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되고 유머러스한 범죄 스릴러 '젠틀맨:더 시리즈'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2024. 4.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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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젠틀맨:더 시리즈'는 원작의 아성을 뛰어넘은 자기복제의 모범답안과도 같은 작품이다. 현재 영화 전문 사이트 IMDB에서 올해 넷플릭스 최고의 화제작 '삼체'(7.7)보다 높은 평점인 8.2점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지난 2020년 개봉작인 동명의 영화를 스핀오프한 '젠틀맨:더 시리즈'는 영화의 연출자인 가이 리치 감독이 다시 한번 자신의 작품을 시리즈로 연출한 작품이다. 매튜 매커너헤이, 콜린 패럴, 휴 그랜트, 찰리 허냄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 장편 영화 '젠틀맨'은 가이 리치의 독창적인 연출과 배우들이 호연이 어우러진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이같은 원작의 높은 인기와 인지도를 업고 시리즈물로 리메이크된 '젠틀맨:더 시리즈'는 팬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장교로 군 복무 중인 에디(테오 제임스)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향한다. 에디는 영국의 스무명 남짓한 공작 가문의 차남이었고, 아버지의 사망 시 유산과 작위는 가문의 전통에 따라 장남에게 모두 상속된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 모든 것을 에디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이에 크게 반발하는 형은 리퍼풀 마약상에게 큰 빚(800만 파운드)을 졌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때 저택을 구입하고 싶다는 정체불명이 부호가 나타나고, 저택이 팔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수지(카야 스코델라리오)가 에디를 찾아온다. 사실 수지는 악명높은 범죄 조직 수장의 딸이자 유럽 최대 규모의 대마 거래상이다. 아버지가 수지에게 대마 생산지로 저택 부지를 빌려주고 막대한 임대료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들은 에디는 충격을 받는다. 가족의 안전을 위해 범죄와 손을 끊고 싶지만, 형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수지의 도움을 받게 된다. 

사진=넷플릭스 

결과적으로 '젠틀맨:더 시리즈'는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과 풍성한 이야기, 감각적인 전개로 성공적인 스핀오프의 전례가 됐다. 총 8편의 에피소드는 계속되는 위기와 새로운 위협이 긴장과 스릴을 이어가는 가운데, 매력적인 캐릭터와 가이 리치 특유의 유머감각이 흥미를 더한다. 8편의 에피소드가 지루할 틈 없이 진행되며 스타일리시한 음악과 감각적인 편집, 반전이 '시간 순삭'의 감상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테오 제임스가 연기한 에디는 근사한 연미복을 입고 영국 상류층의 사교 파티를 이질감없이 즐기다가도 어두운 범죄 현장에 눈 깜짝 하지 않고 녹아드는 대범한 인물이다. 그가 구사하는 전통적인 영국 귀족 액센트와 소위 '올드머니룩'의 패션스타일은 작품의 제목인 '젠틀맨' 그 자체지만, '듀크'라는 귀족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내면에는 불법과 범죄에 대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마약중독에 사고뭉치인 형과 달리 차분하고 냉철한 인물임에도 자신조차 몰랐던 자질을 깨달아 가는 과정은 마치 제임스 본드가 첩보원이 되기 전 프롤로그 속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말끔한 신사의 모습을 하고 무심하고 대담하게 범죄 속으로 뛰어드는 에디의 모습은 본능을 각성하기 전, 젊은 007 제임스 본드는 보는 듯 하다.

사진=넷플릭스

무엇보다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인 카야 스코델라리오와 합을 이뤄 주고받는 영국식 유머와 티키타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속사포같은 대사들이 재미를 더해준다. 최고 상류층과 범죄 조직이 공생하는 이질적인 만남이 묘한 시너지를 발하며 흥미롭게 전개된다. 허울 좋은 작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품위 유지비, 가족들의 안락한 삶을 지켜주려 범죄에 발을 담그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블랙 코미디처럼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영국 시골의 목가적 풍경 속에 범죄조직이 숨어들어 마약을 재배하는가하면, 귀족들의 기품있는 겉모습과 달리 추잡하고 은밀한 사생활이 폭로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위기와 악당들이 등장해 어려운 미션을 해결해가고, 그 과정에서 파트너십을 더해가는 주인공 남녀의 관계가 흥미롭다. 잘 짜여진 각본과 매력적인 캐릭터, 여기에 감각적인 연출과 편집이 조화로운 '젠틀맨: 더 시리즈'. 에디와 수지의 본격적인 파트너십을 예고하며 막을 내린 이번 작품은 넷플릭스가 가이 리치 감독에게 시즌2 연출 러브콜을 보냈다는 소식이 공개되며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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