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그리며 담은 '바람의 세월'…세상과 맞선 아버지의 3654일
생존자들, 또 가족들은 그날의 기억을 안고 10년을 보냈습니다. 수학여행 가는 딸을 학교 앞에 내려준 게 마지막이었던 아버지는, 참사 이후 3654일 동안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고 이걸 영화로 엮었습니다.
함민정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세월호 참사 하루 전날, 이곳에 딸 지성이를 내려줬습니다.
그리고 다신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문종택/고 문지성 학생 아버지 : (4월이) 저한테는 굉장히 잔인하죠. 시곗바늘처럼 이렇게 뒤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이름이라도 한 번 불러 봤었으면.]
단원고 2학년 1반 '지성이 아빠' 문종택 씨의 시간은 아직도 참사 당일에 멈춰있습니다.
하지만 야속한 세상의 시간은 계속 흘러갔습니다.
[문종택/고 문지성 학생 아버지 : 10년이 흘렀는데 왜 사고가 났는지를 모르고 있잖아요.]
그래서 매일 4시 16분에 휴대전화 알람을 맞춰놨습니다.
[문종택/고 문지성 학생 아버지 : 나는 자랑스러워야 할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끝까지 진실 규명을 할 것을 다짐합니다. 이 소리가 울리면 항상 이렇게 (생각해요).]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평범했던 아버지는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문종택/고 문지성 학생 아버지 : (영상으로) 정확하게 기록해서 '너네들 이거 아니야' 맞설 수 있다.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
2014년 8월 처음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작은 편집실은 아버지가 딸을 위해 세상과 싸울 준비를 하는 곳이었습니다.
[문종택/고 문지성 학생 아버지 : 대략 (하루에) 한 14시간에서 18시간. 예전에는 그냥 여기서 자기도 하고.]
그렇게 작은 카메라 안에 유족들의 3654일이 쌓였습니다.
5천 개를 넘긴 영상은 조각조각 모여 영화 '바람의 세월'이 됐습니다.
영화가 개봉하는 날에도 그날을 기록했습니다.
[문종택/고 문지성 학생 아버지 : 2024년 (4월 3일) 목포 신항 철재부두. 세월호를 기록합니다. 현재 시간 10시 12분. 오늘 날씨 흐리고 비. 안개 조금.]
아버지는 슬퍼하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했습니다.
[문종택/고 문지성 학생 아버지 : 울라고 만든 영화가 아니고, 흥행이 (목표가) 아니고 다음 세대들이 많이 봐서 너희들은 이런 사회에서 안 살았으면.]
10년 만에 이제 한 걸음 나아가려는 아버지에게 현실은 여전히 버겁습니다.
[문종택/고 문지성 학생 아버지 : (평범한) 엄마, 아빠들이 투쟁가가 되는 그런 과정들의 10년의 발걸음. 그런데 세상은 저희들을 정치꾼으로 몰고. 오히려 참사로 더 많은 가족을 끌어안고 연대해야 하는 현실에 더욱더 참담해지는…]
그래도 이 10년 간의 기록이 세상을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아버지의 시간도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화면제공 시네마 달 4.16TV]
[영상자막 장희정 / 취재지원 서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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