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전쟁과 평화, 그리고 한국경제

관리자 2024. 4.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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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세계 개발도상국 가운데 비교적 단기간에 산업화와 정치적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대파 등 식품 가격이 폭등해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인 만큼 정치적 논쟁보다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한 논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1971년 금본위 고정환율제가 폐기된 이후에도 2016년까지 주요 7개국(G7)과 주요 20개국(G20) 등을 통해 전쟁 없는 세계질서가 유지되는 동안 전대미문의 기술 혁신과 경제 성장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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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세계 경제 불안정 확산
국내 농산물시장 가격에도 영향
전쟁 앞에선 시장원리 무용지물
직간접 영향받아 농산물 값 급등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기보다는
한국경제의 미래 집중 논의해야

한국은 전세계 개발도상국 가운데 비교적 단기간에 산업화와 정치적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한국의 이러한 발전 경험 때문에 국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은 케이팝(K-pop) 못지않게 전세계인에게서 관심을 받는다.

이와 동시에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독립정부 수립, 그리고 한국전쟁 과정에서 극심했던 이데올로기 갈등 여파로 한국은 가장 이념적 대립이 심한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된다. 이러한 역사를 지닌 한국에서 최근 총선을 거치며 사과·대파 등 농산물 가격이 선거의 승패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농산물 등 물가문제를 정치적 맥락에서만 해석하는 것은 사안을 납작하게만 보는 것일 수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 원인은 다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다. 일례로 대파문제는 한국만의 문제이기보다는 전세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생산량 급감과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외국인 근로자 감소로 인한 생산단가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농산물시장 불안정성 증가 등 세계 각지의 복합적 요인에서 대파 가격이 상승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국 역시 전쟁 이후 소비재와 식품 가격의 폭등을 겪은 바 있다.

이로부터 우리는 중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번째 교훈은 당장 우리 일과 상관없어 보이는 어떠한 일도 ‘완전한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 식탁에까지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와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최근 ‘대파 논란’의 주요한 배경이 돼버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곡물시장에 불안정성이 확산했고, 결국 전세계 식품시장과 원자재시장에 영향을 끼쳤다.

두번째 교훈은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인 이유에서 초래된 불안정성은 시장의 효율적 메커니즘을 한순간에 폐허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수십·수백년 동안 축적돼온 시장원리도 전쟁 앞에서는 무력해지기 마련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작동하던 세계 곡물시장과 원자재시장의 효율성과 예측 가능성은 현재 완전히 실종됐다.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의 변덕 탓에 초래된 야만과 혼돈의 시대가 이들 시장을 덮친 것이다.

세번째는 정치인들이 한국경제의 비중과 역할, 그리고 사명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대파 등 식품 가격이 폭등해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인 만큼 정치적 논쟁보다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한 논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는 전쟁의 공포와 가능성을 원칙적으로 예방하려던 브레턴우즈 체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던 1947년부터 1971년까지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그리고 1971년 금본위 고정환율제가 폐기된 이후에도 2016년까지 주요 7개국(G7)과 주요 20개국(G20) 등을 통해 전쟁 없는 세계질서가 유지되는 동안 전대미문의 기술 혁신과 경제 성장이 가능했다. 이처럼 전쟁을 방지하려던 전세계적 노력으로 경제 성장의 배경이 마련됐고, 인류는 역사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시기를 보낼 수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볼 때 전쟁을 통한 경제 효율성 제고는 형용모순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전쟁은 국내 정치의 위기를 가장 값싸게 탈피하려던 독재자들의 술책이었다. 이는 역사를 통해 예외 없이 드러났다. 한국 경제 융성의 기본 조건도 전쟁이 아닌 평화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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