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상품권, 농협 아니면 어디서 쓰라고”…농촌주민 불만 고조

장재혁 기자 2024. 4.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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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마트 등서 사용 불가능
할인 등 혜택 누리지 못해 불만
제한 이후 상품권 매출액 감소
“읍·면 단위라도 부분적 허용을”
전남 화순 능주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조숙자씨(오른쪽)가 장을 보고 지역화폐를 사용하려 했으나 농민수당(정책발행)으로 받은 지역화폐만 사용이 가능해 나머지는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2023년 2월 행정안전부가 연매출액 30억원을 넘는 사업장은 중소기업이어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사용처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역사랑상품권 지침 개정안’을 수립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전국 기초지자체는 지난해 5월부터 순차적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를 연매출 30억원 이하인 사업장으로 제한했다. 제도 시행 1년차, 농촌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은 현재진형형이다.

영농철이 시작된 요즘, 충북 옥천군 군북면 국원리 이장인 박상진씨(44)는 지역화폐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군북면에는 제대로 된 마트와 영농 자재상이 없어서 필요한 자재를 살 수 있는 곳은 옥천농협 군북지점이 유일하다시피한데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남 화순군 능주면에서 쌀과 복숭아 농사를 짓는 조숙자씨(70)도 마찬가지다. 인근 능주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이 장을 보기 편해 서 항상 이용하는데 지난해부터 농협 판매장에서는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없어 불편함이 커졌기 때문이다. 조씨는 “지난해까지는 장보기뿐 아니라 비료 등 농자재도 구입할 수 있어 남편과 합쳐 매달 100만원씩 구입해 사용했었다”면서 “이제 농협에서 사용하지 못하니 쓸 곳이 없어 50만원어치를 사서 두달 이상 써도 남는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5월(행안부 지침 기준) 지역화폐 사용처가 연매출 30억원 이하인 사업장으로 제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농촌을 중심으로 불편함과 부당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줄지 않고 있다. 도시에 비해 농촌주민들이 차별당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사용처 제한 1년…불편함 가중에 사용 포기까지=농촌주민들이 가장 크게 지적하는 부분은 대부분의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자재판매장이나 하나로마트 등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면단위 농촌의 경우 상권이 제대로 형성된 곳이 거의 없어 농협 판매장을 제외하면 필요한 물건을 살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 자재판매장 이용 제한에 대한 불만이 높다. 박 이장은 “바쁜 영농철이면 가까이 있는 군북지점에 들러 농약·비료·퇴비 등을 지역화폐로 산 뒤 바로 논이나 밭으로 가서 일을 계속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지역화폐를 사용하려고 일부러 읍내까지 나갔다 와야 해서 농사일을 하는 데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김세건 강원 홍천군 경제진흥과 주무관도 “사용이 제한된 이후 항상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지역화폐를 써왔는데 왜 못 쓰게 막았느냐며 풀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특히 면 지역은 물건을 살 곳이 하나로마트밖에 없는 곳이 많고 농기계나 비료·농약 등 농자재도 주로 농협을 통해 구입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화폐 사용을 줄이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농민들뿐만이 아니다. 이동이 쉽지 않은 고령의 어르신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역화폐도 아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자체별로 지역화폐 판매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철원군의 경우 사용처 제한 전인 지난해 7월까지는 월평균 판매액이 47억8000만원이었으나 8월 이후 40억9000만원으로 14.4% 감소하는 등 지자체별로 최대 30%까지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주민 차별받는 것…상대적 불이익 토로=사용처가 많은 도시민들과 비교했을 때 농촌주민들이 상대적으로 경제적 불이익을 당한다는 불만도 크다.

지역화폐는 지역에 따라 7∼10% 할인율이 적용된다. 지역화폐를 구매해서 사용하면 할인율만큼 이익을 보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사용처 제한으로 농촌주민들이 지역화폐를 사용하기 어려워지면서 이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감흥식씨(62·충북 옥천군·읍)는 “지역화폐를 사용하면 10% 캐쉬백을 받는다. 농협에서 사용하면 영농자재 할인을 받고, 농협 이용에 따른 이용고 배당까지 받아 3중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농민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감씨는 “그런데 지금은 지역화폐를 농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용하면 농협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농협에서 다른 결제수단을 사용하면 캐쉬백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농가 부담이 늘어나는 꼴이다”라며 불만을 표했다.

박 이장도 “농민들은 영농비를 아끼려고 지역화폐를 일부러 사용했는데, 농협에서 사용할 수 없게 돼 생산비 부담이 가중됐다”고 하소연했다.

주민 불편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제도 개선해야=농촌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가시지 않는 만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전남 강진군의회가 지난해 9월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제한 정부 지침 철회와 지속적인 국비 지원 촉구 결의안’을, 전북 완주군의회가 같은 해 11월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제한 정부 지침 철회 건의안’을 채택했다.

이경애 완주군의회 부의장은 건의안 의결 당시 “가맹점 등록 기준은 지자체 조례로 정하게 돼 있어 행안부 지침으로 사용처를 제한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올 1월에는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이 농협하나로마트 등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편 경북농협운영협의회(의장 성영근·영천농협 조합장)도 최근 농·축협 하나로마트 등 경제사업장도 지역화폐 가맹점으로 허용할 것을 촉구하는 등 농협도 제도 개선에 한목소리를 냈다.

노종진 화순 능주농협 조합장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지역화폐의 취지를 살리고 농촌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개별 사업장 매출 기준으로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인 농협 경제사업장에서라도 사용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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