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감 없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종이호랑이’ 이미지 불식 위한 조치

정미하 기자 2024. 4. 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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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에 드론·미사일 300여 기 발사
이스라엘군 “99% 격추” 불구, 이란 “임무 완수”
직접 공격하며 ‘저항의 축’과 국내에 강대국 지위 보여줘
이란 내 ‘핵무기 보유’ 주장 결집시킬수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300여 기로 13일(현지 시각) 공습을 펼쳤으나,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 중 99%는 격추됐다. 전 세계가 숨죽여 지켜봤던 공습이 이스라엘에 사실상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이란의 공격은 겉으로 보기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볼거리는 극대화하면서 사상자는 최소화하기 위한 계획된 작전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란이 1979년 이후 적대 관계로 변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함으로써 이란을 자극할 경우 지금까지와 달리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성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은 드론과 미사일이 이스라엘에 도달한 이후 “임무 완수”를 선언했다.

14일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이 발사한 드론 170대 중 이스라엘 영공 진입에 성공한 것은 단 한 대도 없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순항 미사일 30발 중 25발 역시 이스라엘 국경을 넘기 전에 격추됐고, 탄도 미사일 120발 대부분도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에 의해 파괴됐다.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돔’은 제 역할을 다했고, 이스라엘 일부 군사 기지와 네게브 사막 지역 일부만 공격받는 데 그쳤다. 그 과정에서 7세 아이가 부상을 당했지만, 이스라엘이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모스크 위 하늘 위로 14일(현지 시각)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로켓 흔적이 보인다. / AFP 연합뉴스

그럼에도 이란 정부는 ‘진실한 약속(True Promise)’이라고 이름 붙인 이번 작전이 성공했다고 환영했다. 지금까지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 적대국에 ‘전략적 인내’ 정책을 추구해 왔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이란 핵 과학자와 이란 고위 관계자를 암살했다고 비난했을 때도, 이스라엘과의 직접적인 갈등을 피했다. 대신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와 이라크의 민병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등 ‘저항의 축’을 활용한 대리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란은 본국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는 ‘직접 공격’ 결정을 내렸다. 이를 통해 중동 지역에서 이란을 대리하고 있는 저항의 축은 물론 이란 내 강경파에게 지역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재확인했다. 동시에 이란이 필요하면 적대국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 또한, 이란이 위협을 받을 경우 단호한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인식시켰다.

CNN은 “이스라엘의 동맹국이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이란이 행한 이스라엘에 대한 최초의 공격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며 “이란 지도부는 이란이 ‘종이호랑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스라엘을 공격해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정부 관계자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란의 메시지는 분명했다”며 “이란은 ‘우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미쳤고, 필요하다면 전쟁의 결과를 견딜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억지력이 ‘충분하다’는 신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 전면전 피하려 사전 통지, 갈등 격화해도 ‘핵무기 보유론’ 결집 효과

다만, 이란은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시절 시작된 제재로 이란 경제가 예전 같지 않고, 이란 정부의 억압적인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히잡 시위가 벌어지는 등 국내 정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 반영됐다. 게다가 상대인 이스라엘은 미국의 군사·재정적 지원 덕분에 중동에서 유일하게 F-35 전투기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란은 미국의 제재와 정치적 고립으로 외국 군사 기술에 접근할 수 없어 미사일과 드론 등을 자체 개발하는 상황이다. 이란의 전투기는 대부분 1979년 이전에 만들어진 구형 모델로 이스라엘의 군사력과 비교가 힘든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세인 아미랍돌라얀 이란 외무장관은 14일 “이란이 이웃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동맹국에 공습을 개시할 것이라고 (공습) 72시간 전에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2020년 1월, 트럼프 정부 당시 이란 군부 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살해 당했을 때도 비슷한 작전을 썼다. 이란은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기 10시간 전, 미군에게 사전 경고를 보냈다. 당시 공격으로 미군 기지 바닥이 꺼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지만, 미군 사상자는 없었다. 이란이 미국을 향해 ‘이란군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 결과다. 이에 미국은 대응하지 않았고, 미국과 이란의 직접 충돌은 피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란의 대응 방식이 먹힐지는 알 수 없다. 이스라엘이 이미 이란의 공습에 대응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이란 전시 내각이 대응 방법과 시기에 대해선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다수는 이스라엘의 보복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CNN은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서면 이란 정부는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며 “최근 들어 이란의 보수주의가 정부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억제하려는 서구의 압력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결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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