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근 칼럼] 의사만이 아니라 변호사도 늘려야

2024. 4. 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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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근 K정책플랫폼 연구위원·홍익대 법대 교수

한국은 최근 의사정원 문제로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어느 나라든 의사와 변호사는 그 사회의 필수적 기둥인데 그 인력 규모를 설정하는 기준은 명확하게 정립되지 못한 듯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우리의 헌법 제1조는 국민의 수요를 중심으로 모든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국민의 수요가 아니라 공급자인 의사와 법조인의 기대소득 수준에 맞추어져 인력 공급이 결정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국 국민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의료 부문과 함께 법조 부문의 인력 확보도 시급하다. 한국은 세계 13위의 GDP 규모에 걸맞게 OECD 대표 국가와 비슷한 수준의 변호사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2020년 기준 인구 1만명당 변호사 숫자에서 한국은 5.4명에 그친다. 미국 41명, 영국 32명, 독일 20명, 프랑스 10명, 일본 3.4명이다. 대신 변호사 부족을 일본과 비슷하게 각종 변리사, 법무사, 노무사, 세무사 등 관련 직역 자격증으로 메우고 있다.

중국 청조에서 후대의 황실에 전수하는 비급(秘급)은 법률가의 숫자를 적게 뽑고 그들에게 신분 상승을 포함한 물질적 이익을 충분히 보장하면 소수의 법률가들이 황제를 위해 논리를 개발하고 민중의 요구를 막아내는데 기여한다는 점을 담고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셀즈닉은 법조인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위해서 필요하고 이것이 미국의 법조인 양성 원칙이라고 갈파하였다.

조선시대나 해방 이후의 독재 하에서도 청조 비급의 내용은 중요한 통치 원리였다. 합격한 분들은 엄청난 선민의식을 가지고 자부심과 기득권을 누리겠지만 큰 틀에서는 독재에 이용당했던 측면도 없지 않았다. 좁은 문의 사법고시는 개인의 능력에 의해 '개천에서 용난다'는 명분 하에 유지되었다. 60-70년대에는 불과 20~80명이 매년 선발되었으나 1981년부터 300여명, 1996년부터는 500명을 넘어 1000명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엘리트란 지식, 경험, 덕이 중요한 자격 요건인데 과연 시험만으로 이를 판단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 고(故) 박세일 교수께서 주도한 사법제도 개혁은 국민을 위한 법치를 실현한다는 목표로 추진되어 노무현 정부에 와서 결국 로스쿨 제도를 탄생시켰다.

이는 강화된 법학 교육기관 준칙주의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시스템, 그리고 자격시험을 통해서 법률가를 양성하고, 일정 기간의 실무경험을 전제로 사회에 진출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그 결과 변호사 수가 최근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로스쿨 입학 정원은 매년 2000명이며 그 75%인 1500명 이상 범위에서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정하고 있다. 지금은 매년 졸업자와 전년도 떨어졌던 응시자를 포함해 1700여명이 배출되고 있다.

이제는 통치의 합리화 수단이 아닌 민주사회 속에서 국민의 법치를 실현하는 대리인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 중에서 대통령, 국회의원, 시·도지사 등 국민의 리더가 탄생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에게 법률서비스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변호사 사무실은 병원과는 달리 가까운 주변에서 쉽게 보기 어렵고 법원이나 검찰청 혹은 경찰청 주변에 있는 정도이다. 이제는 국민이 생활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진정으로 국민의 요구사항을 관철해 주는 변호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매년 배출되는 변호사 숫자를 현행 1700여명에서 2500~3000명으로 늘려야 한다. 물론 교육의 엄격한 내실화를 전제로 더 많은 로스쿨이 설립되어야 하고 합격률도 의사나 약사처럼 9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변리사, 법무사 등 다른 직역과의 역할 분담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

의사나 법조인의 숫자는 그들의 기대소득이 아니라 국민의 수요에 맞추어 결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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