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대만지진 겹쳐... 이젠 PC·스마트폰 부품 가격도 뜀박질

장형태 기자 2024. 4.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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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AI 열풍에 대만 지진 겹쳐… 반도체 가격 전방위 상승

올해 1월 게임용 컴퓨터를 구매하기 위해 각 부품을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놨던 직장인 김모(34)씨는 현재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CPU(중앙처리장치), 그래픽카드, 램, SSD 등 부품당 가격이 석 달도 채 안 돼 10%가량 뛰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조립용 PC를 150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최소 10만원 이상은 더 쓰게 됐다”고 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IT 부품 가격이 최근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감산, 최근 폭발하는 인공지능(AI)발 수요 급증, 여기에 이달 초 발생한 대만 지진으로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IT 부품 가격 상승은 스마트폰·PC·가전 등 주요 소비재 완제품 가격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고사양 제품일수록 첨단 기능을 탑재하면서 반도체 같은 IT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이 때문에 반도체 가격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김의균

◇PC 부품가도 올라

실제로 PC뿐 아니라 스마트폰, 서버 등에 광범위하게 들어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DDR4 8GB) 평균가는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낸드는 올해 2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D램 가격은 20.0%, 낸드 가격은 26.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PC와 메모리카드에 들어가는 범용 제품이다.

3D 게임 구현에 필수인 그래픽카드 가격도 올랐다. 보통 그래픽카드는 미국 엔비디아와 AMD가 핵심 칩을 만들고, 대만 제조업체들이 각종 부품과 냉각장비를 조립해 완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에이수스·기가바이트 등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3~4월 두달에 걸쳐 가격을 10%가량 인상했다. 경제일보는 “인기 있는 지포스 RTX 4060Ti의 경우, 엔비디아가 공급량을 줄이고 있어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신선식품이나 식음료와 달리 보통 IT기기와 전자제품은 성능을 일부 향상시킨 신제품을 내놓으며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부품값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을 체감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IT 유통 현장에선 이런 가격 인상을 체감하고 있다. 용산전자상가나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부품 가격들이 연초 대비 10%가량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용산 전자상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CPU나 그래픽카드 같은 경우는 출시 후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지금은 계속 오른다”며 “가격이 더 오를 것같아 지금은 최대한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했다.

◇'칩플레이션’ 이제부터 시작

IT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값 인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전제품까지 AI기능을 대폭 탑재하고 있어 앞으로 고성능 D램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고성능 D램 가격이 올해 최대 18%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당장 반도체 기업들이 공급을 늘릴 가능성은 낮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증산으로 전환하는 대신, 수익성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은 지난 주주총회에서 “기존 점유율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자 한다”고 했다. 호황기가 왔다고 D램이나 낸드 생산량을 무턱대고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같이 수익성이 높은 제품 생산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감산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대만 지진의 영향도 이제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이크론이 2분기부터 D램과 낸드 가격을 순차적으로 25% 인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2분기 SSD 가격을 최대 25%까지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부터 IT 제품 가격 인상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가정용 PC와 스마트폰 시장 수요는 변수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 IT 제품 수요 회복도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IT 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은 9분기 연속 감소 후 지난해 4분기에야 처음으로 성장세를 기록했다”며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이 실제 수요보다는 재고 확보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칩플레이션

반도체(Chip)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로, 반도체 가격 인상으로 스마트폰과 가전 등 제품 가격들까지 덩달아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2021년에도 코로나로 PC 수요 등이 늘었지만,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반도체 가격이 뛰어, IT 제품 값이 큰 폭으로 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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