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 철통방어에 자긍심 느껴"… 다시 힘실리는 네타냐후 [엘리 라진의 텔아비브 현지 통신]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4. 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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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하마스 기습 이후
최대 위기였지만 성공적 방어
방공시스템 기술력 재확인
이란 공습 하루 만에 일상 회복
美·英·佛 동맹 신뢰도 강화
이란에 전면 보복 가능성 낮아
軍시설 등 제한적 타격 유력

◆ 이란·이스라엘 충돌 ◆

"사방에서 사이렌 소리가 점점 고조되자 지난해 10월 7일의 '악몽'이 떠올랐습니다. 가족들과 손을 잡고 방공호로 뛰었습니다. 아이들 2명은 대피령이 종료된 뒤에도 불안하다며 방공호에서 잔 뒤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살고 있는 엘리 라진 아워크라우드(OurCrowd) 최고전략투자책임자(CSIO)는 전날 밤의 일화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5일(현지시간)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평화로운 아침을 맞았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기적 같다"고 했다. 그는 '한·이스라엘 벤처펀드' 파트너 겸 이스라엘 최대 벤처캐피털에서 일하는 사업가다.

텔아비브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꼽히는 정치·경제 중심 도시다. 집집마다 방공호가 있고 종종 사이렌이 울리긴 하지만 지난밤 이란의 대대적인 공격은 텔아비브 시민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이후 6개월여 만에 마주한 죽음의 공포였다. 라진 CSIO는 "13일 밤에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주민 모두가 받았는데, 대부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며 "우리 가족은 방어가 끝나기를 기다리려고 영화 1편을 골라두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이렌 소리는 점차 고조됐고 방공호로 대피한 뒤에도 몇 시간 동안 경보가 수십 번이나 울려댔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이스라엘은 일상을 되찾았다고 라진 CSIO는 전했다. 라진 CSIO는 "이스라엘인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민족"이라며 "놀랍게도 오늘부터 즉시 정상으로 돌아온 모습이다. 사람들은 출근했고 공항은 다시 문을 열었으며 오늘 나는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덕분에 오히려 이스라엘인들이 더욱 생기를 되찾았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라진 CSIO는 "하마스의 침략 때문에 방공 시스템에 일부 불신이 있었지만 이번에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에 지인들은 안도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의 군사력과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도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 동맹들에 대한 믿음도 굳건해졌다고 한다. 라진 CSIO는 "300기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도움을 줬다"며 "하마스와 벌이는 전쟁에서 서방과 갈등을 빚는 지점도 있었는데, 이번 이란의 공격이 오히려 강한 동맹 관계를 확인시켜줬다"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정부에 대한 지지도 결집되는 분위기다. 라진 CSIO는 "이스라엘의 실존적인 위협인 이란이 우리를 공격했다는 점 때문에 정부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향후 취할 대응 방식을 두고서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고 전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해 이란에 공동 제재를 가하는 연합전선이 구축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킨 평화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알 수 없다. 이란과 재충돌하거나 그로 인한 확전 우려가 걷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자국 본토를 대규모로 직접 공격한 이란에 어떻게 대응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14일 이스라엘 전시 내각 3인방인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다른 전시 각료 2인과 함께 이날 약 3시간 동안 이란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참석자들은 이란에 대한 보복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대응 시기와 강도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조만간 전시 내각 회의를 다시 소집할 방침이다. 간츠 대표도 성명을 통해 "적합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란이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며 신중론을 폈다. 현재로서는 당장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퍼부을 가능성은 낮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을 만류하고 있어서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감행한다면 군사시설을 타격 목표로 설정하는 등 제한적인 방식일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상준 기자 정리 / 한국·이스라엘 벤처펀드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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