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초읽기… 호르무즈 봉쇄 땐 최악

조재희 기자 2024. 4. 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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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 공습] 중동 확전 위기에 세계경제 긴장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한 14일(현지 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영국 대사관 앞에서 이란 시위대가 공격을 지지하며 이란과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모습. 확전 가능성과 함께 원유·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수출 비율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타격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AFP 연합뉴스

일요일인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비슷한 시각, 석유공사·무역협회 등 유관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상황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날 새벽 이란이 이스라엘에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보복 공격을 감행하며, 확전 우려가 커지자 원유 등 에너지 수급과 국내 수출기업들의 해상 물류·운송 현황을 점검한 것이다. 2022년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세계 경제 둔화,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와 수출 감소를 가져온 것과 같은 충격이 우리 경제를 다시 강타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불안감을 키워온 중동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이 직접 대결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각국이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서며 길고 긴 ‘고물가, 고금리’ 국면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가 최근 들어 커졌지만, 세계 7위 산유국 이란이 전쟁 당사자로 등장하자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한 일이 됐고, 금리 인하는 멀어졌다. 후티반군이 장악한 홍해를 피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아가던 국제 물류는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 위기를 맞으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특히 중동지역에서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30%를 수입하는 우리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뚫을 것이란 전망에 무역수지 적자 전환 우려는 커졌고,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전기·가스 요금 등을 자극하며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올 들어 살아나기 시작한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수출이 꺾일 것이란 전망도 많아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원유 비롯한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 우려

국제 유가가 이달 들어서만 3%쯤 오른 상황에서 이란의 보복 공격이 현실화하며 배럴당 100달러 돌파는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국제 유가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90.45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마지막으로 기록한 때는 2022년 8월이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이어질까 우려가 크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 통로다.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량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이곳을 거친다. 미 경제 전문매체 CNBC는 무력 충돌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지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 원유와 석유제품 비축량은 공공과 민간을 합쳐 8개월치 정도다.

◇확전 여부가 관건…우리 수출 전반에 충격 우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이란 수출은 1억8331만달러(약 2540억원), 대이스라엘 수출은 19억1367만달러였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 6322억달러와 비교하면 각각 0.03%, 0.3%에 그치는 수준이다. 다만 이번 전쟁 확대로 각국에서 경기 둔화가 시작돼 IT 제품 수요 급감으로 이어지면 최근 살아나기 시작한 수출 1위 품목 반도체의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 수입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석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하며 무역수지가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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