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發 식량 대위] 코코아 사상 처음 1만달러 돌파… “비트코인보다 가치 상승 커”

전효진 기자 2024. 4. 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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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에 따른 농작물 작황 부진이 주머니 속 사정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역사상 처음으로 1t당 1만달러를 돌파한 것. ‘초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커피, 설탕, 올리브유 등 식품 가격도 쉽사리 안정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임금 상승 등 누적된 비용 압력까지 커지며 식료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업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압박도 커지고 있다.

엘니뇨에 코코아 '사상 최고가'

4월 2일(이하 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코코아 선물 5월 인도분 가격은 장 중 한때 전날 대비 5.3% 상승한 1t당 1만286달러(약 1406만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같은 양의 구리 가격(t당 8764달러)을 웃돌고, 금과 비교하면 약 40돈(한 돈당 3.75g)과 맞먹는 가격이다.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세 배 이상 폭등했고, 올해에만 상승률이 140%에 육박한다. 가디언은 “현재 (코코아가) 여느 귀금속보다 가치가 높고, 비트코인보다 가치 상승이 빠르다”고 전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코아 가격이 과열 양상(melt-up)이다. 코코아 가격 급등은 제조 업체, 제과 업체, 대형 식품 업체 가격까지 인상하게 하고, 쿠키 몬스터(미국 어린이 TV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 캐릭터)까지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여 파는 방식)을 걱정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키우고 있는 카카오나무. 사진 AP 연합

코코아 가격이 급등한 것은 전 세계 공급량의 약 75%를 담당하는 서아프리카에서 이상기후가 발생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작물의 질병 등으로 작황이 악화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졌다.

시장조사 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엘니뇨가 지난해 12월 서아프리카에 폭우를 유발해 피해를 입혔고, 흑점병이 확산한 이후 극심한 더위, 카카오나무의 급격한 노화, 불법 채굴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했다. 국제코코아기구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은 전년 대비 10.9% 감소할 것으로전망된다. 특히 코코아 생산의 약 60%를 차지하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는 올해 코코아 생산량을 각각 지난해 85만t에서 65만t, 60만t에서 40만t으로 낮췄다. 이 같은 전망에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가수요가 늘면서 코코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개인 주식 투자자라면 코코아 가격급등 현상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대표적인 미국 배당성장주로 꼽히는 허쉬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는 주가가 상승해 지난해 5월 주당 270달러까지 오른 후 4월 2일 기준 198달러까지 내려온 상태다. BNP파리바는 “최근 코코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지속적인 공급 부족심화 등) 구조적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글로벌 초콜릿 제조사 허쉬에 대한 투자 의견을 ‘시장 수익률 상회’에서 ‘중립’으로 낮췄다(목표가 주당 212달러).

1t당 기준 자료=인베스팅닷컴

커피·설탕 등 기회 식료품도 가격 고공 행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악화로 급등했던 밀과 옥수수, 닭고기, 달걀 등의 가격은 대체로 2022년 이전 수준을 되찾았다. 하지만 일부 농산물의 가격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값을 100포인트로 해서 이보다 높으면 인상, 낮으면 하락으로 평가한다)는 117.3포인트로 전월보다 0.7% 내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2월(116.5포인트)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품목별로 보면 차이가 컸다. 곡물 가격 지수는 113.8포인트로 전월 대비 5.0% 하락한 반면, 설탕 가격 지수는 140.8포인트로 전월 대비 3.2% 상승했다.

올리브유 가격 역시 연일 상승세다. 지난해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튀르키예, 튀니지 등 지중해 연안 주요 생산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며 올리브유 가격이 1년 새 70% 폭등해 ‘액체로 된 금(Liquid gold)’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감자 가격 역시 1년 전보다30%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도 미국과 브라질에서 박테리아가 감귤 나뭇잎에 번지는 ‘감귤 녹화병(citrus greening)’이 확산하며 1년 새 55%가량 상승했다. 지난 1년간 오른 오렌지 주스 가격 탓에 국내에서는 오렌지 과즙 함량을 낮춰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용량은 그대로 두면서 값싼 원료로 대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줄어들다’는 단어와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제품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제품 크기 및 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간접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거두는 것을 말한다.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인색하게 군다’는 단어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기업이 제품 가격과 용량은 그대로 두면서 값싼 원료로 대체해 실질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보는 걸 가리킨다.

Plus Point
美·유로존, 올 1분기 물가 재상승… “인플레 목표 달성 못 할 우려”

미국과 유로존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2%)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월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이 잘 내려가지 않아 양측 중앙은행이 골머리를 앓고 있고, 투자자 사이에서는 세계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라스트 마일(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 구간)이 생각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고 전했다. WSJ는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치(2%)를 향해 안정적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을 재고해야 할 상황”이라며 “심지어 1970년대 당시처럼 물가가 다시 오르는 2차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3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주 베르수아에서 열린 페스티초크(Festichoc) 초콜릿 축제에서 초콜릿으로 만든 부활절 달걀이 전시돼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 코코아 가격 급등으로 초콜릿 제품의 슈링크플레이션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 AFP연합

세계 주요 선진국의 올해 1분기 근원 물가 상승률은 예측보다 올라간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같은 날 투자 메모에서 주요 선진국의 근원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하반기 연 3%에서 올해 1분기 3.5%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근원 물가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지표다. JP모건은 미국의 근원 물가 예상치가 지난해 하반기 3.2%에서 올해 1분기 4.1%로 올라간 것으로 분석했고, 유로존은 같은 기간 2.5%에서 3.2%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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