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소니언 “이승만, 美역사에 영향 줬다면 초상화 전시 가능” [노석조의 외설]

워싱턴 D.C./노석조 기자·조지타운 방문연구원 2024. 4. 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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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3월 미 시사잡지 타임지 표지에 실린 이승만 초대 대통령 인물 그림. /TIME

미국 국립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관장 킴 세이예트(Kim Sajet) 박사와 얼마 전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워싱턴 D.C. 한복판에 있는 미술관을 다녀오고 나서 적잖은 감명을 받았고 더불어 여러 가지가 궁금했습니다. 세이예트 관장은 “초상화미술관은 미국 특정주가 아니라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친 인물의 초상화를 전시하고 있다”면서 “한 사람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것이 미술관의 여러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미 역사와 사회에 정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이끌어 낸 것으로 판단되면 초상화 전시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스미스소니언 국립초상화미술관 관장 킴 세이예트. /NPG

다음은 세이예트 관장과 나눈 대화입니다.

-워싱턴 D.C.에는 미술관이 여럿 있는데, 초상화미술관의 특징은 뭔가요?

“초상화미술관은 1962년 의회에서 미국의 역사와 문화에 국가적 차원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의 초상화를 수집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예를 들어 링컨 대통령을 암살한 존 윌크스 부스나 갱스터 알 카포네 초상화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영향을 준 인물을 선정한다고요?

“우리가 수집하는 초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상화 인물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법원 대법관들의 초상화를 다 소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금메달리스트나 의원, 모든 부통령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심사 없이 자동으로 소장되는 초상화 인물은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그리고 스미스소니언 총재뿐입니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국가적으로 공헌한 사람으로 인정된 경우에만 우리 미술관에 들어옵니다. 버지니아 등 특정 주에 변화를 가져온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국가적으로 중요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장품 형식이나 소장 대상에 변화는 없었나요?

“1976년 전까지는 그림만 받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사진 형식도 컬렉션 대상으로 포함했습니다. 이후 큰 변화는 2001년 고인뿐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의 초상화도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전에는 죽은 지 10년이 지나야 수집 작품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한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이끌어 낸 인물로 한미동맹에 기여가 큰 인물로 평가됩니다. 한국 작가가 이승만 박사 초상화를 기증한다면 미술관에서 이를 받아 전시할 수도 있나요?

“그가 정말 미국의 역사와 문화에 영향을 미쳤는지 역사학자들에게 분석을 의뢰해 그렇다는 결론이 나오면 가능하겠지요. 그의 업적이 이뤄진 지 50년이 지나서도 정말 그가 변화를 일으킨 사람이 맞는지 질문해봤을 때 그렇다는 대답이 나와야합니다. 꽤 높은 기준입니다. 역사학자들의 평가, 자문위원회의 찬반 투표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 결정될 것입니다.”

-관장님이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 억양을 들어보시면 느끼시겠지만, 저는 미국인이 아닙니다. 특이한 점이죠. 저는 또 미 국립초상화미술관의 첫 여성 관장입니다. 이 미술관에서 최초의 여성 관장이자 최초의 비미국인 관장입니다. 국적은 네덜란드입니다. 태어나기는 부모님이 나이지리아에 계실 때 거기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후 호주에서 자랐고 미국에서 28년 정도 살았습니다. 조지타운에서 인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브린 모어 대학에서 미술사 석사 학위를, 호주 멜버른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멜버른 대학교에서 미술사 학사 학위를, 호주 디킨 대학교에서 박물관학 대학원 디플로마를 취득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게티 인스티튜트, 국립 예술 전략에서 예술 리더십 교육을 이수했습니다.”

미 스미스소니언 국립초상화미술관에 전시된 영국 비틀스. /NPG

미 초상화미술관에는 미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의 초상화도 많다고 합니다.

관장은 말했습니다. “미국 사회에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면 반드시 미국인일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 비틀즈도 있고 멕시코 프리다 칼로도 있고 영국 처칠도 우리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인 초상화도 몇 점 소장돼 있다고 합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등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이승만 대통령의 것도 있었는데 미 시사잡지 타임(TIME)의 표지 그림이었습니다. 제대로 그려진 초상화는 없었습니다.

듣기로 미술관 측에 미국의 역사에 영향을 미친 한국인의 초상화를 기증하겠다고 나선 경우는 한 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미동맹은 6·25전쟁으로 맺어진 혈맹으로 미국에도 특별합니다.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초상화 기증 및 전시 의뢰를 해봐도 공공외교, 한미동맹 기념 등 여러 방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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