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에 터지는 우주 시한폭탄…‘신성’ 폭발 우주쇼 예고

곽노필 기자 2024. 4. 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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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9월 이전 3000광년 거리 북쪽왕관자리에서
1주일간 북극성만큼 빛나고 맨눈 관측 가능
수명 다한 별에서 일어나는 ‘핵 폭발’ 현상
9월 이전에 신성으로 변신할 쌍성계의 북쪽왕관자리 T별(T CrB)을 묘사한 그림. 오른쪽 적색거성의 물질을 빨아들인 백색왜성이 핵 폭발을 일으키며 환하게 빛나게 된다. 미 항공우주국 동영상 갈무리

앞으로 몇 달 안에 북동쪽 밤하늘에서 북극성만큼이나 밝게 빛나는 별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새로운 별이 출현한 것과 같다고 해서 신성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이 천문 현상은 사실 수명이 다한 별에서 일어나는 핵 폭발 현상이다.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폭발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우주 시한폭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올해 이 드문 현상을 볼 수 있게 해줄 주인공은 북동쪽 하늘 북쪽왕관자리에 있는 3000광년 거리의 북쪽왕관자리 티(T Coronae Borealis, 약칭 T CrB) 별이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이 별이 지금부터 9월 사이에 약 1주일간 밝게 빛나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성은 별의 일생에서 노년기에 접어든 적색거성과 이미 수명이 다한 백색왜성이 쌍을 이루는 쌍성계에서 발생한다. 크기는 작지만 밀도가 매우 높은 핵만 남은 백색왜성이 핵 융합으로 팽창하는 적색거성으로부터 물질(주로 수소)을 빨아들이다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면서 강력한 빛을 내는 것이 신성이다. 백색왜성은 질량은 태양과 비슷하지만 크기는 지구와 비슷하다. 루이지애나주립대의 브래들리 섀퍼 교수(천체물리학)는 뉴욕타임스에 “신성은 기본적으로 수소 폭탄”이라고 말했다.

북쪽왕관자리T 별의 위치. 왼쪽비 북쪽, 오른쪽이 동쪽이다.

초신성과 신성은 어떻게 다를까

신성은 일시적 에너지 과잉 상태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어두워진다. 적색거성이 수명을 다하거나 백색왜성이 중성자별이 될 때까지 신성 폭발은 수천 년 동안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일어난다. 이런 점에서 훨씬 더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며 별을 완전히 파괴해 버리는 초신성과 다르다.

북쪽왕관자리 T별은 지구 크기 만한 백성왜성과 태양 74배 크기인 적색 거성으로 이뤄져 있다. 백색왜성이 지구~태양 거리의 절반이 조금 넘는 8천만km 거리에서 적색거성을 225일 주기로 돌면서 바깥층 물질을 흡수하다 임계점에 다다르면 신성 폭발을 일으킨다. 폭발로 가스가 날아간 뒤 다시 또 가스가 쌓여 다음 폭발을 준비한다. 폭발 주기는 약 80년이다. 가장 최근에 폭발한 때는 1946년이다. 그 이전엔 1866년, 1787년 관측 기록이 있다.

이전 관측에 따르면 신성은 본격 폭발에 앞서 몇 년 동안 불규칙적으로 작은 폭발 움직임을 보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지난 10여년 동안 그런 현상이 있었다고 한다. 북쪽왕관자리 T는 폭발 기간 중 겉보기밝기가 10등급에서 북극성과 비슷한 2등급으로 1500배 밝아진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80년 후에 일어날 다음번 폭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일생에 단 한 번 볼 수 있는 천문 사건이다. 우리 은하에는 현재 400개 이상의 신성이 알려져 있다.

백성왜성이 팽창하는 적색 거성의 바깥층 물질을 빨아들이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 미 항공우주국 제공

옛사람들이 ‘객성’이라고 부른 별

우리 조상들은 신성이나 초신성, 혜성처럼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별을 몽뚱그려 객성(客星)이라고 불렀다. 하늘을 떠도는 나그네처럼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별이란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약 400건의 객성 기록이 등장한다. 예컨대 세종실록에는 1437년(세종 19년) 2월5일(음력) “객성이 미성(전갈자리) 둘째 별과 셋째 별 사이에 나타났는데, 셋째 별에 가깝기가 반 자 간격쯤 되었다. 무릇 14일 동안이나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다. 2016년 미국 등 6개국 공동연구진은 이 기록을 바탕으로 그때의 신성을 찾아내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선조실록에는 1604년(선조 37년) 9월21일(음력) 케플러 초신성을 “목성보다 작고 황적색을 띤 객성”으로 표현한 대목이 나온다.

옛사람들이 객성의 출현을 꼼꼼하게 기록한 건 예기치 않은 천문 현상을 불길한 일이 일어날 징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왕이 국정의 잘잘못을 다시 살펴보고,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재앙에 대비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예나 지금이나 우주는 여전히 인간에게 성찰과 각성의 장을 펼쳐주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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