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 티라노사우루스보다 거대했던 미지의 육식 공룡 | 스피노사우루스, 물속 사냥보다 물가서 ‘줍줍’했다?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에디터 2024. 4. 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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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쥬라기공원 3’에서 공룡계의 최강자인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를 압도한 공룡이 있었다. 바로 스피노사우루스(Spinosaurus)다. 9500만 년 전 백악기에 살았던 이 육식 공룡을 두고 과학계가 반으로 나뉘었다. 한쪽은 꼬리를 노처럼 흔들며 헤엄친 수중 사냥꾼이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잠수하면 거대한 몸을 가누지 못해 물가에 서서 물고기를 낚아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과연 스피노사우루스는 물가의 회색곰에 가까웠을까, 아니면 물속 바다사자와 비슷했을까.

1 9500만 년 전 아프리카 북부 해안에서 등에 돛 모양 구조가 있는 육식 공룡인 스피노사우루스 한 쌍이 강에 서서 물고기를 물어 올리는 모습의 상상도. 하늘에는 익룡이 날고 있다. 사진 미 시카고대 2 9500만 년 전 스피노사우루스 두 마리가 아프리카의 강물 속에서 헤엄치며 공룡시대의 톱상어인 온코프리스티스를 사냥하는 모습의 상상도. 사진 내셔널지오그래픽·미 디트로이트 머시대 3 2014년 ‘사이언스’에 아프리카에서 발굴한 스피노사우루스 화석을 발표한 폴 세레노(오른쪽) 교수와 니자르 이브라힘 박사. 뒤로 등에 거대한 돛 모양 구조가 있는 스피노사우루스 상상도가 보인다. 두 사람은 이후 스피노사우루스가 물속에서 사냥했는지, 물가에서 물고기를 집어올렸는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사진 미 시카고대

“골밀도 높다고 꼭 잠수하는 것은 아냐”

미국 시카고대의 폴 세레노(Paul Sereno) 교수 연구진은 3월 6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스피노사우루스는 이전에 알려진 것처럼 수중 포식자가 아니라 오늘날 회색곰처럼 물가에서 물고기를 낚아챘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의 제1 저자는 아마추어 고생물학자인 네이선 미어볼드(Nathan Myhrvold)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내다 1999년 사직하고 이듬해 특허 전문 기업인 인텔렉추얼벤처스(IV)를 창업했다.

스피노사우루스는 라틴어로 ‘등뼈 도마뱀’ 이란 뜻이다. 이름처럼 등뼈가 척추에서 수직으로 뻗어 돛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스피노사우루스는 몸길이가 14m, 체중은 7.5t으로 추정된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몸길이 12m, 체중 7~9t 정도다. 스피노사우루스가 티라노사우루스보다 2500만 년 뒤에 나타났으므로 영화의 대결 장면은 허구지만, 그래도 몸길이로 보면 스피노사우루스가 우위라고 볼 수 있다.

2014년 세레노 교수와 미어볼드 박사는 ‘사이언스’에 새로운 스피노사우루스 화석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그전에 1915년 독일의 고생물학자인 에른스트 스트로머(Ernst Stromer)가 발굴한 화석이 하나 있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중 공습에 파괴됐다. 당시 과학자들은 스피노사우루스 화석이 악어와 비슷한 턱과 이빨을 가졌다는 점에서 오늘날 회색곰처럼 물가를 걸어 다니며 물고기를 잡아먹었다고 추정했다.

스피노사우루스의 모습은 그 뒤 모로코의 켐켐 지층에서 그동안 형태를 알 수 없었던 꼬리뼈가 온전히 발굴되면서 다시 바뀌었다. 스피노사우루스는 꼬리에도 등처럼 뼈가 수직으로 나 물고기의 지느러미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디트로이트 머시대의 니자르 이브라힘(Nizar Ibrahim) 교수와 예일대의 마테오 파브리(Matteo Fabbri) 연구원은 2020년 ‘네이처’에 스피노사우루스가 긴 꼬리를 이용해 물속에서 장어처럼 움직이면서 사냥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2022년 ‘네이처’ 에 스피노사우루스가 펭귄처럼 골밀도가 높아 물에 뜨지 않고 잠수하는 데 유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시카고대 연구진은 코끼리나 공룡 같은 대형 육상동물도 엄청난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골밀도가 높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앞서 연구진이 골밀도와 동물의 서식지를 비교하는 데 사용한 통계 자료에도 오류가 많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미어볼드 박사는 “육상동물보다 골밀도가 낮은 수생 동물도 많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2022년 국제 학술지 ‘이라이프’에 발표한 논문에서 스피노사우루스는 오늘날 새처럼 척추에 공기주머니가 있어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처럼 부력이 커서 잠수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등에 돛 모양 돌기가 나 있어 물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결국 스피노사우루스는 신체적 한계로 잠수보다 물가에서 사냥하는 쪽을 택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골밀도가 높은 것도 물가 사냥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세레노 교수는 “스피노사우루스는 상대적으로 짧은 뒷다리로 체중을 지탱하기 위해 골밀도가 높을 필요가 있었다”며 “공룡은 물에 들어가 발가락을 바닥에 단단히 고정해 수심 1.8m 정도 강에서 물에 뜨지 않고 서서 물고기를 집어 올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카고 필즈 자연사박물관에 전시 중인 스피노사우루스의 골격 화석. 9500만 년 전 백악기에 살았던 이 육식 공룡은 등과 꼬리에 돛처럼 수직으로 뼈들이 솟아 있다. 사진 미 시카고 필즈 자연사박물관

“수영 속도 느려도 사냥 못 하는 것 아냐”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시카고대 연구진은 앞서 수중 사냥 주장의 근거가 된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하마처럼 물에 살지만, 그곳에서 먹이 활동을 하지 않는 동물도 수중 사냥 동물에 집어넣은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개인적으로 스피노사우루스는바다사자처럼 물속에서 먹이를 쫓았다기보다는 회색곰처럼 물가에서 머리를 물속에 박고 물고기를 잡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며 “수중 사냥 주장의 근거가 골밀도 하나이지만, 반대하는 쪽이 제시한 골격 해부학적 특징은 10가지가 넘어 다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피노사우루스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사실 아프리카에서 화석 발굴을 같이한 동료였다. 2014년 ‘사이언스’ 화석 발굴 논문도 같이 썼다. 하지만 지금은 지적으로 갈라진 상태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수중 사냥론을 주장하는 이브라힘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시카고대 주장을 티라노사우루스가 거대한 몸집 때문에 빠르게 달리지 못해 사냥꾼보다 사체 청소부였다고 주장한 고생물학자와 비교했다. 그는 “티라노사우루스는 동작이 느린 초식 공룡인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를 잡기 위해 반드시 빠를 필요가 없었다”며 “마찬가지로 스피노사우루스가 과거 아프리카의 강에서 느리게 움직이는대형 물고기를 잡기 위해 수영을 잘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브라힘 교수는 현재 스피노사우루스 화석이 나온 모로코에서 추가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면 스피노사우루스가 수중 사냥꾼이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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