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동아일보 김성수 친일행적 서훈취소 적법"

조현호 기자 2024. 4. 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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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당시 없던 친일행적 밝혀져, 공적과 비교평가해도 취소 정당
7년전 대법원 "김성수 식민통치에 적극 협력…친일행위자 지정 적법"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고려대 총학생회가 지난 2018년 3월8일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인촌 김성수의 동상을 철거하고 인촌기념관·인촌로 명칭 변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동아일보 창업자이자 고려대학교 설립자이면서 일제 강점기에 적극적인 친일반민족 행위를 한 고 인촌 김성수의 서훈을 취소한 대한민국의 행위가 적법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로써 김성수의 후손(증손자 등)과 재단이 지난 2009년 김성수의 친인반민족행위자 지정 이후 제기해온 여러 소송에서 사실상 모두 패소한 채 종료됐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지난 12일 김성수의 증손자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과 인촌기념회가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서훈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했다. 원고 패소 판결한 항소심(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대한민국 정부가 1962년 김성수에게 '건국공로훈장 복장'을 수여했으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김성수의 행위가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했다. 증손자인 김재호 사장과 인촌기념회가 김성수의 친일반민족행위자 지정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2017년 원고 일부 승소(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8년 김성수 서훈이 구 상훈법 제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망인에 대한 서훈을 취소처분했다. 김재호 사장과 인촌기념회는 이번에는 서훈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행정법(1심)과 서울고법(항소심-원심) 재판부는 모두 원고의 패소, 즉 서훈 취소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성수 친일행적이 서훈 수여 당시 드러나지 않은 사실로서 새로 밝혀졌고, 이 행적이 서훈 심사 당시 밝혀졌더라면 공적으로 인정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뚜렷한 경우에 해당해 구 상훈법 제8조 제1항 제1호의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특별3부 역시 최종 판결에서 상고를 기각한다고 선고하면서 “김성수의 친일행적은 서훈 수여 당시 드러나지 않은 사실로서 새로 밝혀졌고, 만일 이 사실이 서훈 심사 당시 밝혀졌더라면 당초 조사된 공적사실과 새로 밝혀진 사실을 전체적으로 평가하였을 때 김성수 행적을 그 서훈에 관한 공적으로 인정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뚜렷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김성수의 해방 이후 공적을 전체적으로 평가해 서훈 취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김재호 사장의 주장을 두고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독립운동을 이유로 서훈을 수여받은 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을 이유로 서훈이 취소된 여러 사안들 중 일부 서훈취소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이 제기됐다”면서 “서훈 수여 당시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고, 당초 조사된 공적과 새로 밝혀진 사실(친일 행적)을 전체적으로 평가해보니 서훈에 관한 공적으로 인정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뚜렷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서훈취소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을 수긍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로 김성수의 친일행적에 대해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대법원 1부는 지난 2017년 4월13일 김성수 증손자 등이 제기한 김성수 친일반민족행위결정처분취소 청구소송(2016두346)에서 상고를 기각해 원고 일부 패소(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지난 2017년 4월13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인촌 김성수 친일반민족행위자 지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상고기각한 판결문. 김성수의 친일반민족행위를 열거해 친일반민족행위자 지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부 강조표시. 사진=대법원 판결문 갈무리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김성수의 징병제도 실시 감사축하대회 참석, 징병 학병 찬양 및 선동행위에 관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1심 판결에 기재된) 김성수의 행위는 학병 지원병 징병 또는 징용을 전국적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선전 또는 선동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밖에도 “김성수의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연맹 발기인 활동 등 (판시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그의 행위는 일본 제국주의의 통치기구의 주요 외곽단체의 장 또는 간부로서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지난 2017년 4월13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인촌 김성수 친일반민족행위자 지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상고기각한 판결문. 김성수의 친일반민족행위를 열거해 친일반민족행위자 지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부 강조표시. 사진=대법원 판결문 갈무리

당시 김재호 사장 등이 '김성수가 3·1 운동에 참여하고 동아일보사나 고려대학교 등을 운영하면서 민족문화의 보존과 유지 및 발전에 기여한 성과가 적지 아니하다'고 주장한 점을 두고도 재판부는 “그러한 사정이나 이 시건 증거들만으로는 친일행위의 주도성 적극성을 감쇄시킬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다”며 “김성수의 행위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호, 제17호의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는 결정 부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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