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15] 종소리 안에 네가 서 있다
문태준 시인 2024. 4. 15. 03:01
종소리 안에 네가 서 있다
조약돌 주워 호수에
퐁!
던졌더니
동그랗게 무늬가 생긴다
동그라미 안에 동그라미
끝도 없이 생긴다
종소리 같다
물무늬처럼 번지는 종소리
종소리처럼 번지는 내 마음
종소리 안에 온종일
네가 서 있다
-장옥관(1955~)
작고 동글동글한 돌을 주워서 호수에 던져보는 시인이 있다. 호수의 수면에는 물방울이 튀고 물무늬가 생겨난다. 동심원의 물결은 연달아 일어나고 차차 넓게 퍼져 간다. 시인은 파문(波紋)을 보면서 아득한 허공에 울려 퍼지는 은은한 종소리를 떠올린다. 물의 공간이 대기의 공간으로, 시각의 감각이 청각의 감각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둥근 물무늬의 번짐과 종소리의 울림이 나의 마음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리워하는 나의 간절한 마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마음 그 중심에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을 모시고 있기에 나의 마음은 가라앉지 않고, 들뜨고, 두근거리고, 물결처럼 일렁거렸을 것이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든 사랑하는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 호숫가를 걸으며, 연둣빛 새잎과 활짝 핀 꽃에서, 거울 앞에서, 약속의 정거장에서, 노래를 들으며,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서, 곁과 맞은편 의자에서, 모든 감정의 표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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