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기본소득 대신 청년·경단녀에 근로장려금을

김정환 기자(flame@mk.co.kr) 2024. 4. 1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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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났다.

표를 갈구하며 정밀한 효과 분석 없이 선심성 정책을 쏟아냈던 정치권 '말의 향연'이 일단락됐다.

당장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발 정책 바람이 불 전망이다.

먼저 정책 환경부터 냉정히 점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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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났다. 표를 갈구하며 정밀한 효과 분석 없이 선심성 정책을 쏟아냈던 정치권 '말의 향연'이 일단락됐다. 당장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발 정책 바람이 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공약은 '기본 시리즈'다. 아동·청소년에게 월 30만~50만원씩 나눠 주는 기본소득과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주는 민생 지원금을 전면에 걸었다. 나랏돈을 풀어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고, 내수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정책 환경부터 냉정히 점검해보자. 팬데믹 이후 달라진 경제 지형은 고물가와 양극화다. 저금리에 풀린 유동성이 고물가라는 독이 돼 돌아왔다. 2020년 0.5%였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3.6%로 뛰었고, 올해도 3%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빈부 격차도 커졌다. 지난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자산은 하위 20%의 64배로, 자산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노동 시장에서는 저출생·고령화로 일손 가뭄이 심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0~2020년 연평균 1.2%씩 늘던 한국의 잠재 취업자 증가율이 2020~2030년 0.1%로 급감할 것으로 봤다. 복지 수요 등 총지출은 불어나는데 경상성장률은 둔화하며 세입 기반은 줄어든다.

달라진 정책 환경에서는 소득 보장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양극화를 완화하고, 근로 의욕을 고취해 경기에 대응하면서 급감하는 세입까지 방어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려면 기본소득은 답이 될 수 없다. 나랏돈에 기대어 무조건적으로 돈을 주면 근로 유인이 낮아져 소득 없는 계층이 늘고, 빈부 격차는 거꾸로 심해질 공산이 크다. 다른 경제 주체의 세 부담이 늘면서 소비자 후생 효과도 악화한다.

합리적인 대안은 근로장려세제(EITC) 강화다. EITC는 일은 하지만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 세입액 일부를 돌려줘 지원하는 제도다. 2000년대 고성장 시기가 지나면서 근로 빈곤층이 일할 유인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EITC 대상을 노동 시장에서 소외된 청년층과 경력 단절 여성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근로 의욕이 있는 계층에 인센티브를 줘 노동 공급을 늘리면서, 일하되 세금은 내는 국민은 늘려야 한다. 한국의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33.6%로 미국(30.9%), 일본(17.3%) 등에 비해 높다. 정책을 펴겠다면 변화한 경제 지형을 읽는 것은 기본이다. 철 지난 소득 체계만 외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의무 방기다.

[김정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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