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톤에 길이 200m…4천명의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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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에서 거대한 수줄(수상)과 암줄(수하)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줄은 이날 오후 1시40분 줄고사를 지낸 뒤 오후 2시10분께 이동하기 시작해 두 시간여 만에 줄다리기 경기장인 기지시줄다리기 박물관에 도착했다.
3판2승제인 기지시줄다리기는 수줄이 이기면 나라가 평안하고, 암줄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는 설이 전해진다.
당진시는 이날 3만명, 나흘 동안 모두 7만여명이 줄다리기 축제에 참여했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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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에서 거대한 수줄(수상)과 암줄(수하)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두 줄은 지름 1m, 길이 200m에 무게만 40톤에 달한다. 줄은 큰동아줄(원줄)에 중간동아줄(곁줄) 14개가 달렸다. 4천여명이 곁줄에 달린 젖줄을 잡고 원줄을 끌어 줄다리기 박물관으로 향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기지시줄다리기(국가무형문화재)가 14일 오후 열렸다. 줄은 이날 오후 1시40분 줄고사를 지낸 뒤 오후 2시10분께 이동하기 시작해 두 시간여 만에 줄다리기 경기장인 기지시줄다리기 박물관에 도착했다.
잠시 숨을 가다듬은 수상팀과 수하팀은 암줄과 수줄이 비녀장으로 고정되자 다시 젖줄을 당겼다. 농악대의 응원 가락이 소란하고 참여마을 농기들이 펄럭였다. “의여차” 큰 줄 장군이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자 “의여차” 젖줄을 잡은 시민들이 따라 외치며 몸을 뒤로 젖혔다. 거대한 줄이 팽팽해지면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3판2승제인 기지시줄다리기는 수줄이 이기면 나라가 평안하고, 암줄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는 설이 전해진다. 참석자들은 한 해의 풍요와 가족 건강, 나라의 평안을 기원했다. 올해는 수줄이 이겼다. 이아무개(62·충남 아산시)씨는 “줄 옮기기부터 참여했다. (우리 수하팀은) 졌지만 수상팀이 이겼으니 나라가 평안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는 지난 11일 제례의식부터 이날 줄다리기까지 나흘 동안 진행됐다. 당진시는 이날 3만명, 나흘 동안 모두 7만여명이 줄다리기 축제에 참여했다고 집계했다. 올 축제는 영산줄다리기, 밀양 감내게 줄당기기 시연과 줄다리기 국제 학술 심포지엄이 열려 유네스코 무형 유산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성환 당진시장은 “올해 축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앞두고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 등 공동등재된 아시아권 나라가 참여해 의미가 컸다”며 “주한 외교사절, 주한미군과 일본 센다이시, 몽골, 타이완 외빈들도 방문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기지시줄다리기를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지시줄다리기는 조선 선조 때 해일이 일어나 전염병 등 재난이 끊이지 않았는데 한 현자가 “윤년마다 줄을 만들어 당기고 제를 지내면 편안할 것”이라고 해 시작됐다고 전한다. 옥녀가 베를 짜는 지형이라서 줄을 만들었다는 설화, 지네 지형이어서 지네 닮은 줄을 만들어 당기면 땅 기운을 누를 수 있다는 설화, 낙방한 선비가 잠을 자는데 꿈속에 구렁이와 지네가 싸우다 죽은 뒤 선녀가 나타나 ‘줄을 당기고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했다는 설화 등도 전해진다. 지명 기지시(機池市)는 능선 아래 좋은 샘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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