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에게 초점 맞춘 이통3사 멤버십, '갈라치기'와 실적잔치

이혁기 기자 2024. 4. 1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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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이통사 멤버십의 비밀➋
혜택 줄어드는 이통사 멤버십
호실적 거두는 데 왜 줄일까
이통사 “의도으로 줄인 것 아니야”
하지만 신규 혜택 자세히 살펴보면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 혜택 집중
“멤버십 없앤 요금제 필요” 주장 나와

# 우리는 視리즈 '이통사 멤버십의 비밀' 1편에서 이동통신사 3사가 지난 몇년에 걸쳐 무료 영화 관람, 편의점 할인, OTT 할인 등 다양한 멤버십 혜택을 줄여온 것을 사례를 들어 꼬집었습니다. 이는 멤버십 서비스를 보고 알뜰폰보다 비싼 통신사 요금제에 가입한 소비자 입장에선 속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이통3사 관계자들은 "멤버십 변경은 제휴사와 논의 후 결정하는 일"이라면서 "이통3사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하지만 이통3사가 새롭게 도입하거나 확대한 혜택들은 대부분 고가 요금제 이용자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VIP 이상의 고객을 위한 멤버십 요금제를 통해 실적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이 이야기는 視리즈 '이통사 멤버십의 비밀' 두번째 편에서 살펴봤습니다.

이통3사의 멤버십 혜택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우리가 視리즈 '이통사 멤버십의 비밀' 1편("당신의 혜택이 사라진다" 이통3사 멤버십 꼼수와 탐욕)에서 이야기했던 멤버십 혜택의 비밀을 간략하게 요약해 볼까요? 먼저 1년에 12개씩 제공하던 무료 영화 관람권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지 오래입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1년에 3개, KT는 6개로 줄었습니다. 편의점 혜택도 몰라볼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마트24를 제외한 모든 편의점에선 통신사 멤버십으로 1+1 등 행사상품을 할인받을 수 없습니다.

구독 서비스 할인율도 계속해서 쪼그라들었습니다. SK텔레콤은 2020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FLO)'의 할인율을 50%에서 30%로 낮췄습니다. 지난해엔 자사 구독 서비스 '우주패스'의 1개월 무료 이용권을 연 12회에서 연 3회로 줄였죠.

KT도 2020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지니뮤직'의 할인을 1년 50%에서 6개월 30%로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로 자사 키즈 OTT '아이들나라' 무료 체험 기간을 1개월에서 일주일로 축소했죠.

이통3사가 이렇게 멤버십 혜택을 줄인 이유는 뭘까요? 혹시 실적이 줄어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통3사는 멤버십 혜택을 줄이는 동안 '실적 잔치'를 벌였습니다. 지난해 이통3사의 총 매출은 58조9659억원, 총 영업이익 4조40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0.3% 증가했습니다. 특히 총 영업이익은 2021년 이후 3년 연속 4조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실적잔치'는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14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이통3사의 올해 1분기 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4조4378억원에 달하고, 같은 기간 총 영업이익도 1조2411억원에서 1조2533억원으로 1.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렇게 통신사 실적이 좋은데도 멤버십 혜택은 갈수록 줄어드니, 이통3사의 멤버십에 소비자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만합니다.

이제 대부분의 편의점 행사상품이 멤버십을 적용하지 않는다.[사진=연합뉴스]

멤버십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이통3사는 억울하다는 반응을 내비칩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통3사가 독단으로 멤버십 혜택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면서 "제휴사의 요청으로 혜택 내용을 변경하거나, 제휴기간이 끝나 혜택 자체를 종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또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매월 새로운 업체를 물색해 신규 혜택을 꾸준히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겉만 보면 이 말이 맞는 듯합니다. 이통3사 멤버십은 여전히 많은 제휴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 9일 기준으로 SK텔레콤은 총 149개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113개·123개에 달합니다.

하지만 확대한 혜택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이통3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훤히 드러납니다. 최근 영화관 혜택을 손본 KT의 예를 들어보죠. KT는 지난 2월부터 VVIP 등급의 고객에 한해 무료 영화 예매 횟수를 기본 6회에서 추가로 6회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VVIP는 예전처럼 1년에 12편씩 영화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셈입니다. 이는 '이통3사가 영화관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는 상반된 행보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고객은 소수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VVIP 등급을 얻으려면 월 11만~13만원에 달하는 값비싼 통신 요금제를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이통3사는 한쪽에선 전체적인 멤버십 혜택을 줄이고, 다른 한편에선 고가 요금제를 쓰는 고객에게만 혜택을 늘리는 이중적인 면모가 보이고 있습니다. 비싼 요금제를 쓰는 소비자 비중이 높아져야 이통3사의 실적도 더 늘어날 테니까요.

이러니 한편에선 '멤버십 제도를 없앤 요금제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 2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 기만·우롱하는 3만원대 5G 요금제' 성명에서 "소비자 중에선 멤버십 혜택을 쓰지 않는 소비자도 있다"면서 "부가 서비스를 전부 제외한 순수한 통신 요금제로 실질적인 요금 인하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멤버십을 이통3사의 통신비를 비싸게 만드는 '거품'으로 본 겁니다.

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의 설명을 좀 더 들어보시죠. "통신비가 5만~6만원대인 소비자에게 이통3사의 멤버십 혜택은 부실한 측면이 많다. VIP 이상의 고객에게 멤버십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멤버십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차라리 멤버십을 빼고 10만원짜리 요금제를 2만~3만원 낮추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자, 여기까지가 이통3사 멤버십 서비스의 현주소입니다. 수년에 걸쳐서 이통3사는 멤버십 혜택을 조금씩 축소하고 있습니다. 이통3사는 "매년 혜택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 간극은 이통3사가 'VIP 이상의 고객'에게만 확대를 늘리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인지 이통3사는 매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는 언제쯤 통신사의 '봉'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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