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채소 연중공급’ 일등공신…이젠 ICT로 스마트농업 척척

관리자 2024. 4.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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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 60년, K-농업을 말하다] (2) 비닐하우스가 밀어낸 농한기…밥상 바꾼 백색혁명
온실 구조·자재 현대화 거치며
겨울철 농산물 재배 크게 늘어
아치형·연동형 4개 모델 개발
노동력 절감…재해예방 전기
다겹보온커튼·수막시스템 등
난방비 비중 낮출 장비 활용도
산업정체 뚫고 질적성장 이끌
차세대 플랫폼 ‘아라온실’ 개발
데이터 기반해 환경 정밀관리
작물 원격감시 등 지능형 제어
1960년대 부부로 보이는 농민이 대나무를 휘어 볏짚으로 묶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우리나라의 비닐하우스 재배면적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국민 1인당 비닐하우스면적은 세계에서 가장 넓다. 하얀 비닐하우스 안에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전천후 농업의 서막을 열어젖힌 혁명 같은 변화였다. ‘백색혁명’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그 때문이다. 농업생산성을 높여 농가소득을 올렸고, 오늘날 우리 국민이 각종 채소를 사철 마음껏 먹고 살게 된 배경이 됐다. 백색혁명의 태동과 발전 과정을 짚어본다.

한국 시설원예…오랜 역사 지녀

시설원예는 유리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인위적으로 재배환경을 조절해 채소나 화훼 등 작물을 생산하는 농업기술이다. 기술과 자본이 집약적으로 투입되기에 땅이 좁은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발전시켜야 하는 중요 분야이다.

현재의 온실 형태는 17세기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서 최초로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의 온실을 만들었음을 기록한 책 ‘산가요록’(1400년대)이 2001년 발견됐다. 조선시대 세종의 어의였던 전순의는 이 책에 겨울에 채소를 키우는 데 필요한 온실의 건축법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이처럼 우리의 시설원예는 고서에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랜 전통과 뿌리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70년대 철재와 목재가 함께 쓰인 온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단경기 극복…‘주년생산’ 달성

한국의 시설원예는 1970년대 이후 개념이 정착되면서 1990년대까지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경제개발 계획과 농어민 소득 증대 특별사업의 성공,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의 발달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소위 ‘백색혁명’으로 불렸던 이 시기 동안 온실 구조와 자재는 현대화됐고, 겨울철 채소 생산량은 크게 늘었다. 1970년 800㏊에 머물렀던 시설재배면적은 2022년 5만2800㏊로 66배 넘게 증가했다. 시설채소 생산액 비중이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시설재배 농업생산액은 전체 농업생산액의 11%를 차지하게 됐다.

시설재배가 시작된 초기에는 배추·상추·오이 등 저온성 채소류가 주로 대상이었지만 기술이 정착돼가자 수박·참외 등 고온성 과채류가 많이 재배됐다. 단경기를 극복해 채소 생산과 공급에 계절적 제한이 없어진 주년생산(year-round production)이 달성됐다.

내재해성 표준화 온실 보급

산업이 발전하는 데 기술 개발과 보급은 매우 중요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대학은 플라스틱 온실의 골조를 대나무에서 철재로 개선했고, 다양한 현대화 시설을 도입하는 데도 물꼬를 텄다.

1980년대 들어서는 플라스틱 온실의 골조 자재로 아연도금 구조용강관을 많이 쓰게 되고, 관련 산업체에서도 각종 부속 골조자재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많은 농가가 철제 파이프를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시설을 설치하면서 시설·자재를 표준화·규격화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아치형 단동과 연동형 온실 4개 형태의 모델을 개발, 농림부를 통해 표준 설계도를 보급했다. 그 덕분에 표준화 시설이 급격히 증가해 본격적인 원예작물 주년생산이 안정되고 시설원예산업이 성장했다.

이 표준화 온실은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작물 생산시설로 노동력 절감 장치가 포함된 부대시설을 갖췄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1991년 대학·산업체와 공동으로 농가보급형 현대화 온실 모델인 단동형(1-1S·1-1W형)과 연동형(1-2S·1-2W형)을 개발하고, 유리온실과 4분의 3형 등 총 6개 유형, 11종을 제작했다. 천·측창 자동 개폐 장치, 점적관수시설, 탄산가스 발생기 등으로 환경 관리를 자동화하고 노동력 절감 효율을 높였다.

1-2W형 온실은 지붕 형태가 아치형으로 연동형이며 측창과 곡부환기창, 내부 커튼 등을 자동으로 구동할 수 있어 환기시키기 위해 드는 노동력을 크게 아낄 수 있다. 여러 종류의 부대시설이 설치된 이 온실은 한국의 온실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킨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해외로 수출된 많은 플랜트형(plant) 온실도 이 1-2W형 온실을 기반으로 개선된 형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농림부와 함께 2006년 원예특작시설 재해경감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온실 규격을 재검토해 지역별 내재해 설계 기준 풍속과 적설을 설정했다.

2000년 태풍과 폭설 피해 때문에 1-2W형 자동화 온실의 안전 적설 높이를 19㎝에서 25∼27㎝로 올리고, 안전 풍속을 초속 30m에서 35m로 바꿔 태풍·폭설에도 견딜 수 있는 내재해성 온실인 내풍형·내설형 시설을 보급했다.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

시설재배에서는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도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시설원예 경영비 중 난방비 비중은 30∼50%로 시설원예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는 겨울철 재배작물의 국제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난방비 절감을 위해서는 그간 다겹보온커튼, 수막시스템, 딸기 관부 냉난방시스템 등이 쓰였다. 이 기술들은 시설 운영에 드는 에너지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권취형 다겹보온커튼 장치는 개폐모터를 온실 양쪽 측면에 하나씩 설치해 중앙부로 말아 올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겨울철에는 보온을, 여름철에는 온실 천정 부위에 그늘을 조절해 농작업 때 편의성을 올릴 수 있다.

슬라이딩식 다겹보온커튼 장치는 중앙부에 드럼과 개폐 축을 설치해 양쪽 측면으로 늘어뜨려 온실 안에 그림자가 형성되지 않아 채광성을 보장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새로운 환경 속 돌파구 찾아야

이처럼 우리 시설원예산업은 지난 반세기 사이 생산규모와 설비, 안전, 에너지 절감 등 여러 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그렇지만 이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년간 정체된 농업생산액, 농촌 노동력 감소와 고령화, 농산물 수급 불안정, 복잡한 유통구조 등 농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시설원예산업을 밑거름으로 한 농업의 도약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시스템 수출도 모색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 지금까지 이룬 양적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핵심은 바로 스마트농업이다. 국내 스마트농업이 1세대에 머문 동안 농진청을 비롯한 유관기관들은 스마트농업시장을 확대하고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이러한 비법을 다양한 산업기술에 접목하고, 시설재배 환경과 작물을 데이터로 수집·분석해 결합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시설재배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다면 농작물 정식 관리부터 수확단계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지능적으로 통합할 수 있어 생산량은 늘리고 품질은 높이며, 노동력은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차세대 종합관리 플랫폼 구축

최근 농진청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서로 다른 스마트팜 장비간 호환하기 힘들었던 문제를 해결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실 재배환경을 아울러 관리하는 차세대 온실 종합 관리 플랫폼 ‘아라온실’을 개발해 선보였다.

이 플랫폼이 상용화되면 재배온실과 작물을 원격으로 감시하고, 재배환경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제어는 물론, 자동화·로봇화가 가능할 것이다.

백색혁명을 뛰어넘는 또 다른 혁신의 길, 시설원예산업 전환을 이끌 새 기술의 활약, 세종 시절 세계 최초로 과학적 온실을 만든 역사를 빛낸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으로 도약할 날을 기대해본다. 

김명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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