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신촌블루스 엄인호 “후배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어”[인터뷰]
1986년 신촌블루스 결성 이후
38년째 팀 명맥 지켜온 뮤지션
한영애 김현식 이어 강성희 등
개성 강한 보컬로 곡 생명력 유지
28일 관악아트홀서 단독콘서트
후배들과 베스트앨범 녹음 중
신중현 등 한국명곡 블루스로
곡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목소리로 재해석되며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이은미, 정경화, 강허달림 같은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이 밴드의 보컬을 거쳐 갔다. 38년째 남아있는 원년 멤버는 엄인호가 유일하지만, 지금도 세 명의 보컬 제니스, 김상우, 강성희가 추억의 노래를 함께 부른다. 이달 28일 서울 관악아트홀에서 콘서트를 앞두고 마포구 지하 연습실에서 만난 엄인호는 “멤버가 빠지면 해산하는 밴드도 있지만 내 욕심인지 신촌블루스는 항상 흘러왔다”고 돌아봤다. 이번 공연엔 그를 주인공으로 한 한국 대중음악사 다큐멘터리 촬영도 진행돼, 대표곡 위주로 2시간을 채울 예정이다.
부드러운 고음을 내는 제니스, 한이 서린 듯 카리스마 있는 강성희 등 보컬 멤버들 모두 10년 넘게 신촌블루스를 지키고 있다. 특히 최근엔 강성희가 무명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톱7에 올라 이름을 알렸다. 1980년대부터 손수 멤버를 끌어모았던 엄인호의 안목이 또 한 번 증명된 셈이다. 엄인호는 “돈 좀 벌었어야 했는데 남들이 다 가져갔다”고 농을 섞으면서도 “내가 운이 좋은 건지 그 친구들이 운이 좋은 건지, 대체로 우연이었다”고 했다. “소개를 받아 찾아가기도 했고 우연히 노래를 듣기도 했죠. 음색을 들으면 그 사람만의 특색은 빨리 찾아내는 편이에요. 그 개성이 내가 만든 곡에 어울리는지를 찾아내고 들이댔죠. 덕분에 좋은 가수를 많이 만났어요.”
엄인호의 곡은 대부분 요동치던 감정의 산물이다. 제대로 음악을 배운 적도 없다. 곡 ‘아쉬움’은 여자친구와의 말다툼 이후에, ‘그대 없는 거리’는 늦은 밤 잠든 갓난쟁이 아들의 발을 보고 토하듯 뱉어냈다. 많은 사연 중 지금도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곡으로는 1991년 발표한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를 꼽는다. 미완성으로 품고 있던 곡인데, 음악적 동지였던 ‘가객’ 김현식이 작고한 직후 가사를 써 내려갈 수 있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우린 서로 후회할꺼야’ 같은 대목을 요즘도 곱씹는다고 한다. 비교적 최근 곡인 ‘붉은 노을’은 서울시립승화원 언덕길 너머 노을을 보고 떠오른 세월의 회한을 담았다.
노년의 엄인호는 “이제는 노래 부르기가 힘들다”면서도 쉬지 않고 무대에 올라왔다. 어느덧 새하얗지만, 장발의 머리카락과 청바지 차림은 처음 무대에 섰을 때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요즘은 후배들과 함께 블루스 앨범 작업에 한창이다. LP에 자신의 대표곡을 담는 것으로, 현 보컬 멤버들과 가수 임지수·박완규·박광현 등이 참여한다. “후배들에게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차피 도토리 키재기인데 외국곡을 베끼지도 말고, 너무 유치한 가사도 그만 부르자고요. 노래가 노래다워야죠. 이 음반이 잘되면 신중현 선생님 등 내 윗세대의 명곡도 블루스로 리메이크해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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