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인데 금값 오르는 이유는?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2024. 4. 1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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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N시선] 단순한 투기인가, 막대한 부의 이전인가

금 가격이 올해 들어 온스당 300달러 이상 상승했다. 누적 상승률로는 약 15%. 미국의 대형 할인점인 코스트코에서는 골드바가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한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8월부터 1온스 골드바를 온라인으로 팔기 시작했고 올해 1월부터는 은화를 팔기 시작했다. 매달 코스트코에서 발생하는 금과 은 매출은 각각 2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미국 내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금을 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KBS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젊은 세대도 금에 관심이 많다. ‘금콩’이라고 불리는 1g짜리 금 조각을 사서 모으고, SNS에 올려 인증하기도 한다.

Gold Bar Sales Are Surging at Costco. Why?(24.04.12 New York Times)
Why gold prices are at record highs (24.04.09 CNN)
"미국 MZ세대 금 사고 자랑하더니"...금값 또 사상 최고(24.04.12 한경비즈니스)
금값 3천달러 가나?...중국 청년들이 무섭게 사들이는 '금콩'의 정체 [뉴스in뉴스](24.04.09 KBS)
금값이 '금값'’ 이례적 고공행진... 왜?(24.04.09 한겨레)

<한경비즈니스>는 "최근 금값은 기존 공식을 깨고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과 달러는 통상 반대로 움직였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주식 시장이 불안해지면 위험 회피와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돈이 금으로 향했다. 달러가 오르면 안전자산 수요가 달러로 몰리면서 금 수요가 줄고 금값이 하락했다. 지금은 그 공식이 깨졌다."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11월 이후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

KBS는 금값이 "왜 갑자기 올랐을까 전문가들도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은데, 금이 오래 오르다 보니까 투기 수요가 붙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때문에, 거시적으로는 지난 2년간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많이 사들였기 때문에 금값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중앙은행들이 매입한 금의 양은 1037톤으로, 2년 전의 1082톤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양이었다.

<한겨레>는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 가격이 경제 위기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위험 자산인 주식 등과 함께 고공 행진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금 가격을 1온스(약 28.35g)당 35달러로 고정했던 브레턴우즈 체제가 깨진 1970년대 이래, 금값은 대체로 금리 및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였던 까닭이다." <한겨레>는 금값이 비싸진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금값이 장기간 우상향하며 투자 매력이 상승했고 최근에는 투기 수요까지 가세했다. 둘째, 중동 확전 우려 등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어 안전 자산을 함께 보유하려는 심리가 있다. 셋째, 공급망 악화로 금 수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US dollar, gold rises are 'anomalies', says Bridgewater's Karniol-Tambour (24.04.04 Reuters)
Gold prices are forecast to rise 6% in the next 12 months(24.02.22 goldmansachs.com)
골드만 "올해 금값 2700달러 간다"…기존 전망보다 상향(24.04.13 뉴스핌)
Gold: Retaining a positive long-term outlook (24.04.08 UBS)
A great wealth transfer is underway: How the West lost control of the gold market(24.04.05 RT)

CNN은 "요즘에는 모두가 금을 사고 있는 것 같다"면서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금값 상승의 주요 동력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CNN에 따르면 금값 상승에는 다른 요인도 있다. 중국 등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금을 매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3월까지 17개월 연속으로 금을 사들였고, 인도와 튀르키예의 중앙은행도 금 보유를 크게 늘렸다. 특히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 고속 성장하면서 금 매입량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었다.

▲어느 나라 중앙은행이 금을 많이 샀나? (2021-2023) 출처: goldmansachs.com

CNN은 금에 투기 수요가 일부 가세했다고도 전했다. 금값이 오르자 투자자들이 모여들어 가격을 더 끌어올린다는 것. 또 마지막으로 올해 미국 대선을 포함해 60개국 이상이 선거를 치른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금은 전통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의 시기에 보유하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의 공동 CIO(최고투자책임자)인 캐런 카니올-탬버는 최근 달러와 금의 가격 흐름이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재정적자를 감안하면 미국 달러가 지금처럼 강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또 지정학적 우려가 금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12개월 동안 금값이 6%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는 각국의 중앙은행들(특히 중국과 인도의 중앙은행)이 금을 많이 매입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투기 수요 및 금 소매 수요의 증가를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투기 수요와 관련해서, 최근 금 ETF에는 자금 유입이 없었으며 ETF 자산총액은 계속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경우 ETF 자산총액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는 2024년 연말 금값 예상치를 온스당 2300달러에서 2700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중앙은행들의 매수세와 안전자산 수요로 올해 내내 금값 상승 동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투자은행 UBS 역시 2024년 연말 금값 전망치를 기존 2250달러에서 2500달러로 수정했다. 또 UBS는 최근의 금값 상승은 전통적인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의 뒷받침이 없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기존에 원자재 실물 구입을 하지 않았던 참여자들이 금값 상승장을 주도했고, 기존에 금 ETF를 매입하던 참여자들은 최근까지 순매도 포지션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UBS에 따르면 금을 매입한 새로운 참여자들은 "중앙은행들과 아시아 투자자들"이다. 최근의 금 시장에 과거의 공식과 다른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여러 투자기관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5년간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그래프(검정색선, 위아래 역전됨)와 금값 그래프(노란색선)를 같이 표시한 것. 22년의 어느 시점부터 변화가 일어났음이 확인된다. 출처: longtermtrends

마지막으로 러시아 국영언론인 <RT>에 올라온 '막대한 부의 이전: 서방은 금 시장의 주도권을 잃었다A great wealth transfer is underway: How the West lost control of the gold market'라는 글을 소개하려 한다. 이 글은 지금 금 시장에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몇몇 구절만 소개할 경우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고, 긴 글을 전문 번역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으므로 요약 번역이라는 형식으로 소개한다.)
<요점>

부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금의 가격을 결정하는 힘이 서방에서 동방으로 넘어오고 있다.

<요약 번역>

수천 년 동안 금은 가치 저장 수단이었다. 교역은 금을 매개로 이뤄지거나 금 태환이 가능한 지폐로 이뤄졌다. 그러다 1971년 미국이 일방적으로 달러의 금 태환을 정지(브레턴우즈 협정 폐기)하면서 금의 역할에 변화가 생겼다. 그때부터 금은 주기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다른 자산처럼 거래되었다. 그리고 금 시장에서 금값을 결정하는 주체는 대체로 서양의 기관투자가들이었다.

1974년부터 금 선물 거래가 시작되어, 실물 금이 아닌 서류상의 금을 사고팔게 되었다. 투기적 거래도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실물 금은 유한하지만 금 파생상품의 양은 무제한이다. 현재 시장에는 실물 금보다 서류상의 금이 훨씬 많다. 실물 금이 11조 달러라면 서류상 금은 200~300조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금 가격은 실물 금에 대한 수요가 아니라 서방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수요에 의해 결정되었다. 서방 기관투자가들은 미국의 실질금리가 하락할 때는 금을 매입했고, 실질금리가 상승할 때는 금을 매각했다. 금리가 높을 때는 금 보유의 기회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 만약 지금까지 서방 기관투자가들의 돈이 가격을 결정하고 있었다면, 실물 금의 주인이 바뀔 때 상대편은 누구였을까?

동방이었다. 서방 기관들은 증시가 강세장(bull market)일 때 동방에서 금을 사들이고 약세장(bear market)일 때는 금을 동양에 팔았다. 그리고 주도권은 서방이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2022년까지 확고하게 작동하는 법칙이었다.

2022년은 미국이 러시아 자산을 동결한 해였다. 우연이든 아니든, 그해에 일어난 일은 미국의 실질금리와 금 가격의 상관관계가 깨졌다는 것이다. 그 상관관계는 아직도 복원되지 않았다.

2022년 3월 미국 연준은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금값은 하락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회복력이 좋았다. 2022년 9월부터는 미국의 실질금리-금값의 공식이 깨졌다. 금리는 제자리였는데 금값 상승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2023년에는 미국의 실질금리가 상승했다. 앞서 설명한 대로, 금리가 높으면 서방 기관투자가들은 채권, 주식, 머니마켓펀드(MMF) 등의 자산으로 옮겨가면서 금을 매각한다. 그러면 보통 투매로 금값이 하락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값이 하락하지 않고 오히려 15%나 상승했다.

그 시기에 금을 판매한 시장 참여자는 서방의 기관투자가들이 아니었다. 서방의 금 ETF 재고는 감소했다. 2024년 2월까지 금 ETF에서 유출된 자금은 57억 달러인데, 그중 47억 달러가 북미에서 유출되었다. 그러는 내내 금 가격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각국 중앙은행들과 중국 민간 부문에서 실물 금에 대한 왕성한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첫째, 금 가격이 단순한 투기 수요보다 실물 금 수요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트럭으로 금을 실어오고 있으며 런던과 스위스의 도매시장은 금을 수출한다. 금은 동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둘째, 조용히 금을 사들이는 것은 일종의 '탈달러화'로 볼 수 있다. 달러의 무기화로 세계 각국이 달러 보유의 위험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의 부채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지금과 같은 이자 비용을 계속 감당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므로 결국 금리를 인하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셋째, 또 하나의 측면은 브릭스 국가들이 자국 화폐로 교역을 점점 많이 한다는 것이다. 자국 화폐로 하는 교역이 늘어나면 무역수지의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중립적인 지불준비 자산이 필요하게 된다.

금이 서방에서 동방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실제로 부가 이전된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서방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의 의미를 심각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지금까지 금값의 변화에 관한 보도와 분석을 모아서 소개했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최근 금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배경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도 있고, 투기 수요도 있고, 지정학적 변화도 있다. 시장의 변화를 계속 지켜보면 어떤 요인이 가장 중요했는지가 드러날지도 모른다. 또 이 글은 투자에 관한 조언이 아님을 밝혀둔다. 앞으로 지정학적 변화에 대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관점을 소개하는 경제 기사가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livewith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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