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신설, 고수익 보장" 허위분양광고, 안 사라지는 이유 [법잇슈]
민사소송 대처하려면 대행사-시행사 관계 입증해야
“분양상가 근처에 곧 지하철역과 기반시설이 생기고, 월세로 고수익이 보장된다”
2022년 2월 50대 대기업 임원 A씨는 상가분양대행사 직원의 이 같은 말만 믿고 10억9000만여원에 상가 분양 계약을 했다. 그러나 역세권이 된다거나 기반시설이 생긴다는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었다. 심지어 대행사 직원은 “계약금만 내면 중도금은 무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중도금 날짜가 다가오자 “개인 신용 때문에 무이자 대출은 안 된다”고 말을 바꿨다. 노후 대비를 계획하던 A씨는 순식간에 분양사기 피해자가 됐다.
◆분양사기, 사기죄 처벌 어려워
새변에 따르면 분양사기는 사기죄 성립이 어렵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해야 하는데, 분양사기의 경우 부동산 투자자로부터 실제 금전을 받는 주체는 시행사이고 허위 광고를 한 대행사는 직접적으로 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행사의 허위 과장 광고에 시행사가 관여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사기죄를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은퇴를 준비하던 B씨 역시 유사한 피해를 당했다. 새변에 따르면 2021년 11월 B씨는 도봉구 창동민자역사 상가 분양대행광고에 실린 ‘2024년 하반기 완공 시부터 임대수익 연 5% 5년간 보장’이라는 설명을 믿고 상가 2개 호실을 각 3억9080만원씩 총 7억8160만원을 내고 계약했다. 하지만 준공일이 계속 늦어져서 2026년으로 완공예정 시기가 미뤄졌다. B씨는 시행사에 따졌으나 시행사측은 분양대행사에서 임의로 만든 분양광고여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형법상 분양 사기범 처벌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부당한 표시광고가 적용될 수 있다.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점이다. 부당광고의 경우 형량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불과하다. 분양대행 수수료가 통상 1000만∼3000만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사기 범죄를 막기 어려운 수준이다. 새변 공동대표 송지은 변호사(법무법인 중현)는 “솜방망이 처벌로 분양대행사 직원을 규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허위설명과 과장광고는 기승을 부리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노후를 준비하는 개인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무자격자 판치는 분양대행업…자격요건화해야
분양대행업자의 자격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 전문 자격증을 갖춰야 하는 공인중개사와 달리 영세 분양대행업에 대해선 자격요건과 의무, 금지행위 등을 규율하는 법률상의 규정이 없다. 주택법의 분양대행에 관한 규정은 분양대행업자에게 교육을 요구하지만 해당 규정은 주택법에 따른 주택을 분양하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다세대 주택,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생활숙박시설 등에는 대상이 아니다.
이에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 등이 부동산분양대행업의 관리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분양대행업자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고 소비자에게 부동산에 관한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를 제공하여 분양을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는 못했다.
송 변호사는 “주택법의 분양대행에 관한 규정도 분양대행자에게 8시간이라는 1번의 교육밖에 요구하지 않는다”며 “주택 분양대행자 표준 교육과정도 주택공급 정책의 이해, 주택공급 관련 법령 총론, 주택공급실무, 분양대행자 기본 소양, 분양광고 시의 개인정보 및 판매윤리에 제한된다. 2번의 시험을 거쳐야 하는 공인중개사와는 달리 자격요건이 너무나 간소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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