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승한 야당, 22대 국회서 ‘횡재세’ 다시 꺼낼까

정윤성 기자 2024. 4. 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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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폐지에 밸류업 인센티브 방안 좌초 위기
‘상생’ 초점 둔 민주당 금융 공약, 통과 가능성↑
횡재세 논의 재점화…금융권에 2조원 부과되나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여당이 4·10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정부가 민생토론회에서 언급한 금융 정책이 동력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입법을 전제로 발표된 정책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좌초될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횡재세' 법이나 각종 금융 규제 공약이 탄력을 받게 되면 금융권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금융위원회 주요 정책과제 추진일정 가운데 입법이 필요한 과제는 최소 13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 외 다른 부처에서 진행하는 금융 관련 입법 과제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 중 주요 입법 정책으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밸류업' 지원 방안 중 하나인 법인세 감면 등 각종 감세 정책이 꼽힌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이 '부자 감세'라고 반대할 만한 정책들인 탓에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지난 1월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라는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을 공식화했다.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를 오는 7월 세법 개정안에 폐지 내용을 담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당이 압도적 과반을 차지하면서 금투세 폐지는 좌초 위기에 놓였다. 투자 수익이 연 5000만원을 넘으면 초과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매기는 제도인 만큼 과세 대상이 되는 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하기에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또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에 담긴 각종 세제 지원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인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 기업은 법인세를 감면하고, 해당 기업 주주들에 대한 배당소득세 등은 인하하는 내용의 지원방안을 냈다. 이 역시 세법 개정을 거쳐야 하지만 '대기업 감세'라는 이유로 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자본시장을 발전적으로 만들자는 것에 대해 누구도 반대 안하실 걸로 믿는다"며 "확실한 것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자본시장에 투자한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제 지원 방안을 계속 추진할 뜻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정부와 야당이 공통분모를 가진 정책도 있다. 민주당은 금투세 시행 보완책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한도 상향 및 납입금액 전액 비과세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관련 ISA 비과세 혜택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이에 대해선 접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시행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연말 수급에서 이탈할 우려가 상존한다"며 "다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여야 간에 공감대가 형성된 분야도 존재해 향후에도 관련한 이벤트는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 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금융 공약은 탄력…횡재세 논의 다시 불붙나

반면 민주당이 내건 금융공약엔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이 '상생금융'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금융권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주장해 온 '횡재세법' 논의까지 재점화하면 금융권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가산금리 산정 합리화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금리인하요구권 고지 의무화 △금융권 정책금융기관 출연요율 상향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서민 금융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이 대표가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이자제한법 개정안이 재발의돼 우선 처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자제한법 개정안은 연 20%인 법정 최고 이자율을 초과한 이자 계약 전부를 무효화하고, 연 40%가 넘는 금리로 돈을 빌려주면 계약을 무효로 하는 내용이다. 연 40% 금리를 넘는 대출 계약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횡재세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금융사의 순이자이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대 50%까지 기여금으로 징수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을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발의 내용에 따르면 2018~2022년 평균 이자 순수익을 기준으로 횡재세 도입시 국내 시중은행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2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해당 법안은 정부여당이 과세 형평성과 시장 논리를 역행한다는 이유로 반대해 상임위인 정무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횡재세를 다시 언급했다. 그는 지난 3일 부산 유세에서 "경기가 어렵고 살기 팍팍할수록 있는 쪽이 부담을 더 하고 없는 사람이 지원받아서 서로 숨 쉬고 살아가는 것이 사회의 기본 원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은 횡재세라고 해서 많은 사람의 고통으로 특별히 돈을 더 많이 번 쪽에 일부를 부담시키게 한다"며 "금융기관·에너지기업 등이 횡재세를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22대 국회에서 이들 기업들에 대한 횡재세 부과 논의가 재차 이뤄질 가능성도 커졌다. 차기 국회에선 조국혁신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등을 더하면 진보진영이 190석 안팎에 달해 여당과 합의 없이 법 개정이 가능한 상황이다. 횡재세 도입 논의가 재점화하면 법안 통과는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범야권 의석수가 거대한 만큼 횡재세 등 민주당이 추진하는 금융정책이 통과될 가능성이 당연히 크다"면서도 "다만 횡재세의 경우 조세 형평성, 이자제한법은 금융권에 일괄 적용될 경우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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