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출항했던 인천 여객터미널 수년째 휑… 운항 재개 ‘안갯속’ [현장, 그곳&]

이병기 기자 2024. 4.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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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차장 출입구 모두 잠겨 있고
2021년 비욘드 트러스트호 취항했지만
고장 반복하다 작년 4월 ‘운항 중단’
안전 기준 엄격, 운항 희망 선사 없어
해수청 “모든 가능성 열고 활용안 검토”
세월호 참사 당시 운항이 중단됐던 인천∼제주 항로의 여객선 운항 재개 계획이 10주기를 앞둔 현재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14일 불이 꺼진 채 방치되고 있는 인천항 제주행 연안여객터미널 내부. 조병석기자

 

14일 오후 3시께 인천 중구 인천항 제주행 연안여객터미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주차장 300여면이 차량 1대 없이 휑한 상태였다. 4층 높이 제주행 연안여객터미널 건물 출입구가 모두 잠겨 있어 인천항시설관리센터 협조를 받아 닫힌 문을 열고 대합실로 들어갔다.

불이 꺼진 1층은 한낮 시간임에도 어둑어둑했다. 한때는 제주도로 가려는 승객들이 줄을 섰던 곳인데, 이제는 개찰구 옆 ‘인천-제주’라고 적힌 매표소만이 겨우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개찰구 안 보안구역으로 들어가니 웬만한 학교 운동장보다 큰 공터가 나왔다. 과거 국제선과 제주행 선박이 다닐 때는 이곳에서 각종 화물을 내리고 옮겼다.

건물을 등지고 오른편으로 가니, 10년 전 4월16일 세월호가 제주도로 가기 위해 출항한 부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가 출발했다는 기억 표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이곳은 지난 2000년 10월 개장한 이후 국제선과 제주행 항로를 운영해 왔다. 대지면적 8천811㎡(2천600여평), 연면적 2만5천587㎡(7천740여평)에 373면 주차공간,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터미널 건물과 부두로 이뤄졌으며 인천항시설관리센터가 인천항만공사로부터 위탁 받아 관리 중이다.

그러나 제주항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 없이 화물선으로만 운영하다 지난 2021년 12월 운수 사업자인 하이덱스스토리지가 세월호보다 4배 큰 비욘드 트러스트호(2만6천여t급)를 투입하면서 화물선 운항을 멈췄다.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취항 이후 1년5개월여 동안 엔진이 6차례나 고장나면서 휴항을 반복했고, 지난해 4월 결국 운항을 멈췄다. 하이덱스 측은 지난해 11월 선박을 매각했고 급기야 올해 1월에는 면허도 반납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20년 6월부터는 연수구에 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해 종전 중구 연안여객터미널 국제선 운항 기능을 가져가면서 이곳은 현재 사용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제주행 연안여객터미널 전경. 우측이 세월호가 출항했던 부두. 조병석기자

항만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인천-제주행 선박에 대한 안전 기준이 엄격해 지다 보니 운항 의사를 밝히는 선사가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며 “더군다나 바로 직전 비욘드 트러스트호까지 6차례 고장이 나 더욱 민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제주 항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아직 어떤 방식으로 선사를 결정할지, 언제까지 할지 등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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