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불통' 리더십 변화의 조건들

2024. 4. 1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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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참패로 총선이 끝나고 거의 모든 신문 사설에서 나온 공통의 단어는 '불통'의 리더십이다.

'수직적인' '오만한' '불통'의 리더십이 총선 참패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뀌어야 '불통'의 이미지가 사라지고,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대통령다운 리더십이 세워질 수 있을까? 정치평론가들이 협치, 소통, 인적쇄신, 거국내각 등 많은 조언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불통'의 리더십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을 통해 무엇을 바꾸는 것이 필요한지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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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요순시대 순임금의 리더십
신하에 먼저 묻고 경청한뒤
등용문 열고 사방의 인재모아
그다음에야 백성에 비전 밝혀
리더십은 좋은 정책에 더해
국민과 소통·공감할때 완성

여당의 참패로 총선이 끝나고 거의 모든 신문 사설에서 나온 공통의 단어는 '불통'의 리더십이다. '수직적인' '오만한' '불통'의 리더십이 총선 참패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뀌어야 '불통'의 이미지가 사라지고,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대통령다운 리더십이 세워질 수 있을까? 정치평론가들이 협치, 소통, 인적쇄신, 거국내각 등 많은 조언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불통'의 리더십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을 통해 무엇을 바꾸는 것이 필요한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 고전인 서경(書經)에서 이야기하는 '리더십'을 살펴보자. 서경(書經)의 순전(舜典)에 따르면 요임금에 이어 왕위에 오른 순임금의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순우사악(詢于四岳)하사 벽사문(闢四門)하시며 명사목(明四目)하시며 달사총(達四聰)하시다."(사방의 제후들에게 묻고, 모든 문을 열어 사방의 인재들을 등용하시며, 사방으로 나라의 비전을 밝히시며, 사방으로 귀를 열어 백성들의 목소리를 들으시다.)

순(舜)임금은 신하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고, 가장 먼저 한 것이 그들에게 묻는 것이었다. 나라를 다스리기 위한 자신의 비전을 신하들에게 먼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신하들이 이야기하게 하고, 신하들의 의견을 묻고, 그들의 생각을 경청하는 것이 리더십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바로 서려면 1시간의 회의시간에 50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50분을 듣는 시간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임금의 리더십에서 배울 수 있는 깨달음이다.

순임금은 경청으로 시작해서 두 번째로 사방의 인재를 모으기 위해 모든 등용문을 열었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기업 모두 최고의 인재를 모으는 곳이 세상을 선도하는 국가와 기업이 되고, 세상을 바꾸는 승리자가 된다. 그렇기에 경청의 리더십과 더불어 꼭 필요한 리더십은 인재를 찾는 리더십이어야 한다. 대통령의 인재 풀이 좁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국가의 일에 발탁되는 인재들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라는 말이 나와서야 되겠는가. 경청을 통해서 생각을 모으고, 나라를 이끌어갈 사방의 인재를 등용한 순임금은 이제야 자신의 국가개조의 비전을 밝히고 이를 사방으로 밝혀서 모든 백성들이 국가의 미래 비전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세계를 선도하는 중추국가가 될 것인지를 국민들과 함께 꾸는 꿈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국가지도자의 비전이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국가비전의 필요조건이지만,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될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충분조건으로는 미흡하다.

순임금은 경청의 리더십, 인재의 리더십, 국가비전의 리더십을 세운 후에 귀를 열어서 백성의 소리를 듣기 위해 사방으로 다니며 백성들의 삶을 보고,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자신의 정치의 잘못된 점들을 고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였다. 리더십의 완성은 좋은 정책을 펼치고자 하는 지도자의 뜻으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다.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수정하고, 쇄신하는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이 정말 중요하다. 대통령이 어떠한 국정 기조를 정했다 하더라도 국정을 운영하면서 국민들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공감을 통해서 변화하고, 개선하고, 쇄신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한상만 성균관대 대학원장, 前 한국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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