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 홍경 "내 심장 속 불이 꺼지지 않게 늘 촉수를 세우죠"[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4. 4. 15.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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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홍경/사진제공=MMM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매작품마다 뜨거운 에너지를 선보이며 20대 또래 배우들 중 단연 두각을 드러내왔던 홍경이 영화 '댓글부대'로 돌아왔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원작을 베이스로 한 영화 '댓글부대'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임상진이 온라인 여론 조작 세력의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을 그렸다. 홍경은 지난달 27일 개봉한 '댓글부대'에서 기사 댓글, SNS 등을 통한 여론조작으로 사회 각계각층에 여론을 뒤집거나 주도하는 팀알렙의 일원 팹택 역을 연기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홍경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홍경은 이날 인터뷰에서 출연 제안을 받고 팹택이라는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구성한 과정과 촬영 과정에서 느낀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펼쳤다. 지난 2022년 웨이브 '약한영웅 Class 1' 인터뷰 당시 진지하고 진중한 모습으로 자신보다는 제작진과 스태프의 공을 드러내는 걸 즐겼던 그는 여전히 '댓글부대'의 장점들을 스태프의 공으로 돌렸다. 진지하고 겸손한 태도는 여전했지만 대화 중간중간 번뜩이는 에너지를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제가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 이야기가 얼마나 제 심장을 뛰게 하는가'에 달렸어요. '이 캐릭터가 나에게 얼마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가'도 중요하죠. 제 직업의 과정이 그런 것 같아요. 제가 팹택이라는 인물을 발견해 보고자 하는 의지로 선택했고 그래서 좀 더 이해해보고자 했던 과정인 것 같아요. 제 작업의 출발은 모두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아요. 이번 작업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외피적 부분이었어요. 관객분들 중 팹택이라는 인물에게 설득이 되신 분들이 계신다면 제가 이런 과정들을 중점에 두고 작품을 고르고 참여하기에 이런 결과물이 나오는 것 아닌가 싶어요."

배우 홍경/사진제공=MMM엔터테인먼트

홍경이 연기한 팹택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능통해 조작된 여론을 퍼트리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김성철이 연기한 찡뻤킹을 통해 우연히 동참하게 된 온라인 여론 조작으로 손쉽게 여론을 뒤집고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보며 자신들의 작업에 재미를 붙여간다. 하지만 여대생 사건으로 인해 팹택과 찡뻣킹의 갈등이 심각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팹택이라는 인물 자체가 찡뻣킹이나 찻탓캇에 비해 캐릭터가 설명될 수 있는 시퀀스들이 적은 인물이에요. 어떤 한 사람을 정의내리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판단할 수 있는 순간은 결국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어떤 반응을 보일 때잖아요.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그 사람 자체의 여러 면모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팹택을 표현할 때 이런 점에 집중했어요. 그는 집 안에서 이 두 친구와의 관계가 전부이고 유일하게 외부인을 만나는 장면이 김희원 선배님이 연기하신 이선우 대표를 만나러 가는 것이에요. 처음에는 팹택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 물음표가 있었다면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며 그 부분을 뒤집어서 생각하기로 했어요. 팀알랩의 두 친구가 이 아이한테는 어떤 존재일까에 집중한 거죠. 두 친구에 대한 애착이 강한 아이라고 정의하고 행동들을 고민했어요."

극중 행동 반경이 가장 적은 인물이지만 팹택은 홍경을 통해 20대 청년의 톡톡 튀는 에너지와 허영심, 세상을 향한 불안감이 묘하게 중첩된 매력 넘치는 인물로 탄생했다. '댓글부대' 속 팀알랩 파트만 따로 떼어 외전 스토리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홍경을 비롯한 김성철, 김동휘 등 팀알랩 3인방의 호흡은 매력이 넘친다. 

배우 홍경/사진제공=MMM엔터테인먼트

"팹택은 결여와 결핍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두 친구에 대한 애착이 생겼고 말로 콕 집어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런 결핍 또한 외로움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해요. 두 친구에 대한 애정이 깊은 아이죠. 김성철, 김동휘 배우와의 호흡은 즐거웠어요. 두 배우 모두 여러 가지 무기와 아이디어들을 옷 속에 철저히 숨겨서 온다고 할까요. 준비성이 철저하고 다양한 계획을 아주 잘 짜서 오시더라고요. 김성철 배우는 '몬테크리스토'라는 뮤지컬 공연에 초대를 해주셔서 무대 위 엄청난 에너지를 보고 감탄했어요. 김동휘 배우는 '콘크리트 마켓'이라는 작품에서 둘이 합을 한번 맞춰봤거든요. 그 시간이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배우들이 서로 함께 연기를 할 때 눈치 보지 않고 상대가 어떤 표정과 연기를 던져줘도 다 받아줄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동휘 배우와는 그런 자세가 서로 되어 있었기에 좋은 긴장감을 가지고 편안하게 임했어요."

'댓글부대'가 또래 배우들과 주거니 받거니 핑퐁 호흡이 중요했다면 지난해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악귀'의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경위 홍새 역은 김태리, 오정세, 김원해 등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 또한 박지훈, 최현욱 등 또래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에너지의 향연이었으니 12부작 드라마 '악귀'는 이전 작품들과 다른 소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어떤 작품을 하면서 상대역이 누구인가에 따라 긴장하고 부담을 가지는 타입은 아니에요. '악귀'는 되려 신나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부담이나 긴장은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저 선배님들이 던지시는 공을 내가 어떻게 재미나게 쳐볼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저보다 경험치가 훨씬 많으신 선배님들이 던지시는 공을 제가 받을 자세가 되어 있다면 그동안 나에게서 보지 못했던 모습이 나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보시는 분들께 납득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긴장감도 있었지만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신이 났던 현장이었어요."

작품이나 캐릭터를 대할 때 세상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홍경이지만 평범한 20대 청년으로서의 모습은 어떨까.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빼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했다. 연기 이외에 그가 가장 큰 휴식으로 삼는 시간은 언제일까. 

배우 홍경/사진제공=MMM엔터테인먼트

"늘 연기 생각만 하며 살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영화를 어떤 걸 볼까도 고민하고 오늘은 어떤 동네에 가서 놀아볼까 생각도 해요. 카페에 가서 책을 읽기도 하고요. 연기 생각을 할 때는 치열하게 하지만 아닐 때는 여유롭게 시간을 보냅니다. 평소 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아해요. 혼자서 여행하는 시간이 참 행복한 것 같아요. 가장 최근에는 런던에 다녀왔는데 특별한 일정 없이 혼자서 쉬다 왔습니다. 런던은 어릴 때부터 자주 여행을 했던 곳이라 특별히 좋았던 점을 꼽기는 어려운데 그냥 그곳이 주는 편안함이 좋은 것 같아요."

홍경은 최근 '댓글부대' 공식행사와 무대인사 현장 등에서 선보인 의상과 유튜브 프로그램 '짠한 형'에서 입었던 반짝이 하늘색 팬츠 때문에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사복 핏이 좋은 스타로 꼽히는 그는 공식 석상에서의 수트 차림부터 일상에서의 티셔즈와 블루진까지 조화롭게 매치시켜 편안히 소화하면서도 과감한 시도를 펼치는 걸로도 유명하다. 패션 센스가 좋기로 유명한 강동원, 주지훈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하는 행보다. 

"작품과 관련된 홍보에 나서는 것도 영화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영화가 관객과 만나게 되기까지 촬영과 편집을 마치고 개봉을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관객분들과 만나는 시점까지 진정한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행사에서의 의상을 선택할 때 제가 출연한 영화의 캐릭터와 일정 부분 맞닿아 있기를 바라죠. 장소나 행사에 따른 격식은 갖추되 제가 평소 입어보지 못했던 옷들을 자유롭게 입어보려고 해요. 그런 기준으로 치열하게 고민해서 저희 팀들과 선택을 하죠."

작품 선택에 있어서도 캐릭터를 표현해가는 과정에 대해서도 완벽을 추구하고자 하는 홍경이기에 10년, 20년 후의 자신의 목표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단계적 설정이 돼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질문에 의외의 답을 들려줬다. 

"배우로서 어느 지점까지 도달하고 싶다는 목표는 딱히 없어요. 항상 가장 두렵고 솔직한 제 치부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 어렵고 또 긴장하고 걱정하는 이유는 제 심장의 불이 꺼지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에요. 그것이 가장 큰 화두죠. 심장에서 어떤 것에 대한 감각을 느끼고 또 호기심이 일어나고 거기서 시작해 온 마음을 다해 제가 지독하게 무언가를 해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제가 하는 일에 있어서 제 모든 걸 다 던지고 싶은데 이 과정을 오래 하려면 제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디까지 가고 싶다거나 누군가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요. 다만 저희 세대 감독님들, 또 창작자분들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펴내는 과정이 너무 즐거워요. 제 마음 속 불이 꺼지지 않게 촉수를 세우고 우리 세대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도전적인 일들을 계속 해나가고 싶습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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