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바다 위 어린이들의 지옥…선감학원을 아시나요

송재윤 작가 2024. 4. 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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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경기도 안산에는 일제 강점기부터 40년 동안 어린이와 청소년 수천 명을 가둬놓고 강제노역 시킨 곳이 있습니다


선감학원이라고 불렸던 이 시설에선 최근에도 아이들의 유해가 대거 발굴됐는데요.


아동 인권 침해로 얼룩졌던 아픈 역사, 진실화해위원회 김진희 전 팀장에게 자세히 들어봅니다. 


선감도는 경기도 안산 인근의 섬입니다. 


이곳에 왜 선감학원이 만들어지게 된 겁니까?


김진희 /  前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팀장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1년 10월 조선총독부의 지시로 경기도 사회사업협회는 기부금 50만 원으로 선감도 전체를 매수하여 학원을 설립하고, 1942년 4월 처음으로 200명의 소년이 수용되었고 5공화국 초기인 1982년 9월까지 운영되었습니다. 


일제의 선감학원 설립목적은 "사회 반역아 등을 보호·육성하여 대동아 전쟁의 전사로 일사순국할 인적 자원을 늘리자"라는 취지였습니다.


실제 선감학원 피수용 아동 중 일부는 강원도 삼척 등 탄광 노동자로 강제동원되었습니다. (매일신보, "잘있거라 선감도 이제부터 광업전사", 1944. 6.)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아동들을 강제 수용할 후 가혹한 훈련을 통해 태평양 전쟁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있었습니다.

일제가 선감도에 선감학원을 만든 목적은 아동에 대한 강제징용이라는 선감학원 운영 목적을 은폐하기 좋고, 강제 수용한 아동들이 탈출이 용이하지 못하다는 이유였을 것입니다.


섬은 아동보호시설이 위치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장소입니다.


경기도에서도 섬에 위치하고 있어 '아동들이 심리적 고립감을 느낀다.','관리자를 구하기 어렵다.','탈출로 인한 익사자가 많다' 등의 문제점을 1950년대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폐쇄 시까지 선감학원을 육지로 이동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선감학원을 선감도라는 도유재산을 관리를 위한 관리분소로 이용하기 용이했기 때문입니다. 


서현아 앵커

아동 보호였던 목적과 달리 실제로는 아동을 강제로 감금하고 가혹 행위가 자행되었다, 당시 시설 내 상황, 구체적으로 어땠습니까?


김진희 /  前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팀장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선감학원 운영목적을 조사한 결과, 선감학원은 명목상 부랑아 수용보호 및 직업보도를 위해 설립됐지만, 실제 선감도 도유지 등 도유재산 관리를 위해 운영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선감학원에 인력 구성도 효율적인 선감도 도유재산 관리에 맞게 배치되어 아동양육 및 교육과는 거리가 멀었고, 선감학원에서 아동들에게 제공한 생활환경 또한 감금·격리를 목적으로 하여 매우 열악하였습니다.


선감학원 운영 구성원은 6명 정도의 일반 행정직 공무원과 그 외 임시직, 고용직 등인데 선감학원이 운영되었던 40년간 공무원 중 아동 관련 전문가는 2명 이하였고 대부분이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당시 아동복리법에 의하면 수용아동 15명당 1명의 보모를 채용해야 하는데 선감학원은 1968년 이후 단 한 해도 아동복리시설설치기준령에 부합하는 인원의 생활지도원과 보모를 채용한 적이 없었습니다.


선감학원은 사장, 반장 등의 아이들만의 위계질서를 만들어 군대식으로 운영하였습니다.


성인들은 아이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선감학원은 이런 풍경이 떠오릅니다.


학교 교실과 같은 구조의 건물의 복도의 마룻바닥에 곡괭이가 끌리는 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나고 각 방에 여덟 살부터 십 대 후반의 남자아이들이 겁에 질려 무릎을 끓고 앉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차례로 매질이 끝난 후, 알몸으로 잠을 청하는데 이불은 충분하지 않고 방은 매우 비좁아 빽빽하게 모로 누워 잠이 듭니다.


밤에는 다시 또 다른 폭력으로 지옥이 됩니다.


이 때 트라우마로 현재까지 괴로움으로 잠도 못 자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서현아 앵커

당시 피해자와 사망한 원생들이 얼마나 됩니까?


김진희 /  前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팀장

정확한 수치는 파악이 힘듭니다.


선감학원 개원부터 폐쇄 시까지 선감학원에 수용된 아동의 수는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기도가 제출한 선감학원 수용아동 원아대장은 총 4,689건입니다.


일부는 유실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원아대장 4,689건에 기재된 퇴소 사유는 귀가, 전원, 탈출, 고용위탁, 사망, 미기재, 기타로 구분됩니다.


이중 사망자는 24명에 불가합니다.


굶주림과 폭력, 강제노동 등에 시달리던 원생들 중 상당수가 섬에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선감도 주변 서해 갯벌 물살이 센 데다 수심이 깊어 많은 원생들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열악한 환경으로 영양실조 등의 병에 걸리거나 부상을 당해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희생자도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두 차례 유해 발굴을 통해서도 24명보다 더 많은 수의 희생자가 있음이 확인된 바입니다.


탈출은 824건, 미기재 642건, 기타 590건입니다.


24명의 사망자 이외 탈출, 미기재, 기타의 건에 대한 희생자 범위도 진실규명 대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최근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에서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을 인권침해 피해자로 판단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어떤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진희 /  前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팀장

첫째는 피해자의 명예회복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국가와 관련 국가기관인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법적 근거 없이 강제 구금한 행위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경기도지사가 사과를 했지만 책임에 대한 사과가 아닌 도의적인 사과라고 표현했고, 경기도지사를 제외하고는 어떤 국가기관도 현재까지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권고안 (다)항의 이행입니다.


(다)항에서는 행정안전부와 경기도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활동 종료 이후에도 추가 확인되는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규명활동을 제도화하여 피해인정 및 피해지원을 위한 시책을 마련하고, 담당 부처를 지정하여 해당 업무를 추진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선감학원 피해자는 오천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진실화해위원회에 접수된 인원은 230명입니다.


진화위 조사접수 종료 후에도 많은 분들이 추가 조사를 문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 번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피해보상 범위 확대입니다.


경기도 외 거주자와 유가족에 대한 동일한 피해보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과거의 아픔에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상처를 회복하기 위한 후속조치도 이어지길 바랍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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