 따라 특급 기대주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다저스를 떠나 성공한 특급 유망주는 극히 드물었다. 맥스 슈어저, 트레이 터너 영입을 위해 워싱턴 내셔널스로 보낸 조시아 그레이, 키버트 루이스를 비롯해 윌리 칼훈, 미치 화이트, 호세 디 레온, 그랜트 홈즈 등 다저스를 떠난 대부분의 유망들은 '특급 선수'로 성장하지 못했다. 그레이는 지난해 올스타에 선정됐지만 에이스급 투수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었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부시의 타격 성적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반대로 트레이드를 계기로 이대로 특급 선수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루키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부시는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다.

다저스에서 실패한 유망주였던 부시는 다른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과연 부시가 컵스에서 스타로 날아오를지 주목된다.(자료사진=마이클 부시)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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