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넘게 찍어준 국회의원, 우리 지역 경제 살렸을까?[시사저널-경실련 공동기획]

공성윤 기자 2024. 4. 15.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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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 방어전 성공한 4선 이상 의원, 10여 년 집권하는 동안 지역구 GRDP 증가율 들여다보니
이종배 국민의힘 당선인의 충주시, 2015~20년 19% 증가…민홍철 민주당 당선인의 김해시는 4% 감소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전문] 선거철만 되면 '돈잔치'가 벌어진다. 공항·철도·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 테마파크·관광 단지, 재개발·재건축 등 대규모 건설과 관련한 개발 공약이 난무한다. 특히, 지역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봇물 터지듯 나온다.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개발사업은 정확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지역사회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난개발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도시개발‧공공사업으로 인한 재정낭비와 환경파괴 등은 고스란히 시민들 몫이다. 시사저널은 4·10총선을 맞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개혁센터와 함께 ▲전문가들이 선정한 역대 최악의 도시개발·공공사업 ▲254개 지역구 출마자의 개발 공약 전수조사 등을 진행했다.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시사저널이 이번 22대 총선을 앞두고 경실련과 함께 254개 지역구 후보자들의 개발공약을 분석한 결과, 공약 2239건 중 실현 가능성이 있는 건 36%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재원을 밝힌 공약 357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돈은 최소 554조원이었다. 전체 공약 중 5분의 1 미만을 계산했는데도 올해 정부 예산(656조원)의 84%에 육박하는 것이다. (☞ 4월4일 기사 "4.10총선 개발공약, 필요재원 '550조원+α'...실현가능성 36% '낙제점'" 참조)

이 같은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지역 개발에 실제로 얼마나 기여했을까. 지난 4월10일 선거 결과, 한 지역구에서만 내리 4선 이상을 한 당선인은 26명(재·보궐선거 당선 제외)이다. 적어도 19대부터 22대 국회까지 줄곧 동일 지역구를 수성하게 된 셈이다. 이들은 여야 모두 '물갈이'를 염두에 둔 공천룰을 내세웠음에도 10년 넘게 국회를 지킨 데다 지역민의 신임까지 재확인했다. 확보한 지역구 의석이 90석에 불과해 참패를 당한 여당에서도 12명은 꿋꿋이 지역구를 지켰다.

시사저널은 연속 4선 이상 의원 26명을 대상으로 각 의원 지역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을 분석해봤다. GRDP는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지역에서 새로 창출된 최종 생산물 가치의 합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지역이 어디인지, 혹은 살고 있는 지역의 경제력이 전국에서 몇 번째인지 가늠할 수 있다. 현재 통계청이 시도 단위로 GRDP를 집계하고 있고, 의원 지역구와 일치하는 시·군·구 단위의 GRDP는 상위 시도가 작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물가상승분을 배제한 실질 GRDP(기준연도 가격으로 평가한 생산량)를 참고했다. 기준연도는 통상 0, 5로 끝나는 해로 정한다는 국내 통계 특성상 2015년으로 삼았다. 증가율 측정 기간은 기준연도인 2015년부터 20대 국회 마지막 연도이자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까지로 정했다. 또 여러 기초단체가 합쳐진 지역구의 경우 최근 경제력이 가장 큰 군·구의 GRDP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당선인과 지역구인 충북 충주시 전경 ⓒ 시사저널 박정훈

'윤핵관' 권성동의 강릉시는 17.6%↑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뤄낸 의원은 이종배 국민의힘 당선인이다. 그는 충북 충주시에서 4선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사이 충주시 GRDP는 2015~20년 5년 동안 19.0% 상승했다. 액수는 6조826억원에서 7조2373억원으로 연평균 2300억여원씩 뛰었다. 당뇨바이오 특화도시로 선정된 충주시는 대기업 유한킴벌리의 생산기지다. 이종배 당선인 재임 중에 현대엘리베이터도 충주시로 본사 이전을 약속했다. 이번에 이 당선인은 허브공항 유치, GTX 노선 편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어 또 한번 지역 발전의 기회를 따냈다.

이 당선인 다음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의원은 권성동 당선인이다. 그는 강원 강릉시에서만 5선 고지에 올랐다. 강릉시의 GRDP는 17.6% 증가했고, 액수는 4조7403억원에서 5조5768억원으로 연평균 약 1600억원의 증가 폭을 보였다. 권 당선인이 20대 국회에 있는 동안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려 강릉의 건설·관광업이 살아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태년 민주당 당선인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그가 5선을 달성한 지역구는 경기 성남 수정구다. 수정구만의 GRDP가 집계되지 않아 김 당선인의 업적을 단독으로 평가하긴 힘들지만, 성남시 전체의 GRDP는 16.3% 올랐다. 2020년 GRDP는 43조8153억원으로 액수만 따지면 조사 대상 25명 중 압도적 1위다. 단 이는 대기업이 몰려있는 분당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윤후덕 민주당 당선인의 텃밭인 경기 파주시도 GRDP가 16.0% 늘어 상위권에 올랐다. 윤 의원 지역구는 파주갑으로, 2009년부터 입주가 시작된 운정신도시를 포함하고 있다. 원래 파주시는 접경 지역이라는 특성상 보수세가 강했지만 신도시 조성으로 젊은 인구가 대거 유입되면서 윤 당선인이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선인과 지역구인 경남 김해시 전경 ⓒ 시사저널 박정훈

GRDP 성장률 2% 미만 지역구 5곳 모두 '영남권'

반면 GRDP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 민홍철 민주당 당선인은 이번에 경남 김해갑에서 4선에 성공했지만 김해시의 GRDP는 오히려 4% 떨어졌다. 그 액수는 2015년 15조645억원, 2020년 14조4564억원이다.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또 다른 척도인 고용 지표를 보면 김해시는 2020년 하반기 실업률이 6.2%로 전국 시군 중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 여파가 가장 컸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22년 하반기에는 4.7%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국 1위였다. 실업률은 작년 하반기 들어서야 2.2%로 완화됐다. 김해시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낙동강벨트'에 속한다. 이번에 을 선거구도 재선의 민주당 의원(김정호 당선인)이 차지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당선인에게 4선 타이틀을 달아준 부산 강서구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15년 GRDP 12조9538억원, 2020년 12조7867억원으로 1.3% 줄었다. 강서구는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설 곳이라 발전 기대감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신공항 건설이 부울경에 미칠 생산∙부가가치 유발효과를 23조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공사 독점 수주로 인해 신공항으로 인한 경제효과는 고스란히 지역 밖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경실련은 '최악의 도시개발·공공사업'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5위로 선정했다. 정치논리에 좌우된다는 이유에서다. (☞ 4월5일 기사 ""민주주의의 자해행위"…표심 갉아먹는 환상, 가덕도 신공항" 참조) 그럼에도 강서구의 평균 연령이 부산에서 제일 낮다는 점은 성장 잠재력이 큰 배경으로 꼽힌다. 또 신도시∙산업단지 등이 조성됐거나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호재다. 

대구는 수치상 전반적으로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대구 전체의 1인당 GRDP는 2022년까지 31년째 전국 꼴찌에 머무르고 있다. 이 중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달서구을)가 이번 당선으로 4번째 지키게 된 달서구의 GRDP는 0.2% 줄었다. 그래도 보수 정당은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대구 전체 의석인 12석을 휩쓸었다. 21대 총선때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11석, 당선 이후 국민의힘에 복당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1석을 가져갔다.

한편 조경태 국민의힘 당선인(사하을)은 부산 사하구에서만 연달아 6선을 하는 위엄을 달성했다. 그런데 사하구 GRDP는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당 윤영석 당선인(양산갑)의 경남 양산시는 1.7% 증가했다. 이처럼 GRDP 성장률이 2% 미만인 하위권 5개 지역구는 모두 영남권이란 공통점을 보였다.

"다선 의원, 예산 확보 유리"...GRDP 신뢰성 지적도

권오혁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역경제를 좌우하는 기간산업의 경우 국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이를 확보하려면 국회의원의 역할을 무시하기 힘들다"며 "예산 배정 측면에서 의원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감사원 감사연구원은 2021년 보고서를 통해 "의원 선수가 높으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역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데 GRDP는 객관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오병기 전남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시·군·구 GRDP는 각 지자체가 산식에 따라 자체적으로 작성하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예를 들어 중화학공업이 집중된 지역의 경우 정치력과 상관없이 대외 경기로 인해 GRDP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오 실장은 추후 객관성 확보 차원에서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을 같이 비교해 정책 공조가 원활히 이뤄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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