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 명품 제국 ‘왕좌의 게임’ | 세계 최대 명품 업체 LVMH 이인자 사임…5자녀 승계 전쟁 가열

김효선 조선비즈 기자 2024. 4. 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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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사진 블룸버그

명품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 1위 부자 자리에 오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최근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4월 셋째 아들과 넷째 아들이 세계 최대 명품 업체인 LVMH 이사회에 합류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온 데다가 LVMH 이인자였던 안토니오 벨로니가 사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아르노 회장의 다섯 자녀에게 쏠려있다.

LVMH그룹은 4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셋째인 알렉상드르 아르노(32)와 넷째 프레데릭 아르노(29)의 이사회 합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프레데릭은 블랙핑크 멤버 리사와 열애설이 불거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사회 구성원 등록은 주주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데, 아르노 가문은 LVMH그룹 지분 48%와 의결권 64%를 보유하고 있어 순조롭게 이들이 이사회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렉상드르와 프레데릭이 이사회에 합류한다면 다섯 남매 가운데 막내 아들 장을 제외한 네 명이 이사회 구성원이 된다.

두 번의 결혼으로 낳은 다섯 자녀, 왕관은 누구에게

아르노 회장은 두 번 결혼해 4남 1녀를 두고 있다. 현재 크리스챤 디올 최고경영자(CEO)인 맏딸 델핀(49)과 이사회 부회장 겸 벨루티·로로피아나의 CEO인 둘째 자녀이자 장남 앙투안(47)은 첫째 부인인 안 드바브랭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후 아르노 회장은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엘렌 메르시에와 재혼했고, 그사이에 티파니앤코 커뮤니케이션 총괄인 알렉상드르와 LVMH 시계 부문 총괄인 프레데릭 그리고 막내 장 아르노(26) LVMH 시계 부문 마케팅·개발 부문장이 태어났다.

아르노 회장의 승계 작업은 지난해 초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11일 인사에서 아르노는 델핀을 크리스챤 디올 CEO로 임명했다. 2000년부터 디올에서 일한 맏딸을 약 13년 만에 수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당시 인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LVMH의 가족 경영 체제가 더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블룸버그는 “73세의 억만장자가 자녀들을 ‘명품 제국’ 요직에 앉히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프레데릭이 LVMH 시계 부문 CEO로 승진하기도 했다.

아르노 회장이 지금까지 자신이 후계자로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큰 인물은 맏딸 델핀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내부자들은 델핀이 승계자가 될 가능성을 크게 점치고 있다”면서 “다섯 명의 자녀 모두 그룹 내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델핀이 크리스챤 디올 CEO가 된 후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선두 주자로 여겨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현재 델핀은 디올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그’는 “크리스챤 디올 CEO로서 첫해를 보낸 델핀은 기업의 영광을 이어갈 강력한 수호자”라며 “리더로서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아르노 회장의 측근들은 그가 비록 공개적으로 승계 문제를 거론하는 일은 드물지만, 수십 년간 속으로 이 문제를 고민해 왔다고 전한다. 알맞은 후계자를 찾기 위해 아르노 회장은 매달 한 번 LVMH 본사의 개인 레스토랑에서 다섯 자녀와 점심 식사를 한다. 행간에서는 이를 ‘승계 오디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확히 90분 동안 진행되는 점심 식사는 아르노 회장이 자신의 아이패드로 준비한 토론 주제를큰 소리로 읽는 것으로 시작된다”면서 “그는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다섯 명의 자녀에게 각자 의견을 묻는다”라고 전했다. 회사 관리자들에 대한 것부터 LVMH 여러 브랜드의 개편 필요성까지 주제는 다양하다고 WSJ는 설명했다. 또한 아르노 회장은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회의 중간중간 직접 자녀에게 수학을 가르쳤으며 출장과 비즈니스 미팅에 자녀를 참석시켰다. 델핀은 그녀가 10대일 때부터 아르노 회장의 출장에 동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료=‘이코노미조선’ 정리

상속 분쟁 이어지진 않을까…우려의 시선도

지난해 아르노 회장은 다섯 자녀와 함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LVMH의 기업 구조를 가족 중심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다섯 자녀는 각각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사회의 만장일치 없이는 30년 동안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 4월 셋째와 넷째의 이사회 합류가 결정된다면 아르노 가문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올해 셋째가 승진한 데다가 이사회 합류 소식까지 나오면서 승계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월 말에 LVMH그룹의 안토니오 벨로니가 그룹 상무이사 겸 그룹 집행위원회 의장직에서 내려오면서 이런 목소리는 커지는 모양새다. 벨로니는 2001년 LVMH에 합류한 이후 실질적인 이인자가 되어 아르노 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 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대부분 위대한 기업 뒤에는 모든 일을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게 조력하는 이인자가 있었다”면서 “그의 사임이 LVMH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우려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지 않았다”면서 “오로지 능력만으로 선발된 전문 경영인들이 경영권을 장악했는데, 아르노 가문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텔레그래프는 “많은 기업이 한두 명의 자녀를 고위직에 배치하고, 통제권을 놓고 싸우도록 했다”면서 “다섯 자녀가 경영권을 두고 싸우는 것은 새로운 일인데, 좋게 끝날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라고 했다.

아르노 회장도 이런 우려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녀들에게 회사를 상속한 기업 중 한두 세대가 지나고 나서 회사가 너무 쉽게 무너진 경우를 봤다”며 “나는 내 자녀들과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왕관이 지금 당장 후계자에게 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아르노 회장은 지난 2022년 회장 연령 제한을 75세에서 80세로 높여 회장에 재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아르노 회장이 80세가 되는 때는 2029년 3월로, 아직 5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프레데릭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승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주제가 아니다”라며 “언젠가는 때가 올 것”이라고 했다.

현재 LVMH그룹의 시가총액은 4월 2일 기준 4147억유로(약 601조9080억원)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 개인의 재산 가치는 3월 7일 기준 2000억달러(약 273조4600억원)를 넘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아르노 회장이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지난해 5월 말 머스크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9개월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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