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인데 혼자 살아요”…통계조차 없는 ‘독거 치매’ [친절한 뉴스K]

김세희 2024. 4. 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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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65살 이상인 초고령 사회 진입까지 이제 겨우 1년 남았습니다.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치매 환자도 함께 늘고 있는데요.

특히 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 독거 치매 환자들의 실태를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치매지만 가족이나 부양자 없이 혼자 사는 독거 치매 환자는 얼마나 될까요.

지난해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독거 치매 환자는 19만 명입니다.

미등록 환자까지 포함하면 3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1인 가구가 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독거 치매 환자 수는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홀로 고립된 독거 치매 환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방 두 칸짜리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김소방 할머니.

아들이 떠난 뒤 할머니를 찾아온 건 치매였습니다.

[김소방/독거 치매 환자 : "(TV 한번 틀어보세요.) 왜 그러세요. 나 어디 갖다가 내버리려고?"]

하루 종일 혼자 지내다 보니 증세가 날로 심해집니다.

[김소방/독거 치매 환자 : "나 열쇠 찾아야 돼."]

[조선경/주무관/포항 남구치매안심센터 : "열쇠 아까 찾았어요. 여기 주머니에요."]

[김소방/독거 치매 환자 : "혼자 자다가 울다가. 슬플 때가 많아요. 아들 생각도 나고…."]

가족 없이 강아지들과 함께 사는 남철용 할아버지 역시 치매 때문에 일상 생활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남철용/독거 치매 환자 : "나 옷을 바꿔 입고 오면서 카드고 뭐고 아무것도 안 가져 왔네. 신발이 벗겨져도 벗겨진 줄도 모르고 걸어가고. 그러니까 될 수 있으면 그냥 집에 있고…."]

[허준수/교수/숭실대 사회복지학부 : "혼자 사시면 굉장히 고립되고 외롭고, 사람을 안 만나고 그러면 치매 증상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죠."]

독거 치매 환자는 '치매 공공 후견제'를 통해 공공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습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로 현재 후견인 235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공 후견제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치매 환자 이웃 등 주변인으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합니다.

후견인과 피후견인이 자주 만나려면 지원이 필요한데 활동비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이 제도가 절실한 독거 치매 환자들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 고립돼 있습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독거 치매 환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족이 없는 무연고는 산출조차 불가능한데다 전국적인 통계 조사가 진행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종된 사람 가운데 독거 치매 환자가 몇 명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실체가 없으니 관리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허준수/교수/숭실대 사회복지학부 : "우리나라의 복지 제도는 신청주의입니다. (치매 증상이 있다면) 스스로 자기 문제에 도움이 되는 그런 정부의 서비스, 사회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신청할 수 없어서 사각지대가 될 수 있는…."]

혼자 치매인지 모른 채 살아가다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는 만큼, 독거 치매 환자에 대한 전수 조사와 함께 이들에 대한 돌봄 정책 강화 같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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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기자 (3h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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