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사업도 ‘선택과 집중’ … 기술 상용화까지 염두에 둬야 [기고]

2024. 4.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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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박선순 ㈜다원시스, ㈜다원메닥스 대표

올해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연구·개발(R&D) 사업 중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하고 혁신적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도전형 R&D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우리의 성장동력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도전적인 정신과 혁신적인 R&D 사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더욱 절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앞서 나가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는 R&D 사업 목표와 내용, 투자 규모, 선정 및 평가과정까지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부 R&D 사업은 연구시설 구축사업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많은 연구자와 기관을 지원하는 것에 기초하고 있었다. 대학, 정부출연(연), 산업체에 골고루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는 ‘선택과 집중’의 개념에 입각해 사업이 기획돼야 한다. 투자 방향과 규모도 기술개발의 목표와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유연하게 결정돼야 한다. 기술개발의 꽃은 국산화와 상용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전 세계 무대로 사업화가 되는 것이다. 상용화도 못 이루고 핵심요소기술이라는 용어로 제한된 R&D 과제를 수행한 뒤 나머지는 기업체의 몫으로 남겨놓는 식의 R&D 사업 운영은 기술개발의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장되는 기술로 전락하는 결과만 남게 할 것이다.

필자는 카이스트에서 전력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전력전자가 미래 산업의 핵심기술과 기초가 될 것이라는 신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마침 1995년 정부의 대형 R&D 사업인 ‘초전도 핵융합토카막장치(KSTAR) 구축 사업’이 시작돼 참여할 수 있었고, 코스닥 상장에 이어 지금의 중견기업인 ㈜다원시스로 성장하게 됐다. 정부의 R&D 사업이 한 작은 기업체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을 제공한 셈이다. 그만큼 정부 R&D 사업의 역할과 영향력이 실로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깊이 체감하고 있다. 이제는 철도 사업까지 확대돼 더 크고 넓은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꿈의 암치료기인 BNCT라는 붕소중성자포획치료기 개발에도 성공해 악성뇌종양(교모세포종) 및 두경부암을 대상으로 사람 임상을 진행하며 의료분야 사업까지 확장하게 됐다. BNCT 암치료기 개발 역시 정부 투자로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다원메닥스라는 의료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중성자조사장치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치료계획시스템, 붕소의약품까지 BNCT 토털 솔루션을 개발해 임상시험 중이다. 이 또한 정부 R&D 사업의 큰 성과라 볼 수 있다.

전력전자라는 기초기술에서 핵융합 장치의 초전도 전자석 특수 전원장치, 산업용 전원제어 기술, 의료용 중성자원인 가속기장치 개발로 혁신이 확산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정부의 R&D 사업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소규모로 핵심기술만 개발하는 R&D 사업이 아닌 상용화를 목표하는 사업으로 처음부터 기획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얻은 성과라 할 수 있다. 반도체 공정 장비 기술의 국산화와 경쟁력 강화, 개발된 BNCT 의료기기의 가속기 장치 기술 고도화 등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이 사업들 역시 국가전략 기술과 연관성이 크고 경제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분야다. 상용화 꽃을 피운 후에도 경쟁력 강화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정부 R&D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비단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하게 기반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려는 기업체가 많을 것이다. 정부의 기술개발 R&D 사업 방향은 이런 기업들을 먼저 발굴하고 그 기술들의 가치와 상용화 가능성, 시장성 등을 파악해 정해져야 한다. 또 유망한 기술은 상용화 단계 및 그 이후까지 지원해줄 수 있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R&D를 통한 기술 혁신이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의 살길이자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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