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금사과인데 돈 번 농민 없다"… 떠오르는 '온라인 도매'
[편집자주] 치솟은 물가가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없다. 소매가격을 잡았나 싶었더니 도매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농산물 할인에 납품단가 지원까지 3~4월에만 나랏돈 1639억원이 투입됐지만 소비자 물가지수는 그대로다. 사과값은 올랐는데 돈 벌었다는 농민은 없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고통스러워하자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
①'88.2% 상승' 역대 최고로 뛴 사과값, 이면 들여다보니
②"사과값 5000원에 유통비는 3130원"… 도매상만 배불리는 '소비지 경매'
③"금사과인데 돈 번 농민 없다"… 떠오르는 '온라인 도매'
지난 2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3월 농축산물 물가 동향에 따르면 과실류 중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높은 품목은 ▲사과 88.2% ▲배 87.8% ▲귤 68.4% ▲복숭아 64.7% 등이다. 상승률이 낮은 품목은 ▲바나나 0.4% ▲오렌지 8.7% ▲파인애플 4.6% 등이다. ▲아보카도 -3.2% ▲망고 -21.4%는 오히려 가격이 하락했다.
대체 과일 물량을 늘리기 위해 할당 관세 적용, 직매입 등 정부의 노력이 엿보이는 결과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사과, 배 등 수확 시기가 한정돼 있으면서 장기간 저장이 가능한 품목은 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는 반면 열대과일 등 수입을 통해 물량 확보가 가능하거나 비교적 오래 저장하기 힘든 품목은 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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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APC들은 즉각 반발하며 대형 유통업체가 APC 물량을 사재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윤성준 대구경북능금농협 영주농산물유통센터장은 "대형 유통업체와 1년 단위로 거래 계약을 하는데 전년·평년 출하물량 등을 고려해 연중 공급 계획을 세우는 정도이지 계약물량 자체를 정하진 않는다"며 "사과가 언제 얼마나 팔릴지 알 수 없는 만큼 대형 유통업체는 매일매일 상황에 따라 발주를 넣고 APC는 그에 맞춰 납품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의혹이 증폭되자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3월26일 충북 보은에 위치한 과수거점 APC를 방문해 사과 저장 물량과 출하 동향을 점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 등 생산자단체의 출하계획을 점검해 분산출하를 유도하고 있다"면서 "APC의 저장물량을 통해 7월까지 지속해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농축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즉시 가동해 근본적인 유통 구조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농식품부, 해수부, 공정위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TF팀은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해 이달 발표하는 한편 그동안 정부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유통업체에 지원한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일제히 점검하기로 했다. 유통주체의 불공정거래행위, 사재기 여부 또한 살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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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식품부장관은 지난 2일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발표하면서 "온라인도매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산지-소비지 직거래 확대로 유통단계를 단축해 유통비용을 10% 절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운영 활성화를 위한 추진단을 구성했다. 추진단은 온라인도매시장 조기 활성화와 2024년 거래 목표 5000억원 달성을 내세웠다.
사과의 경우 2030년까지 온라인 도매시장 비중을 현재 0%에서 15%까지 확대하고 산지-소비지 직거래 비중도 22.6%에서 35%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오프라인 도매시장 비중은 60.5%에서 30% 수준으로 낮춘다.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해 2022년 62.6%에 달하는 사과 유통비용률을 2030년까지 56.0%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유통비용률이란 소비자 가격에서 생산자 가격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의 비율을 뜻한다. 유통비용에는 물류비, 경매 수수료, 도소매 인건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사과 1개 가격이 5000원일 때 유통비용률이 62.6%라면 이 중 농부가 가져가는 돈은 1870원, 물류비와 중간 상인이 가져가는 돈은 3130원이라는 의미다. 최근 사과의 유통비용률은 2020년 46.1%에서 2021년 64.7%로 급상승한 뒤 계속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사과와 배를 공급하기 위해 계약재배 물량도 늘린다. 2023년 각 5만톤, 4만톤 수준에서 2030년까지 생산량의 30% 수준인 15만톤, 6만톤까지 확대한다.
지금까지 계약재배는 명절 성수품 공급에 치중됐지만 앞으로는 물량을 확대해 명절 수요의 50%(사과 기준 12만톤 중 6만톤), 평시 수요의 25%(37만톤 중 9만톤)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수급 상황에 따라 최대 5만톤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지정 출하 방식으로 운용해 특정 유통 경로의 가격 급등락에 대응하기로 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전 국민이 국산 과일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올해 생육 관리와 중장기 생산 체계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유통 구조 개선, 소비 트렌드 반영 등을 통해 국산 과일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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