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요리사 꿈꾸던 학생"… 10년 전에 멈춰있는 '4·16 기억교실'

최문혁 기자 2024. 4. 1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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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2학년 기억교실, 10년 전 아픔 간직한 채 남아있어
'2014학년도 4월15일(화)'에 멈춰버린 기억교실 일정표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는 '단원고 4·16 기억교실'이 마련돼 있다. 사진은 기억교실에서 해설을 듣고 있는 학생들. /사진=최문혁 기자
경기 안산시 단원구 '4·16 민주시민교육원'에는 10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단원고등학교 2학년 교실이 남아 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하루 전인 15일 오전 4·16 민주시민교육원에는 비가 세차게 내렸다. 흐린 날씨 속 교육원 건물 외벽에 있는 거대한 노란 리본은 더욱 선명했다.

비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교육원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은 어린 학생들로 북적였다. 세월호가 출항한 10년 전 4월15일도 오늘처럼 날씨가 흐려 바다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날 세월호는 짙은 안개에도 예정보다 늦은 시각 홀로 출항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은 이날 기억교실에서 10년 전 그날의 기록을 마주했다. 기억교실은 지난 2014년 4월16일의 기억을 여전히 지키고 있었다. 머니S는 세월호가 출항한지 꼭 10년째 되는 날인 15일 경기도교육청이 운영하는 4·16 민주시민교육원을 찾았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을 지키는 공간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기억교실을 찾는 방문객이 늘었다. 사진은 기억교실 앞문에 적힌 메시지. /사진=최문혁 기자
지난 2014년 4월15일 밤 9시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는 이튿날인 16일 전남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당시 세월호에는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탑승해 있었다. 이날 단원고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을 비롯해 299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는 국가적 트라우마로 남았다.

지난 2021년 4월12일 개장한 '단원고 4·16 기억교실'은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10주기 하루 전인 15일은 단체 7팀 140여명이 사전 예약으로 기억교실을 방문할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는 이번 달에는 다른 날보다 많은 방문객이 기억교실을 찾았다.

단체방문을 사전에 예약하면 해설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기억교실은 사전 예약 없이 방문할 수도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3명의 유가족 어머니가 직접 해설 요원을 맡아 방문객을 응대했다. 해설 요원을 맡은 한 유가족 어머니는 노란 조끼를 입고 이날 오전 서울에서 비를 뚫고 단체관람을 온 학생들을 맞이 하기도 했다.
기억교실 칠판에는 학생들을 추모하는 글이 빼곡했다. 사진은 복도에서 바라본 기억교실. /사진=최문혁 기자
프로그램은 기억교실을 탐방한 후 단원고로 이동해 추모조형물을 보고 4·16 기억전시관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등 2~3시간이 소요된다. 단원고 교정에는 노란색 고래를 형상화한 추모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한 해설 요원은 이날 오전 비가 거세 실외로 나가는 일정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을 걱정하기도 했다.
먼저 학생들은 기억교실을 보기 전 준비된 영상을 시청했다. 평소처럼 밝은 분위기로 친구들과 장난을 치던 학생들은 어느새 진지하게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기억교실에서 해설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담겼다. 단원고 1~10반까지 수많은 학생과 교사들의 이름이 한명 한명 차례로 호명되는 동안 학생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집중한 채 희생자들의 이름과 얼굴을 바라보았다.


"요리사를 꿈꾸던 학생 자리"… 10년 전 교실이 그대로


기억교실 책상에는 희생된 학생들을 기억하는 물건들이 놓여있다. 사진은 기억교실 한 책상에 놓인 요리사 인형. /사진=최문혁 기자
기억교실은 2층과 3층에 걸쳐 참사 직전 단원고 2학년 1반부터 10반, 교무실의 모습까지 그대로 복원돼 있었다. 해설에 따르면 이곳에 마련된 책상과 의자를 포함해 칠판, 선풍기, 가정통신문까지 모두 실제 단원고에 있던 것들을 그대로 가져왔다. 교실 앞에 걸려있는 일정표에는 '2014학년도 4월15일(화)'에서 날짜가 멈춰 있었다.
책상에는 여전히 고등학교 2학년인 학생들의 사진과 그림, 꽃 등이 놓여있었다. 몇몇 책상에는 인형이 놓여있기도 했다. 해설 요원은 요리사 인형이 놓인 책상을 가리켜 "요리사가 꿈이었던 학생의 자리"라고 설명했다. 칠판과 문 등은 떠나간 학생들을 그리워하는 방문객들의 글로 빼곡했다.
기억교실의 시간은 2014년 4월16일에 멈췄다. 사진은 기억교실에 걸려있는 일정표. /사진=최문혁 기자
지난 2014년 참사 당시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던 기간제 교사 2명이 3년 뒤 순직 처리되면서 충북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된 1명을 제외한 총 10명의 교사가 대전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 안장됐다. 학생들은 해설을 들으며 교무실에 놓인 기록물들을 자세히 살펴보기도 했다. 학생들을 인솔하고 온 교사들의 표정 역시 진지했다.

기억교실 건너편 4·16 민주시민교육원 미래희망관 1층에는 석지랑 작가의 '다시 부르는 이름들 2024'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장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수놓여 있었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의 세월', 보도사진전 '기억은 힘이 세지' 등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문화 행사들이 열렸다. 지난 13일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4·16 기억문화제'가 열리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단원고 학생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침몰한 세월호에는 단원고 학생 뿐만 아니라 일반인 희생자 역시 탑승해 있었다. 일반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세월호 일반인유가족추모관'은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 마련돼 있다.

최문혁 기자 moonh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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