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 이긴 딸’ 소파 1위 자리 교체...에싸, 자코모 매출 추월

김은영 기자 2024. 4.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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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차남 박유신, 자코모 대표 취임... 母와 각자대표 체제
‘모녀 경쟁’에서 ‘남매 경쟁’으로 전환
‘천 소파’로 MZ 사로잡은 에싸, 자코모 맹추격
침대 형제 기업 ‘에이스 vs 시몬스’ 닮은꼴로 주목

최근 국내 침대 업계의 매출 순위가 바뀌어 화제를 모았다. ‘만년 2위’ 시몬스가 에이스의 매출을 추월한 것이다. 에이스는 형이, 시몬스는 동생이 운영하는 ‘가족기업’이다.

소파 업계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엄마가 만든 자코모와 딸이 만든 에싸가 주인공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싸의 지난해 매출은 26% 증가한 1074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5% 늘어난 15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자코모 법인 매출은 8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가량 줄었고, 2년 연속 영업손실(-24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자코모 사업을 전개하는 재경가구산업 등의 실적을 합산하면 총매출 규모는 아직 자코모가 앞서는 상황이다.

‘모녀 경쟁’으로 보이던 자코모와 에싸의 구도는 지난해 말 차남이 자코모의 각자대표로 취임하면서 ‘남매 경쟁’ 구도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그래픽=손민균

◇딸이 만든 ‘천’ 소파, 엄마가 만든 ‘가죽’ 소파 위협

자코모는 2005년 박경분(70) 부회장이 설립한 소파 업체로, 소파만 취급하는 전문 업체로는 국내 1위를 점하고 있다. 에싸는 자코모가 2019년 3월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소파 업체로, 2020년 6월 장녀인 박유진(43) 대표에게 지분 100%를 이전했다.

자코모가 중후한 가죽 소파를 내세웠다면, 에싸는 화사한 패브릭(원단) 소파를 앞세워 차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싸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아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를 사로잡으며 급성장했다. 출범 초인 2020년, 당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로 큰 인기를 끈 배우 박서준을 모델로 발탁, TV 광고를 송출해 인지도를 키웠다. 특히 소파에 와인을 쏟아도 오염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광고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와인을 쏟아도 오염되지 않는 소파 광고로 눈도장을 찍은 에싸. /에싸

자코모도 배우 이서진에 이어 현빈을 모델로 내세운 TV 광고로 맞섰다.

자코모는 박유진 대표의 부친 박재식(71) 회장과 모친 박경분 부회장이 1986년 설립한 재경가구산업이 모태다. 재경가구산업은 박재식 회장(20%)과 박경분 부회장(10%), 차남인 박유신(33) 사장(67.05%)과 박현(2.95%)이 지분을 나눠서 갖고 있다.

설립 초 유명 가구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소파를 납품하다가 2005년 자체 브랜드 자코모를 출시했다. 현재 재경가구산업은 자코모 소파를 생산하면서, 자코모 오프라인 직영점(4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595억원으로 전년 대비 3%가량 줄었고,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자코모 대표로 취임한 차남... ‘남매 경쟁’ 주목

2022년까지 자코모의 최대 주주는 박경분 부회장이었다. 박 부회장이 지분 73.33%, 박유진 대표가 16.67%, 재경가구산업이 10%를 보유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차남인 박유신 자코모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자코모가 박유신 대표 소유의 (주)포천자코모를 흡수 합병하면서 지배 구조가 바뀌었다.

자코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지분 28.33%씩을 가진 박유신 자코모 대표와 박현이다. 나머지 지분은 방민경, 박훈(각각 18.89%), 박경분 (5.00%). 재경가구산업(0.56%)이 갖고 있다.

에싸는 여전히 박유진 대표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기존엔 ‘모녀 경쟁’ 구도였지만, 지난해 지배구조가 바뀌며 자코모는 아들이, 에싸는 딸이 운영하는 ‘남매 경쟁’ 구도가 완성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배우 현빈을 모델로 한 자코모 소파 화보. /자코모

자코모 관계자는 “작년 말 자코모가 (주)포천자코모를 흡수 합병하면서 현재의 박경분, 박유신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면서 “박유진 대표의 자코모 지분 정리는 2020년 에싸 대표가 되면서 상호 약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합병 전까지 자코모의 매출은 자코모, 재경가구산업, (주)포천자코모 3곳에서 발생했으므로, 3사 통합 매출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재경가구산업(595억원), (주)포천자코모(227억원)를 포함한 자코모의 지난해 총매출은 약 1662억원이다.

가구업계에선 이들을 두고 침대 시장 선두를 다투는 ‘형제기업’ 에이스와 시몬스를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시몬스의 지난해 매출은 3138억원으로, 창립 32년 만에 ‘만년 1위’ 에이스(3064억원)를 제쳤다.

에이스와 시몬스는 뿌리가 같다. 에이스침대를 창업한 안유수 회장이 미국 시몬스의 상표와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에 시몬스를 설립했고, 현재 장남 안성호 사장이 에이스를, 차남 안정호 사장이 시몬스를 운영하고 있다. 에이스가 ‘침대는 과학’이라는 슬로건으로 기술력을 내세웠다면, 시몬스는 MZ세대를 상대로 팬덤 마케팅을 펼쳐 매출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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