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은 수학여행을 포기해야 할까

한겨레 2024. 4. 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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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시즌이다.

반면 장애 학생의 수학여행 불참 사유는 주로 학교로 인해 발생한다.

그런데 해당 학생 이동에 필요한 경비를 수익자 부담으로 처리해 장애 학생의 부모가 수학여행비 외에 백여만원의 수익자 부담금을 따로 더 냈다고 한다.

실제 비슷한 이유로 수학여행을 포기하는 장애 학생은 생각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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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애&비장애 함께 살기
통상 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학교가 부담한다. 수학여행도 교육과정의 일환인데, 장애 학생의 이동 편의를 위한 비용은 교육예산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수학여행 시즌이다. 중학교 3학년인 딸은 다음달에 제주도로 2박3일 수학여행을 간다. 중간고사가 코앞이지만 딸 마음은 이미 제주도에 가 있다. 제주도에서 입을 옷, 제주도에서 바를 틴트 등 필요한 항목을 나열하며 시험 끝나는 대로 쇼핑부터 가자고 한다. 바로 일주일 후가 시험인데 문제집을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달라고 했으면 이뻐서 업고 다녔으련만.

딸이 수학여행을 기대하는 이유는 ‘친구들’ 때문이다. ‘제주도’라서 좋은 게 아니라(제주도는 여러 번 다녀왔다) ‘친구들’하고 3일 동안 먹고 자고 놀 수 있어서 흥분해 있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다. 고1 수학여행으로 경주 불국사에 갔는데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건 지명이 아니다. 친구들하고 프린터기만 한 카세트 플레이어를 어깨에 올린 채 마이클 잭슨의 ‘블랙 오어 화이트’(Black or White)를 들으며 폼 잡고 걸어다녔던 것, 밤에는 트위스트 음악에 맞춰 열심히 춤췄던 것, 그런 것들이 수학여행의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딸 친구 중에 수학여행을 안 가는 친구가 있다고 했다. 경제적인 이유나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 부모가 허락하지 않아서 못 간다고 했다. 처음엔 조르고 빌던 친구도 꿈쩍하지 않는 부모 앞에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체념해 버렸다고.

이렇게 보면 비장애 학생의 수학여행 불참 사유는 주로 가정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반면 장애 학생의 수학여행 불참 사유는 주로 학교로 인해 발생한다.

지난 3월 경기도 시흥의 한 고등학교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특수교육 대상자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런데 해당 학생 이동에 필요한 경비를 수익자 부담으로 처리해 장애 학생의 부모가 수학여행비 외에 백여만원의 수익자 부담금을 따로 더 냈다고 한다. 해당 학생의 부모는 백만원을 더 낼 만한 경제적 여력이 있었지만 그럴 수 없는 형편의 가정이었다면 어땠을까. 포기했어야 할 것이다. 실제 비슷한 이유로 수학여행을 포기하는 장애 학생은 생각보다 많다.

보통 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학교가 부담한다. 수학여행도 교육과정의 일환이다. 그런데 수학여행에서 장애 학생의 이동 편의를 위한 예산은 왜 당연한 교육예산이 아닌 것일까. 장애 학생도 엄연한 학생의 일원으로 생각한다면, 장애 학생의 교외 활동을 위한 추가 비용은 학교 예산에서 마련해야 옳다. 그래야 교육활동에서 배제되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는다.

수학여행이 의미 있는 건 세상에서 친구가 가장 좋은 학령기 시절에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이기에 그렇다. 그 나이에 가는 수학여행은 그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개인이 가고 싶지 않아 불참한다면 얼마든지 존중하겠지만, 당사자는 가고 싶은데 어른들에 의해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건 부당하다고까지 느껴진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의 수학여행은 지켜줬으면 좋겠다. 평생에 몇 번 있지도 않은 경험, 그조차 지켜줄 수 없다면 어른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류승연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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