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진실·완벽한 책임으로 끝맺은 ‘원더풀 월드’

남지은 기자 2024. 4. 1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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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떠나보낸지 14년이 지나서야 엄마는 길을 잃고 헤매던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이제 그만 좀 하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은수현이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건 진실을 알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다.

그 마음은 또 다른 마음들과 연대하는 순간 비로소 힘을 낼 수 있었다.

수천명의 시민이 참가해 세월호 참사의 완전한 진실과 책임에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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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 대통령 후보 무기징역으로 종영
세월호 10주기 ‘상실의 슬픔’ 공감 배가
‘세상이 그들에게 조금 더 다정하기를’
지난 13일 ‘원더풀 월드’ 마지막회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의 고통에 시민들이 연대하는 내용이 방영됐다.‘원더풀 월드’ 프로그램 갈무리
‘원더풀 월드’ 프로그램 갈무리

아이를 떠나보낸지 14년이 지나서야 엄마는 길을 잃고 헤매던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여전히 아이가 그립지만 언젠가는 아픔이 덜한 시간에 가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조금씩 나아간다. 그러면서 소망한다. “상실의 슬픔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편안해지기를. 세상이 그들에게 조금은 더 다정하기를.”

지난 13일 세월호 10주기를 사흘 앞두고 방영된 드라마 ‘원더풀 월드’(MBC) 마지막회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고통 속에 사는 이들에게 바치는 희망의 메시지 같다. 극에서 엄마 은수현(김남주)은 아들을 죽게 만든 진범인 대통령 후보 김준(박혁권)을 고발하지만, 그는 권력을 이용해 빠져나간다. 댓글부대를 동원해 은수현을 비난하는 여론을 조성하고 증거를 인멸하고 책임을 전가한다.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이제 그만 좀 하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은수현이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건 진실을 알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다. 그 마음은 또 다른 마음들과 연대하는 순간 비로소 힘을 낼 수 있었다. 마지막 방법으로 1인 시위를 하는 은수현에게 시민들은 “응원한다”며 음료수를 건네고, 목도리를 둘러줬다. 다른 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들도, 당시 6살이었던 아이의 친구들도 청소년이 되어 찾아왔다. 진상 규명을 원하는 목소리는 하나에서 열이 되고 수십개가 되어 세상에 가닿았다.

이 장면은 같은 날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4.16 기억문화제’를 연상케 하며 더욱 눈길을 끌었다. 수천명의 시민이 참가해 세월호 참사의 완전한 진실과 책임에 한 목소리를 냈다. 참사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20대 청년들, 이태원 참사 등 비슷한 아픔을 겪은 유족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현실에서는 10년이 지난 오늘도 달라진 게 없지만, 드라마에서는 8년 넘게 진실된 사과나 반성조차 하지 않은 김준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다. 완전한 진실과 완벽한 책임은 피해자들이 고통을 추스르는 시작점이 된다. “내가 여기서 끝날 것 같나” “내 하나 없어진다고 이 세상 안 변한다”며 여전히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세상의 수많은 김준에게 드라마는 권선율(차은우)의 입을 빌어 말한다. “당신 같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니까. 더 좋은 사람들도 많으니까 (세상은) 분명히 좋아질 거”라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원더풀 월드’ 김남주 마지막 대사, 세월호 10주기랑 겹쳐서 더 슬프고 감동이다” “‘원더풀 월드’ 세월호 즈음에 이런 내용 보니 더 마음 아프다”는 글이 올라왔다. 은수현을 연기한 김남주는 문화방송을 통해 밝힌 종영 소감에서 “저 역시 엄마로서 은수현의 감정에 공감이 됐다. 자식을 가진 엄마들이라면 공감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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