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도 전문직 도전... 노무사 응시 3배·감정평가사 4배 늘어

김아사 기자 2024. 4. 16.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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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공부하는 2030세대
일러스트=박상훈

서울의 한 중견 광고 업체에 다니는 입사 3년 차 박모(30)씨는 최근 공인노무사 자격증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박씨는 “집도 사고 결혼도 하려면 연봉이 높아져야 하는데, 이직보다 전문직이 되는 게 효율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올해 말쯤 퇴사하고 시험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 전문직 자격증 시험 응시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공인노무사는 1만2662명이 신청해 2018년(4744명)보다 응시자가 3배로 늘었다. 2만3377명이 지원한 세무사, 6746명이 지원한 감정평가사도 같은 기간 2배, 4배로 응시자 수가 증가했다. 교육계에선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뿐 아니라 박씨처럼 20~30대 젊은 직장인들까지 대거 전문직 시험에 뛰어든 결과라고 풀이한다.

실제 최근 스터디 카페에선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은 직장인이 수험서나 문제집을 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이들은 학생과 달리 낮보다 밤, 평일보다 주말에 장시간 공부하는 게 특징이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등에는 함께 공부하거나, 공부 시간을 서로 체크해주는 모임을 구하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수백개씩 올라 온다.

그래픽=박상훈

20~30대가 회사를 그만두면서까지 전문직에 도전하는 이유는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근무 환경 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이들 전문직 중 상위 25% 연봉은 1억원에 육박한다. 개인 편차는 있지만 대형 법인에 들어갈 경우 연봉 상승액이 훨씬 크다. 개업할 경우 영업 활동이 필요하지만 보상은 더 커질 수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MZ 세대에겐 시간 투입 대비 보상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한 만큼의 성과와 안정이 보장된 전문직이 직업관에 더 부합한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했다.

20~30대가 갖는 조직 문화에 대한 반감도 이유로 꼽힌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회사란 곳은 여전히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고, 나이가 들수록 ‘예’만 반복해야 곳이라는 인식이 깊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경직된 조직문화’는 매번 퇴직 이유의 상위권을 차지한다.

전문직 인기와 맞물린 공무원 응시 감소도 이런 현상을 대변한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채용 시험 평균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30대들에게 공무원은 낮은 연봉, 경직된 조직 문화가 깔린 곳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1년가량 준비한 공무원 시험 대신 공인노무사 준비로 전환한 김정상(29)씨는 “한 직장을 꾸준히 오래 다니는 장점이 거의 없는 데다, 전문직이 성공 기회가 훨씬 더 많은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공인노무사, 감정평가사, 세무사 등 전문직 시험이 대부분 법을 다루는 문과형 시험이라는 데도 주목하고 있다. 이들 시험의 과목은 노동법, 상법, 세법, 민법 등인데, 이는 법학, 행정학 등 문과 출신들이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에서 이과 인재를 선호하고, 이들에 대한 보상이 큰 폭으로 늘면서 상대적으로 위축된 문과 출신들이 전문직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직 도전으로 퇴사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커졌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한 달간 500대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기업 신규 입사자의 16.1%가 1년 내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사 6명 중 1명은 1년 새 퇴사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이 1인당 2000만원가량이라고 했다. 채용 절차를 재진행하고 사람을 교육하는 데 매년 엄청난 비용이 소모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다른 회사로 옮기겠다면 붙잡기라도 하지만, 전문직 시험을 보겠다고 하면 설득할 명분도 유인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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