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철강 업계 ‘비상등’
중 정부, 설비 투자 보조금 ‘펑펑’
한화토탈·여천NCC, 반덤핑 제소
무역위, 3건 조사 착수…대응 모색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한국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중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물량을 쏟아내는 석유화학과 철강 업종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덤핑 조사 신청 건수는 8건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에도 3월 말까지 3건의 반덤핑 조사 신청이 접수되는 등 값싼 수입품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회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덤핑이 인정되면 정부는 덤핑방지관세(반덤핑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반덤핑 조사는 중국산 석유화학 제품에 집중됐다. 이달 무역위는 저가 공세를 이어가는 중국산 스티렌모노머(SM)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SM은 가전에 들어가는 합성수지, 합성고무 등을 제조하는 데 쓰이는 필수 석유화학 원료다. 한화토탈에너지스와 여천NCC는 중국산 SM이 과도하게 낮은 가격으로 수입돼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제소했다.
이들 회사가 제출한 피해 증빙 자료를 보면, 2021년 5만9787t이던 중국산 SM 수입 물량은 2022년 18만6026t으로, 불과 1년 만에 211.1%나 급증했다. 2023년에는 9월 기준 누적 수입 물량이 22만746t으로 전년 수입 물량을 웃돌았다. 빠르게 수입 물량이 늘어난 데는 값싼 가격이 영향을 미쳤다. 2021년 t당 1264달러였던 SM 평균 수입가격은 2023년에는 1~9월 평균 1069달러로 떨어졌다.
무역위는 지난 1월에는 중국산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수지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티케이케미칼은 “중국산 PET 수지의 덤핑 수입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며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1987년 이후 반덤핑 조사 신청 현황을 보면 화학 업종이 6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종이·목재(38건), 제철·금속(30건) 등의 순이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03건으로, 2위 일본(57건)의 약 2배나 됐다.
국내 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충남 대산 SM공장의 가동을 멈춘 데 이어 최근에는 전남 여수 SM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은 중국 등 일부 해외법인과 생산기지를, 티케이케미칼은 폴리에스터 사업 부문을 각각 정리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지난해 석유화학 수출은 15.9% 줄었다. 중국산 저가 공세로 지난해 철강 수출도 전년 대비 8.5%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5% 줄었다.
이러한 위기 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방중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를 공개 지적했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2027년까지 산업 설비 투자를 25% 이상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산업 설비 업그레이드 계획을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고부가가치·친환경 제품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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