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살리기, 우리집 먹거리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세요”

김미영 기자 2024. 4. 15. 17: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하는 지구 살리기 활동
어려운 용어는 친숙한 접근 중요
환경교육·활동 병행하면 효과적
재활용 앞서 소비 줄이도록 유도
가족 환경운동 챌린지 실천 도움
1. 강원 강릉에 거주하는 김민섭 작가 가족이 플로깅 활동을 하는 모습. 김민섭씨 제공. 2. 문은교 광주 용봉중 교사가 자녀, 마을 어린이들과 함께 ‘탄소중립리더’ 활동을 하는 모습. 문은교 교사 제공. 3~5. 울산에 사는 정소형씨 자녀들이 텃밭을 가꾼 뒤(3) 수확한 농작물로 김치를 담그는 모습(4)과 꽃물 들인 가족 손수건을 만드는 모습(5). 정소형씨 제공. 6. 대구에 사는 박영현씨 자녀가 목련으로 풍선을 부는 모습. 박영현씨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4월22일은 지구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한 ‘지구의 날’이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해상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환경문제에 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듬해 4월22일 미국 위스콘신주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이 ‘지구의 날'을 주창한 것이 계기다.

최근 들어 폭염, 홍수, 산불, 지진(쓰나미), 혹한, 폭설 등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환경과 지구에 대한 관심과 함께 지키기 위한 가정·학교·사회에서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미화(42)씨 역시 지구의 날을 계기로 7살 자녀에게 본격적으로 환경 교육을 시켜볼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책, 방송, 뉴스 등을 접하며 공부를 했음에도 어떻게 방대한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또 어떻게 가정에서 실천해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토로한다. “암기식으로 지식을 주입시키고 싶지 않고, 환경 활동도 잔소리나 훈계가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처럼 알려주고 싶어요. 환경을 지키는 삶이 자연스럽게 아이의 삶의 일부가 되었으면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 정씨 같은 고충을 토로하는 부모들을 위해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교사들의 모임 ‘어쩌다, 산소쌤’에서 활동하는 김묘연 대구 경북고 교사와 문은교 광주 용봉중 교사, ‘달력으로 배우는 지구환경 수업’ ‘선생님, 기후위기가 뭐예요?’ 등 환경 관련 책 15권을 펴낸 최원형 환경 작가에게 그 해답을 들었다.

생활 속에서 친근하게 접근해야

어린 자녀가 기후위기, 온실가스, 이산화탄소, 화석연료, 탄소중립, 탄소발자국 같은 용어를 단번에 이해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환경교육을 할 때는 쉽고 친숙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원형 작가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수개월간 계속된 대형 산불, 하와이를 덮친 홍수와 산불, 유럽의 폭염, 미국의 혹한과 한파가 기후위기에서 비롯됐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아이들이 ‘나와 무관한 일’이라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며 “내가 살고 있는 신도시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 무엇이 있었을까 상상하게 하는 일처럼, 환경의 문제가 내 앞에 닥친 ‘현실’이라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쓰레기를 예로 들면, 전 세계 1인당 1년에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자기 몸무게의 4배에 달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쓰레기 문제가 내게 닥친 ‘현실’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어 아무데다 버린 쓰레기가 동물과 식물에 악영향을 미치고,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침출수와 메탄이 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설명하면 자녀가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여기까지 성공했다면, 분리배출의 필요성과 분리수거 하는 방법을 실천하는 단계까지 이를 수 있다.

자녀에게 ‘환경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는 시중에 나와 있는 환경 관련 책을 함께 읽거나, 언론 보도, 방송 프로그램, 유튜브 등을 활용하면 유용하다. 온실가스, 지구온난화, 기후위기 등의 개념을 일깨우면서 풍요로운 삶, 과잉생산, 소비 생활 등 환경을 파괴하는 우리의 일상에 대한 반성과 함께 생태적인 삶에 대한 고민까지 이끌어내면 더 좋다.

“일례로 외출할 때 깜빡 잊고 욕조에 수도꼭지를 열어놔 집에 돌아와보니 물이 거실까지 넘쳐 있는 상태가 되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도꼭지부터 잠궈야겠지요. 재활용, 리사이클만 강조하면 넘친 물, 즉 생산은 줄지 않아요. 수도꼭지를 잠그듯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생산을 줄이고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쓰레기 문제도 버리지 않거나 덜 버리면 해결이 쉬워요. 아이들에게 소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것, 궁극적으로 환경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최원형 작가)

문은교 광주 용봉중 교사 역시 자녀에게 “환경과 지구를 생각한다면 과잉생산과 소비를 멈춰야 한다”는 걸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경의 문제는 고성장을 요구하면서 우리에게 부추기는 소비문화가 함께 맞물려 있고, 그것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새 학년이 되면 멀쩡한 학용품, 옷 등을 버리는 자녀에게 과거의 델몬트 병처럼 오래된 물건들도 힙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환경교육이 가정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이진미씨 가족은 천연모기퇴치제, 방향제 등 모스큐브 만들기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이진미씨 제공.

환경에 대한 생각·의견 나누기

환경교육에서 중요한 점은 자녀와 충분하게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인데, 이때 식탁을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김묘연 대구 경북고 교사는 “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지만 내 몸이 아니라 북극곰, 펭귄을 예로 들면 먼 얘기가 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실천이나 자기 생활에 환경이 녹아들지 않는다”며 “밥상에 올라와 았는 밥과 반찬이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유용하다”고 말했다.

축산업의 방목과 가축사료 재배로 인해 삼림파괴와 사막화의 원인이 되고, 축산과 그 부산물은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배출해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며,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킬 뿐 아니라 불결하고 비인도적인 환경의 공장식 축산업은 조류 및 돼지 독감, 신종플루 같은 치명적인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온상이라는 점을 식탁에서 자녀와 함께 대화하면서 채식 지향적 삶이 환경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묘연 교사는 “이런 대화를 통해서 탄소발자국을 인지하고, 채식에 눈을 뜰 수 있다”며 “집에서 자녀와 함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걷기 활동으로 탄소발자국 줄이기 챌린지를 했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각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이런 실천들을 하나씩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원형 작가는 “내가 입는 청바지와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기후위기 원인이 되는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면 자녀와 환경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가 더 쉬워진다”고 말한다. “청바지의 원료가 되는 폴리에스테르의 원료가 석유이고, 섬유 산업의 탄소 배출량이 연간 120억톤이라는 점을 설명해줄 수 있어요. 또한 자녀들이 즐겨 사용하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와 가전 역시 전기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 기후위기와 관련이 있음을 알려주면서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주면 더 빨리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환경교육을 할 때는 잔소리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행동하도록 충분한 대화와 설득의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항상 텀블러를 사용해!” “채식이 건강에 좋아!”가 아니라 먹는 것, 쓰는 것 등을 선택할 때 스스로 환경을 알고 고민하는 아이가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김묘연 교사는 강조한다.

“텀블러나 에코백 등 친환경 물건을 사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공짜라고 해도 (집에 있는) 에코백을 더 받아오지 않는 것, 텀블러도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는 것이 더 친환경적입니다. 많이 갖고 있는 것 자체가 환경에 반하는 것이라는 점도 새롭게 깨우쳐줄 수 있어야 합니다.”

3년 전부터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문은교 교사는 가정에서의 생태 교육을 강조한다. “김용택 시인의 ‘지구의 일’이라는 시처럼 가정에서는 환경 문제와 함께 생태적인 부분을 강조해줬으면 좋겠어요. 자연의 일, 지구의 일처럼 가족끼리 눈을 마주치고 바라봐주고, 할머니·할아버지께 전화 한 통 하는 것 등 가족끼리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관계성을 확인하는 것 또한 굉장히 지구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교사는 “요즘 기후변화와 초 디지털화로인한 부의 양극화로 외로움과 무기력감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다량으로 소비하지 않는 삶을 살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 성공하지 않아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가정이 따뜻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면 아이는 이 세상을 잘 살아갈 힘을 키울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정이 맡아야할 가장 중요한 생태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이진미씨 가족이 콩나물 키우기 활동을 하는 모습. 이진미씨 제공.

환경을 지키는 활동 실천하기

환경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경을 지키는 활동까지 나아가는 데 있다. 자녀와 함께 학기별·방학별 ‘기후 행동 1.5℃’ 앱 스쿨 챌린지, 7월 그린피스 플콕조사, 8~11월 에너지 시민연대와 함께 하는 ‘탄소중립리더’, 4월22일 지구의 날과 8월22일 에너지의 날 소등 및 3월 마지막주 토요일 어스아워 참여, 목련 풍선 불기와 니콜라이 톨스티 따라하기 등을 실천하고 있는 문은교 교사처럼 이런 다양한 활동들을 자녀와 함께 실천하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이런 활동에 참여하면서 에너지 사용과 생산 유통 폐기의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생태, 지구의 문제에 눈을 뜬다”고 설명했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지키는 활동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은 탄소 발자국을 없애고 화석 연료로 만들어내는 전기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한 사람이 1km를 이동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자동차 139g, 버스 75g, 지하철 64g인 반면 자전거나 걸을 경우 평소 생활하는 것 이상으로 배출하지 않는다.

최원형 작가는 “겨울엔 너무 따듯하게 지내고, 여름을 너무 시원하게 지내는 것은 아닌지, 불필요한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 집에는 전자레인지가 없지만 그럭저럭 사는 데 지장이 없다. 엘리베이터 대신 걷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어스아워 등 소등 행사 참여하기 같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활동을 가족 구성원끼리 챌린지 형태로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일상은 필연적으로 환경을 파괴할 수밖에 없다. 먹다 남은 음식, 싫증나 버린 청바지, 배달음식 용기, 택배상자, 망가진 가전제품 등 수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이런 쓰레기를 태우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플라스틱 폐기물 중 재활용되는 양은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가정에서 텀블러와 천으로 된 장바구니를 생활화한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김묘연 교사는 “고기 한 달에 한 번 먹기, 채식 실천하기, 옷을 덜 사기, 엘리베이터 대신 걷거나 자전거 타기, 쓰레기 줍기 여행하기, 가족환경서약서 쓰기, 모스큐브 만들기, 텃밭과 정원 가꾸기 등 모든 면에서 부모가 환경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면 자녀 역시 그런 활동을 함께 하면서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어른으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