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봄철 불청객, 꽃가루 주의하세요”
지난 주말에 아이와 함께 비자림 숲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요. 갑자기 숲을 뒤덮을 정도의 뿌연 가루가 흩날리는 것을 보았는데요. 분명히 미세먼지가 괜찮은 날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비자림에 온 것인데 이것이 무슨 일인가 싶어 혼란스러웠습니다. 수시로 뿌연 가루가 수북이 날려서 부랴부랴 마스크를 착용하였는데요. 알고 보니 정체불명 가루의 정체는 얼마 전부터 주차된 차량에도 뽀얗게 내려앉았던 꽃가루였는데요. 지금 제주는요. 바람을 타고 소나무, 삼나무, 참나무 등에서 나온 꽃가루가 제주 봄볕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습니다.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 여기에 꽃가루까지 곳곳에 날리고 있어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닌데요. 제주는 갑자기 바람이 몰아치는 경우가 많아서 저처럼 생소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당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봄에 꽃가루가 날리는 건 바람 따라 꽃가루를 날리는 나무들이 수꽃을 활짝 피웠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꽃가루는 늦게는 5월까지도 극성을 부릴 수 있습니다. 덩달아 제주는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코막힘, 콧물, 재채기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때입니다. 병원마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인후염, 콧물과 재채기가 끊이지 않는 환자도 부쩍 많아집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022년에 발표한 환경백서를 보면 제주 인구 1만 명당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1,258명입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3번째로 많은 수치였는데요. 그래서 요맘때쯤 병원에 가서 꽃가루 알레르기 약을 미리 확보하는 도민들이 많습니다. 이맘때쯤 제주 여행을 계획이 있다면 꽃가루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은데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일단 좋고요. 손과 코는 수시로 깨끗이 씻으면 좋습니다.
특히나 유의해야 할 것은 제주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삼나무 숲입니다. 삼나무는 항산화 항균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피톤치드를 뿜어내며 산림욕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삼나무 꽃가루는 가벼워서 바람에 잘 날리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성질도 강해서 꽃가루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토피나 알레르기, 천식 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제주가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발병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이유가 삼나무 꽃가루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는데요. 삼나무 꽃가루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없으니 걱정하실 것은 없지만 알레르기 환자는 삼나무숲을 방문할 경우 반드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밖에도 봄철 제주 여행 중에 호흡기 쪽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꽃가루 때문일 확률이 높으니 반드시 가까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제주에 삼나무가 많은 이유는 과거부터 귤 과수원 방풍림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심으면 키가 높게 쑥쑥 자라는 삼나무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죠. 안타까운 것은 삼나무가 바람은 막아주기는 했지만 햇빛까지 가렸던 것이죠. 그래서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편백나무 등에 비해 경제수종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지고요. 여기에 알레르기 유발 원인으로 꼽히면서 제주 삼나무는 대부분 제거될 운명에 놓여있습니다. 삼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황칠나무 고로쇠나무 등 경제가치가 높은 자생종을 심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주에는 삼나무가 많은 상황입니다.
모처럼 기분 좋게 봄의 전령을 맞으려 제주에 여행을 왔다가 갑자기 원인 모를 콧물이 나오고 목이 간지럽고 칼칼하다면 꽃가루 때문이니 당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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