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삐삐뽀뽀, 소방차가 나갑니다

관리자 2024. 4.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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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아 아이돌 그룹의 신곡 발표와 공연이 다시 기지개를 켠다.

이들의 기원을 생각해보면 보통 1세대 그룹인 H.O.T나 핑클 등을 떠올리지만 이전에 3인조 남성 그룹인 소방차가 있었다.

지금은 유치해 보일지 몰라도, 소방차는 1980년대 최고의 남성 그룹으로 현재 아이돌 그룹의 모습을 모두 갖춘 원조에 가깝다.

그렇게 탄생한 팀이 바로 소방차였고, 타이틀곡은 '어젯밤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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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어젯밤 이야기’
소방차는 지금 남자 아이돌 그룹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1980년대 최고의 보이 그룹이다. 소방차 1집, 1987.

봄을 맞아 아이돌 그룹의 신곡 발표와 공연이 다시 기지개를 켠다. 이들의 기원을 생각해보면 보통 1세대 그룹인 H.O.T나 핑클 등을 떠올리지만 이전에 3인조 남성 그룹인 소방차가 있었다. 지금은 유치해 보일지 몰라도, 소방차는 1980년대 최고의 남성 그룹으로 현재 아이돌 그룹의 모습을 모두 갖춘 원조에 가깝다.

1987년 김태형·이상원·정원관이 결성한 소방차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가 만난 사이다. 춤을 연마해 KBS ‘젊음의 행진’의 댄싱팀인 ‘짝꿍’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소방차를 팀으로 만든 건 연애인 매니저 출신인 이호연이다.

이호연은 매니저로서 기발하고 참신한 가수를 발굴하고 싶어 잡지를 뒤지던 중 남성 댄스 트리오를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김태형·이상원·정원관이 눈에 들어왔다.

세 사람은 외모도 준수했고, 춤도 무척 잘 췄다. 또한 그 시기 한국 방송계에는 남성 세명이 동시에 나와 노래 부르며 춤추는 무대가 없었다. 그렇게 탄생한 팀이 바로 소방차였고, 타이틀곡은 ‘어젯밤 이야기’였다. 소방차는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 가요계를 흔들어 놓았다. 세 사람은 텀블링 같은 어려운 동작을 소화하며 무대 전체를 사용해 춤추고 노래했다.

이호연은 훗날 인터뷰에서 소방차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술회했다. “노래나 연주가 아닌 노래와 춤으로 승부를 걸었던 것이 맞아떨어졌다. 게다가 방송 의상으로는 파격적이었던 승마복과 원색으로 이뤄진 코디네이션은 외국 가수들에게만 매료됐던 청소년을 가요로 관심을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팬들도 화답했다. 당시 가수 팬클럽은 소소하게 있긴 했지만, 소방차가 등장한 이후부터 10대 팬클럽이 조직되기 시작했고, 팬클럽 이름도 ‘삐삐뽀뽀’ ‘소방대원’ 등 오늘날 케이팝(K-pop) 팬덤명과 다를 바 없었다.

이호연은 이후 DSP미디어를 설립해 젝스키스·핑클·카라 등을 배출하며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물 기획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또한 2010년 뇌출혈로 쓰러진 후 전성기를 되찾지 못하고 2018년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고전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에는 ‘강유자 주야지상야(剛柔者 晝夜之象也)’란 말이 있다. 강함과 부드러움은 밤낮과 같다는 의미이다. 즉 인생의 전성기가 있었다면 필히 좋았던 만큼 내리막길도 있다는 뜻이다. 때론 무대에서 내려와 한숨 돌리는 것. 그것이 인생을 가치 있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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